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노래방이 아닙니다"

매주 월요일 점심시간이면 한국수출보험공사 강당에서 어김없이
들려오는 지휘자 선생의 질책이다.

"아아아아!"로만 계속되는 발성연습중 클라이막스의 높은 음 "솔"을
목청껏 낼때면 구석에서 터져나오는 불협음으로 인해 역시 "아마추어는
할수 없어"라는 자조섞인 한숨과 함께 모두가 웃음을 터뜨린다.

첫 발표회날.

전직원이 모인 가운데 지휘자가 지휘봉을 들고 공간을 가르자 맑은
음성이 강당을 메우기 시작했다.

노래방에서 목청껏 뽐냈던 솜씨는 간데 없고, 목에서만 나오는 노래방의
소리가 배와 가슴에서 나오는 멜로디로 바뀌어 지휘봉의 선을 따라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가 한데 어우러져 화음을 엮어내고 있었다.

"수보합창단"은 2년전 발족했다.

사내 동호회로서 직원들의 친목과 단합을 도모하며 모든 직원들의
가슴에 멜로디와 화음을 심어 서로 인정하는 분위기의 회사팀워크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세미클래식한 문화의 창달자로서 소임을 다한다는
목적아래 지금까지 매년 두차례의 정기 공연을 가져왔다.

합창단 발족시 초대단장을 맡아 첫 발표회를 준비하던때 연습실에 들른
어떤 임원이 "동네축구에 웬 국제심판이!"라며 아마추어중에 아마추어인
우리 합창단에 지휘자 반주자만 프로라고 조크를 하였는데, 독일
다름슈타트음악대학원에서 성악과 합창지휘를 전공하신 김용수 지휘자님과
시카고 노스웨스트 대학원에서 오르간을 전공한 서현선 선생님을 반주자로
모시고 30여명의 단원이 4부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다.

특히 물심양면으로 합창단을 지원하는 신갑철 이사님, 현재의 단장인
박성범 총무부장, 음악사랑에는 절대로 빠지지 않는 이무영 차장, 그리고
환상적 음색의 솔로임을 자타가 공인하는 테너의 백승달 총무, 공해없는
목소리를 자랑하는 하이 소프라노 홍순기씨 같은 이들은 "수보합창단"의
큰 버팀목이다.

앞으로 "수보합창단"은 불우이웃돕기 자선음악회를 여는등 위로봉사
활동까지 영역을 더욱 넓혀가고자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