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총리가 내한했다.

중동문제는 통상 우리의 관심사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동문제만큼 세계 평화와 직결돼 있는 이슈도 없다.

따라서 네타냐후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이 지역문제를 다뤄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다행히 오슬로평화협정의 산파역할을 했던 요시 베일린 이스라엘의원
(노동당)이 최근 중동평화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그는 분쟁의 불씨인 동예루살렘을 현 상태로 유지시키면서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수립을 승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글로벌뷰포인트에 기고한 글을 싣는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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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평화협상이 암초에 부딪혔다.

점령지에 관한 최종적인 지위협상을 앞두고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 정착촌
건설강행과 팔레스타인 과격파의 잇따른 보복 폭탄테러가 발발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총리와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수반은 각각
"테러응징"과 "결사항전" 결의를 천명했다.

일촉즉발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지난 93년 팔레스타인 자치를 합의한 이른바 "오슬로평화협정"의
앞날도 불투명해졌다.

양측은 혼란의 책임을 서로 상대방에게 전가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로부터
는 신뢰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네타냐후정부는 안보와 평화를 구축하지 못했고 아라파트 자치정부수반은
테러퇴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오슬로협정은 당시 세계분쟁해결의 상징으로 칭송받았지만 협정에 따른
점령지 지위에 관한 최종 협상이 열리지 못하면서 그 의미가 퇴색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오슬로협정의 비극적인 결말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제3세력의 중재가
필수적이다.

그 역할을 수행할 적임자는 미국 밖에 없다.

최근 예루살렘에서 발생한 폭탄테러 사건후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
은 미국이 현재의 난국을 풀기 위해 중재에 나설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이 중동평화를 염원하고 있는 한 가까운 장래에 미국의 역할은 지대해질
것이 분명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은 미국이 개입한 다른 분쟁들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 지역의 분쟁은 공개적으로 진행되면서 전세계에 널리 알려졌다는 점이다.

때문에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도 그만큼 높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여기에는 두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테러퇴치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증명해야 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총리는 동예루살렘의 정착촌건설을 포함한
일방적인 조치들을 중단해야만 한다.

이에 따라 양측이 일단 협상을 재개하면 우선 이스라엘인들의 철수지역
범위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이스라엘인들의 철수는 현재의 과도기간중 이뤄지기로 예정된 상태지만
점령지 지위협상이 지연되면서 당초 일정보다 반년정도 늦어질 공산이 크다.

양측은 이와 함께 가장 중요한 문제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국경
조정문제에 합의해야만 한다.

이같은 난제들이 만약 6개월내에 매듭지어질 경우 양측은 최종 지위협정에
명시된 합의사항들을 즉각 시행할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이스라엘은 철수에 관한 잠정 합의사항을 그대로 밀고
나갈 것이다.

어쨌든 "최종 지위협상"은 양측이 학수고대해 온 문제임에 틀림없다.

때문에 양측은 "팔레스타인의 민정국가 건설"과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비분할"을 내용으로 한 최종 지위협정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양측의 협상재개희망과 요구사항이 공개된 이상 초강대국 미국의 역할은
자명해진다.

양측이 다른 선택을 고집할 때 초래될 재난을 양측에 주지시킴으로써
훌륭한 중재자역할을 해내는 일이다.

물론 이같은 중재역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각종 현안을 둘러싼 양측의 견해차가 크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은 지난 67년 "6일전쟁" 이전의 영토를 회복한 독립국가를
수립하고자 한다.

웨스트뱅크와 가자지구에서 완전한 자치권을 획득하는 일도 물론 포함된다.

네타냐후총리는 이에 대해 당시 영토의 절반까지는 기꺼이 양보하겠다는
입장이다.

팔레스타인이 무장함으로써 이스라엘 안보를 위협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을 수도로서 포기하지 않는다는게 원칙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수도 예루살렘의 분할에는 "불가" 입장이다.

팔레스타인은 또 지난 48년 이스라엘에서 인근 아랍국가들로 쫓겨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이스라엘 정착촌에 되돌아갈 수 있는 선택권을 달라고
요구한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자국 영토내에 유태인이 과반수를 밑돌 사태를 우려,
이를 거부하고 있다.

필자는 팔레스타인 지도자들과 가진 일련의 비공식 회담을 거치면서 이같은
양측의 대립을 해결할 방안을 구상했다.

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의 요구를 완벽하게 들어주지는 못하지만
일종의 "정치적 타협"을 하자는 시나리오다.

우선 팔레스타인이 독립국가를 건설하도록 한다.

물론 이스라엘이 갑작스런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도록 이 지역에 초소
설치를 전제로 한다.

새 팔레스타인국가는 가자지구와 웨스트뱅크의 대부분을 영토로 포함하게
된다.

이스라엘인이 과반수가 넘는 일부지역만 제외된다.

이스라엘인이 소수로 팔레스타인의 통치하에 들어가는 지역에서는
이스라엘인에 선택권을 준다.

적절한 보상을 받고 이스라엘로 돌아가든지 거주지에 특수보안장치를
설치한채 그대로 살게 하는 방안이다.

난민들에게는 이스라엘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의 새 국가로 귀국토록 허용
한다.

이스라엘은 여기서 국제난민기구를 주도적으로 설치하는 한편 난민의 보상
문제를 중재하고 재정착을 알선한다.

문제는 예루살렘이다.

예루살렘을 분할하는 문제는 양자간에 절충안을 도출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필자의 시나리오대로라면 예루살렘은 일단 분할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

대신 예루살렘 지방자치정부의 관할권 밖에 있는 아부디스지역을 팔레스타인
의 수도로 이스라엘이 인정하는 것이다.

팔레스타인들은 아부디스를 옛 수도인 알쿠즈(예루살렘의 아랍어)의 일부로
여기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반대급부로 서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영토로 인정할 것이다.

이같은 내용의 평화협정이 조인된다면 각국 대사관저들은 즉시 텔아비브
에서 서예루살렘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걸림돌로 남아있는 동예루살렘의 경우 분쟁지역으로 분류한다.

양측은 이 곳의 지위에 관련한 협상을 데드라인을 정하지 않고 지속해
나간다.

여기서 합의가 도출되지 않는다면 현상태유지론이 갈수록 힘을 얻을 것이다.

이같은 시나리오 대로라면 양측은 모두 자신들의 목표를 완전히 성취하지는
못하는게 된다.

양측은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자신들이 요구했던 가장 중요한 사항을 얻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을 분리하지 않고 안전을 보장하게 된다.

또 팔레스타인은 독립국가를 수립하고 난민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얻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이룩해나가는 것들은 새로운 현실이 될 것이다.

여기서 섣부른 타결은 바람직하지 않다.

양측의 극단주의자들이 폭력으로 협정을 무력화시킬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인내심을 갖고 협상을 서서히 진행해야만 한다.

우리는 이를 받아들일 용기가 있는가.

우리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가.

그 답변은 앞으로 수 개월간에 걸쳐 열릴 협상이 말해줄 것이다.

<정리=유재혁기자>

[ 약력 ]

<>.1948년생
<>.다바르지 기자 역임
<>.텔아비브대학 정치학 강사 역임 및 정치학 박사학위 취득
<>.노동당 대변인 역임
<>.외무부 부장관 역임
<>.국회의원(현재)
<>.저서 : * 아버지 그늘의 아들들
* 통일의 대가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