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자금지원이 결정되고 열흘이 가까워 오는데도
위기극복의 실마리를 찾기는 커녕 오히려 악화일로다.

외환시장은 마비상태에 빠졌고 주가는 연일 폭락을 면치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다시 일어설수 없는 파국을 맞을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증폭되고 있다.

외국정부나 금융기관이 한국에 대해 달러 꿔주기를 주저하고 기업들은
투자하기를 꺼리고 있으니 큰 일이다.

왜 이지경이 됐는가를 따지자면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국제사회의 한국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런 점에서 최근 정치문제화돼있는 IMF 구제금융조건에 대한
재협상 논란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수 없다.

사실 IMF가 자금지원조건으로 우리에게 요구한 여러조건중에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장 급한 것은 우리였고,다소 무리한 요구라도 들어줄수밖에
없었던 협상당시의 상황은 불가피성을 인정할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우선 해야 할 일은 합의내용에 시비를 가리기 보다 이를
존중하고 당장의 경제위기극복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물론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재협상이나 유보 등의 진의도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경제의 진행상황을 보아가면서
실정에 맞게 재조정해나가야 한다는 뜻이라고 우리는 해석하고 싶다.

다만 그러한 당연한 절차를 뜻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합의자체를 원점으로
되돌리려 한다는 뜻으로 오해될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에 거론 자체가 지금의
위기극복에는 백해무익한 것임을 유념해주기 바란다.

우리는 외국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 상당한 책임이
정부에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파급효과를 예기하지 못한채 종금사의 영업정지를 취하는등
최근 정부가 내린 일련의 금융대책은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것이 비단 국내 금융기관이나 예금자들의 불신에 그치지 않고 정부의
위기관리능력 불신으로 비춰지고 있음을 당국자들은 명심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책임은 정부보다 정치권에 있다.

무책임한 재협상논의가 한국에 대한 국제 금융사회의 불신을 더욱 증폭
시킨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경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을 생각하면 참을수 없이 화가 치미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책임을 따지고 남을 탓할 때는 아니다.

더구나 이기적 발상으로는 공멸할수 밖에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자칫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갈 우려가 있는 IMF와의
재협상 논란은 더 이상 이어져서는 곤란하고 정부는 보다 신속하고 확실한
정책을 실천에 옮겨 국민들은 물론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진력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