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빵을 제과점빵같이"

최근들어 삼립식품 샤니등 소위 "양산빵" 업체들이 앞다퉈 고급빵을
내놓고있다.

대량생산된다는 의미에서 "양산빵", 제과점이 아닌 공장에서
만들어진다해서 "공장빵", 구멍가게에서 많이 팔린다는 의미로 "가게빵"으로
불리는 이 제품들이 고급화로 변신을 시도하고있는 것이다.

주요 타킷은 경쟁 양산빵회사가 아니라 동네 제과점들.

그래서 새로 나온 고급 양산빵의 특징은 한결같이 모양이나 맛을
제과점빵처럼 만들었다는 점이다.

가격은 이전의 양산빵이 주로 3백원대인데 비해 고급양산빵은 5백원대가
대부분이고 1천원이 넘는 제품도 적지않다.

그래도 제과점빵에 비해서는 여전히 싼 편이다.

겨울철이 성숙기인 찐빵도 고급화 다양화되고 있다.

속재료도 단팥 야채에서 피자 스파게티 치킨카레 고구마 고기만두등으로
신세대 입맛에 맞추려는 노력들이 엿보인다.

삼립식품은 올초에 "아임베이커(I"m Baker)"라는 고급빵 전용브랜드를
새로 만들었다.

동시에 단팥빵을 비롯, 소보루빵 버터식빵 꿀카스테라 패스츄리등 30가지를
한꺼번에 내놓았다.

지난달에는 모카빵 소프트바케트등 테두리없는 식빵 3가지를 새로
내놓았다.

삼립은 앞으로도 소비자들 수요에 맞는 제품들을 그때그때 순발력있게
내놓을 계획이다.

삼립식품은 이 브랜드를 만들면서 가장 고민한 것이 "차별화"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최고급의 원료를 사용하고 발효도 천연효모를 사용,
이전의 일반 빵제품과 전혀 다른 이미지를 심겠다는 것이다.

신선도 유지를 위해 유통기한도 종전의 6~8일에서 4~5일로 줄이고
편의점에나 슈퍼에 아임베이커 전용 매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먼지가 잔뜩 묻어 한번 털고 먹어야하던 일반 빵제품과는 달리 청결한
매장전시를 통해 고급빵 이미지를 주겠다는 전략이다.

판매 6개월 남짓만에 매출이 매달 30%가까이 오르는 급성장을 보이고있다.

샤니는 95년 8월 고급빵시리즈를 "팡"브랜드로 결정했다.

이태리 생효모를 이용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쫄깃한 맛을 내는
제품들이었다.

특히 지난해 4월 "닭고기야 식빵이야"는 개념으로 내놓은 "팡소프트"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이 제품의 매출을 80억원이상으로 잡고있다.

전년대비 1백50%가까운 성장율이다.

베이커리업계를 포함해도 식빵 매출 최고판매액이다.

팡시리즈의 성공에 힘입어 샤니는 지난 6월 "판도리노"제품들을 내놓았다.

커피전문점에서 일부 유통되던 제품을 대중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각 사의 양산빵 고급화 변신의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소비자취향 변화.

소비자취향변화에 따라 양산빵이 제과점빵에 밀려 매출정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고급화로 치닫게하고있다.

"라면이나 자장면을 먹을 것인가, 제과점에서 비싼 고급빵을 먹을 것인가,
아니면 배가 좀 덜 차더라도 맛있는 비스킷으로 넘어갈까"

소비자들에게는 양산빵 말고도 선택할수 있는게 얼마든지 있다.

양산빵의 기반을 넓히기 위해서는 이 다양하고 까다로운 소비자 수요를
적절히 파고들어야 한다.

이게 바로 고급 양산빵이 등장하게된 배경이다.

양산빵 매출이 줄지않는 것은 그나마 햄버거 샌드위치등 외식업체 수요가
늘고있기 때문이다.

양산빵은 말그대로 대량생산되기 때문에 박리다매형태를 띠고있다.

고급원료를 사용하더라도 가격이 쌀 수있다는 점이 양산빵의 최대의
장점이다.

제과점빵 업계에서는 편의점확산등과 함께 양산빵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해 앞으로 계속 고급제품 개발경쟁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 김광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