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명건 <세종대학교 이사장>

최근 한국은 경쟁력 순위에서 주요 국가들 중 31위로 밀려났고 96년도
국제수지 적자가 2백억달러를 넘으면서 국민 누구나가 경제의 총체적인
어려움과 위기감마저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러한 경제의 악화의 요인들은 고임금, 고금리, 지나친 행정규제, 턱없이
높은 지가, SOC의 부족, 물론비용의 과다 등이다.

이외에도 한국경제는 경제논리에 앞선 정치논리, 부정부패, 과소비 풍조
등 여러 제약요소들이 얽혀 빚어내는 복합 증상을 앓고 있는 것이다.

이 요인들 중 고임금, 고금리 및 행정규제 철폐 등은 구조적인 문제로써
제반 정치사회적 마찰로 인해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렵지만 고물류비와
고지가문제는 과감한 SOC투자로 단기간내에 풀수있다.

"서울항"은 그중 가장 대표적인 대안이라고 볼 수 있다.

경제활동에 있어서 물류는 인체에 비유할 때 형액순환과 같다.

동맥경화증에 걸려 있는 한국은 물류비가 GDP의 17%를 차지, 미국의
두 배가 넘는다.

이것은 연간 59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며, 교통혼잡비용도 연간
17조원에 이른다.

특히 항만물동량은 급증하였으나 항만시설이 미비하여 항만적체로 인한
손실만도 연간 6천억원이 넘는다.

수도권 지역의 수출 기업들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인천항을 두고
컨데이너를 부산항으로 운송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경쟁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 경제의 희생을 위해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은 강화도에서
아산만에 이르는 지역에 37.5km의 방조제를 쌓고 3,000만 TEU규모의
서울항을 건설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경쟁국들은 엄청난 규모의 SOC 건설에 상상을 초월한
정도의 열성적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가히 "발상의 전환"이라고 할만한 과감한 집중투자가 없으면 이들과의
경쟁에서 결코 이길 수가 없다.

세계 최대의 환적항인 싱가폴과 홍콩운 2010년까지 연간, 3,000만 TEU
규모로 대폭 확장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며 중국도 상해항의 확장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세계 20대 선사들은 자체물동량이 큰 홍콩과 상해를 축으로
한 동북아 물류체계를 만들게 되는 부산항은 지역항으로 몰락하고 말
것이다.

특히 부산항은 수도권 물동량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경인, 경부축의
교통혼잡을 초래하고 물류비용을 증가시켜서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중국 화중이북의 환적물동량 시장에서 상해에 비해 운송시간과 비용경쟁력이
떨어져 어차피 지역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정부가 7대 신항만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어중간한 규모의 항구들이기때문에 과잉투자로 끝날 공산이 크다.

특히 부산항과 광양항은 항만의 배후지역이 협소하며 연계 수송체계를
구축하기가 어렵고, 국내 컨테이너 물동량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서
발생하고 있으므로 국내 수송체계를 더욱 왜곡시킬 뿐이다.

또 경부축과 호남축의 교통망 확대를 위한 추가 투자가 요구될 것이다.

이처럼 잡다한 지역항의 개발에 재원을 낭비하지 말고 서울항 건설에
집중투자하여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동북아 최대의 거점항을
만듦으로써 중국의 고도성장의 결실을 자동적으로 분재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볼때,첫째 서울항은 환황해권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어 가장 뛰어난 지리적입지를 갖추고 있으며 방조제만 건설하면
간만의 차이를 극복하고 충분한 수심을 갖춘 3,000만 TEU규모의
항만지역을 확보할 수 있어 상해항보다 월등한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부산항의 현상유지를 위해서 상해항을 제압하려면 서울항의
건설이 절실히 필요하다.

둘째, 국내 수출입 물동량의 절반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서울항은 경안운하(서울 강서구 염창교 하류에서 경기도 안산시
시화호에 이르는 34.6km의 운하)와 더불어 운송비용의 절감, 교통혼잡의
해소, 왜곡된 물류체계의 개선 및 도로및 철도의 추가 확충에 따른
비용을 감소시켜 줄 수 있다.

서울항은 대무의도와 영흥도 사이 그리고 인천과 영종도 사이에
총연장 37.5km의 방조제를 쌓아 건설할수 있으며, 현재 8.6m에 이르는
간만의 차를 극복하고 여의도와 175배의 규모인 1억 4천만평의 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

한국 경제의 숨통을 죄고 있는 요인인 고지가는,기본적으로 공급에
비해 수요가 너무 커서 생기는 현상이다.

우리 나라의 지가는 대부분의 경쟁국들보다 무려 10배나 비싼데다가,
경쟁국들은 외국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토지를 무상으로 공급하겠다고
제안할 정도이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 경제의 제도약을 위해서는 지가를 현재의 절반 이하로 낮추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급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거 및 공장용지로 이용될 수 있는 토지가 전국토 면적의
3.5%에 불과해 섬나라인 일본의 절반수준인 실정에서는 해안 간척은
부족한 용지를 공급하는 유일한 방안이기도 하다.

서울항 건설에는 데는 총 33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나 자체 부지
판매수입으로도 37조원의 재원 조달이 가능하다.

공사는 동시에 진행할 수 있으나 경제 여건을 고려하여 먼저 제1단계로
대무의도와 영흥도를 잇는 항만공사를 진행한뒤에 강화도 일대를 매립하고
이어서 아산만을 개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사 추진은 홍콩의 경쟁입찰 방식을 준용하여 정부는 항만
건설에 대한 청사진만 제시하고 주요 선사들로 하여금 장기임대방식으로
터미널을 건설하게 함으로써 비용을 직접 들이지 않고도 개발 가능하며,
추가적인 임대수입도 올릴 수 있다.

서울항은 중국 화중이북 지역의 환적물동량을 흡수하는 거점항으로서
무역, 생산, 금융 및 정보의 중심이 되는 한국을 세계 중심국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이러한 서울항의 건설은 물류비를 대폭 낮출 수 있으면서도 공사
방법이 기계 집약적이라서 인풀레이션 압력이 없는 투자가치가 무척
큰 사업이다.

따라서 서울항 건설은 실업자수가 66만명에 달하는 3.2%의 고실업률,
74달러의 무역수지적자의 확대 등 현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한국판
뉴딜정책으로 매우 효과적인 처방전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