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부도사태와 증시 추락, 국가신용도 하락 등으로 경제가 혼미상태를
면치 못하면서 국내외 자본시장에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계획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가 그동안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중장기 사업계획은 물론
당장 시행돼야할 단기 사업까지 문제가 발생하는등 기업경영이 극도로
불안해지고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 삼성 LG 대우 선경 등 대그룹들조차 당초 계획
했던 유상증자와 회사채발행을 잇따라 포기하거나 무기연기하고 있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국가신용도 추락으로 자금조달 금리가 올라가는 경우가 빈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그룹들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중장기 사업은 물론 당장
내년도의 사업및 투자 계획에도 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더구나 5대 그룹외의 기업들은 자금난이 더욱 심각해 내년도 사업계획
작성엔 현재까지 아예 손을 못대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LG그룹은 당초 연말까지 4개 계열사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2천6백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1천억원 규모의 증자를 완료한 LG정보통신 외에
LG건설이 5백억원 규모의 증자를 실시키로 했을뿐 나머지 2개사는 증자를
무기연기하기로 했다.

선경그룹도 SK주식회사(구 유공)의 유상증자를 연내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포기하기로 했고 쌍용그룹도 쌍용양회의 증자를 계획했으나 취소할
것을 검토중이다.

현대그룹도 11월말로 확정된 금강개발산업의 유상증자만을 실시할뿐 추가
증자계획을 전혀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5대그룹의 유상증자한도 소진율은 40%선에 그칠 전망이다.

국가 신인도 추락으로 사정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이 최근 미국시장에서 DR(주식예탁증서)를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투자자들의 지나친 할인요구로 발행을 포기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전자등 주요계열사들이 내년에 해외 CB나 DR발행을
통해 시설투자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나 최근의 주가폭락으로 상당한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회사채 발행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5대그룹을 제외하곤 보증을 받지
못해 발행을 포기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가 하면 보증을 받고도 인수자가
없어 발행한 회사채를 다시 떠안거나 높은 금리로 처분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 금리 등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서 직접자금조달마저
어려워져 대부분 기업들의 내년 사업계획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경기
침체의 장기화를 우려했다.

< 김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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