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을 구성하는 입자의 성질이나 우주생성의 원리등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초고속 컴퓨터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가능한 모든 변수를 고려하고 이 변수간의 상호작용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인간능력의 한계를 넘어설 정도의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물질의 기본입자인 쿼크의 성질을 규명하는데는 개인용컴퓨터로는
무려 10억초 즉 32년이 필요하다.

사람의 손으로는 엄두도 못낼 일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슈퍼컴퓨터및 이를 운영할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활용이
늘어나면서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되었던 이같은 일이 가능의 세계속에 들어
오게 됐다.

선진각국은 슈퍼컴퓨터를 사용해 새로운 물질및 원리들을 규명해가고 있는
등 슈퍼컴퓨터및 이의 활용이 곧 국력으로 인식될 정도가 되고 있는 것이다.

초고속 컴퓨터의 구현은 병렬처리컴퓨터의 출현으로 급속히 현실로 다가
왔다.

초병렬 컴퓨터는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수천 또는 수만개를 연결, 동시에
계산하도록 함으로써 초고속 연산의 길을 열어놨다.

초병렬 컴퓨터를 이용해 불가능을 가능케한 예는 무궁무진하다.

미국의 듀폰사는 초병렬 컴퓨터의 계산과학적 방법을 사용해 고분자섬유의
촉매를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단시간내에 개발해냈다.

사람이 일일이 실험할 경우 5백만달러 이상의 자금과 몇년이라는 세월이
요구됐던 과제를 한달만에 2만5천달러를 들여 성사시킨 것이다.

실험이 불가능한 분야인 물질의 기본특성 연구를 위해서는 쿼크의 운동특성
부터 알아야 하는데 여기에는 10의 17승개 만큼의 수학계산이 필요하다.

미국의 IBM은 1초에 1백10억개(11기가플롭스)를 계산하는 초병렬 컴퓨터인
GF11을 88년에 개발, 이를 단 4개월만에 풀어냈다.

펜티엄급 개인용 컴퓨터로는 32년이 소요되는 일이다.

그러나 컴퓨터의 발전에 따라 이같은 연산에 드는 시간도 더욱 단축돼
올해 개발된 크레이의 병렬컴퓨터를 쓸 경우 27시간이면 족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막강한 계산력을 바탕으로 한 계산공학 계산과학분야에 선진각국은
대단한 연구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 앨 고어 부통령을 필두로 대도전이란 기치의 국가적 과제를
선정해 HPCC(High Performance Computing and Communication) 즉 고성능
컴퓨팅과 통신을 주제로 신물질및 신약개발, 대형항공기 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 분야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 초병렬컴퓨터를 활용할수 있는
기반소프트웨어및 응용소프트웨어 개발에 시동을 걸었다.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병렬처리 소프트웨어분야는 역사가 아직
길지 않으므로 시장성이 그리 밝지 않은 하드웨어개발보다는 응용소프트웨어
개발에 치중, 이를 이용한 신물질개발 등에 주력함으로써 짧은 시간내에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릴수 있을 것이란 구상이다.

이에 따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중심으로 14개 대학과 4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초고속컴퓨터 기반소프트웨어및 응용기술개발
사업단이 구성돼 올해부터 본격활동에 들어갔다.

연구팀은 98년까지 1단계 사업기간중 6억5천만원을 들여 <>병렬프로그램및
병렬화 컴파일러 <>병렬운영체계 <>수치해석소프트웨어 등 초고속 컴퓨터의
기반소프트웨어기술을 개발하고 <>신기능물질의 원자단위 해석기술및 소프트
웨어 <>신기능성 화학물질및 신의약개발 기초연구및 소프트웨어 <>3차원 전산
유동해석 소프트웨어 등 초고속 계산기술개발을 수행할 계획이다.

또 2001년까지 2단계 사업기간 중에는 <>자동병렬프로그램 변환및 디버깅
기술 <>고장감내기능 병렬운영체계 <>대규모 병렬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과학계산가시화 소프트웨어와 <>응집물질 해석기술 <>항공기 외부및 자동차
내부 유동해석기술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3단계 사업기간인 2005년까지는 <>통합병렬 프로그램환경 <>프로그램성능
분석기술 <>네트워크 병렬프로그램기술 <>그래픽사용자 환경기술 등을 개발
완료하고 <>신소재 신물질 창출 <>신약 신물질 분자설계기술 <>3차원 유동
해석에 의한 항공기설계 소프트웨어 개발을 마무리한다는 구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