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종합화학과 현대석유화학이 서산공장의 원료파이프를 공동 사용키로
한 것은 분명 ''뉴스''였다.

두 그룹으로서도 지난해 PCS(개인휴대통신) 신규사업자 선정때 LG에 맞서
손을 잡은지 1년만의 일인데다 특히 자존심 경쟁이 심했던 유화부문에서의
제휴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삼성과 현대는 지난 4월 나프타 에틸렌 등 유화 원료와 액체제품을
교환하기 위한 공동파이프를 건설하는데 합의했다.

한쪽이 특정 연료가 부족할 경우 빌려주기도 하고 구매 때는 서로
가격을 공개해 메이저들의 농간에도 공동 대응키로 했다.

또 별도로 정기적인 협력모임을 갖기로도 합의했다.

이들 두 업체의 협력체제는 어쩌면 당연한 일.

국내 대부분의 석유화학 업체들이 울산이나 여천단지에 몰려있는데 비해
이들은 유화 불모지였던 충남 서산에 외롭게 둥지를 틀어온 이웃사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두 업체는 유화업계 중에서도 대표적인 앙숙이자 경쟁자였다.

88년 1차 NCC붐 때 같이 후발주자로 참여한 이후 각기 1백만평에 달하는
공장을 갖고 누가 먼저, 빨리, 많이 하느냐를 놓고 자존심 대결을
벌여왔었다.

신규사업 진출과 증설에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맞붙어왔다.

이런 두 업체가 ''적과의 동침''을 결정하게 된 것은 외부적인 탓이 크다.

지난해 석유화학 경기가 급전직하로 후퇴해 전사적인 원가절감운동을
추진하면서 서로에게 눈이 간 것.

바로 옆에 붙어 있으니까 원료를 나눠쓰고 공동구매하면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판단에 이른 것이다.

올초 부임한 삼성석유화학 유현식 사장이 정몽혁 현대석유화학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나이가 젊은 정사장이 먼저 삼성을 찾았다.

삼성과 현대는 이렇게 해서 석유화학 부문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게 됐다.

사실은 거창한 제휴라기 보다는 인접 업체끼리의 당연한 협조체제 구축에
다름아니다.

그러나 우리 현실에선 국내 유화업체간 전략적 제휴의 물꼬를 튼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우리 업계에선 ''화제''나 ''미담''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생존''을 목표로 어떤 종류의 통합이나 전략적 제휴도 가리지 않은
선진업계들의 구조조정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