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위해서는 다소의 외로움과 소외감을 극복해야 한다.

직장이나 주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대부분 가정을 꾸려가고 있기 때문에
대화의 중심도 가정사 이야기가 되기 쉽다.

독신자들은 직장이나 사업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그만큼 대화폭이 줄어든다.

또 곱게만 해석할 수 없는 주위의 지나친 관심도 이들에게는 부담이다.

결혼 적령기가 지난 독신자들은 "왜 결혼을 하지 않았느냐", "결혼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시달려야 하고 "결혼하지 않는게 낫다"는
대목에서는 묘한 소외감마저도 느껴진다.

또 결혼을 해야 좋은지 하지 않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지루한 토론을
갖기도 일쑤다.

이런 30대이상의 독신자들이 모여 홀로서기를 도와주는 모임이 있다.

하이텔의 통신동호회인 홀로서기(GO SG762)가 바로 그것이다.

이 모임의 회원은 현재 약 5백여명이고 1백명정도가 열성적으로 모임에
참가하고 있다.

평소에는 통신망을 통해 글을 올리고 대화방에서 대화를 나누는 등 활동을
펴고 있고 1달에 한번 정기모임도 갖는다.

정기모임에서는 유적지탐방, 서울 인근 유원지에서의 회식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회원들간 만남의 장을 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안동 하회마을 둘러보기도 했고 북녘어린이 돕기
성금모금운동에도 참여했다.

또 소그룹활동도 활발하다.

등산 낚시등 취미활동을 위해 소규모 모임을 만들어 독자적인 활동도
벌이고 있다.

회원은 주로 직장인들이나 자영업자가 많고 남자는 33세, 여자는 30세
이상인 독신이어야 가입할 수 있다.

회원가운데는 이혼자도 10%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일부 회원들 사이에서는 미리부터 노후를 준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노년에 홀로 지내기가 쉽지 않은 만큼 몇몇이서 힘을 모아 시골에 별장을
마련하려는 계획도 구상하고 있다.

모임의 성격만큼 게시판에 실리는 글도 다소 무게가 있고 때로는 고독이
베어있는 대목도 많다.

그렇지만 비관적이 되거나 절망하지는 않는다.

한 회원은 "휴일은 짝이 있는 사람들만이 누리는 특권인 줄 아는 사람들은
휴일엔 슬픔을 안고 산다고 정의해버립시다.

내가 나임으로써 누리는 행복을 알려고 하지도 않고."라는 내용의 글을
싫었다.

외로움에 대한 사색과 홀로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잔잔한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 김남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