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란 역시 드물다.

여전한 세계의 관심속에 실시된 5일(현지시간)의 미국 선거에서 트루먼의
역전승 이변은 보브 돌 후보에게 재현되지 않았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그것도 기대이상 압승, 20-21양세기간 교량역의
미국 대통령이 된 것이다.

미국뿐 아니라 인류가 미구에 어떤 새 세기를 맞느냐에 있어 클린턴
이상 큰 영향을 미칠 개인은 없게 됐다.

그는 민주당 후보로는 F 루스벨트 이후 52년만에 처음 재선하는
영광 외에 92년 선거때의 득표율 43%를 이번에 50%대로 끌어 올리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그런 외화에 어울릴만큼 클린턴의 집권 2기는 평탄하기보다
험난하리라는 관측을 부른다.

그것은 무엇보다 상원 다수석 유지는 물론 하원 다수당 위치마저 계속
공화당에 맡긴 미국민의 선택이 근거다.

왜 그랬는가.

거기엔 강력한 대통령에 의회 견제장치를 원하는 유권자 일반의
속성 이상으로 클린턴 자신의 과실이 크다.

선거 막바지 불거진 아시아국,담배회사,마약관련 등 냄새나는 선거
자금만의 문제는 아니다.

초선부터 과녁이던 병역, 성추문, 부인과도 관련된 비리혐의 등
부도덕성에 아무런 개선이 없었다.

이런 약점들이 이번 대승으로 묻혀지기 보다는 여전한 공화당지배
의회에서 청문회 시련까지 불가피하리란 관측이 벌써 파다하다.

그럼에도 유권자가 보브 돌 공화당후보에 참패를 안기고 클린턴을 택한
것은 무슨 이유인가.

노령에 언변부족등 돌 개인의 약점외에 깅리치 하원의장으로 대표되는
당의 극보수 강경노선에 대한 반발이 첫째로 꼽힌다.

94년 중간선거 대승이후 "미국민과의 계약"이란 구호아래 공화당이
반이민 반복지등 극한 보수입법을 향해 저지른 세몰이는 도를 지나쳤다.

특히 세차례 예산동결로 행정공백을 야기한 무리수는 선거에서 돌-켐프
참패라는 비싼 대가로 돌아왔다.

게다가 15%로의 감세공약은 돌 후보나 당자체의 지론이던 재정적자
축소와 정면 상충, "가면속에 흉한 얼굴을 감춘" 정치불신의 벽을 높이
쌓은 원인이 됐다.

세계사적 전환기가 될 2001년 초까지의 제2임기내 클린턴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안팎에 산적해 있다.

우선 내정에서 민주주의 시범국,이민과 기회의 나라로서의 제도 퇴화를
역류시켜 궤도회귀하는 소임이 기다린다.

그것은 감세로 적자를 해소하는 자기기만을 정직한 정치로 환원하며
인종차별과 복지축소의 역풍을 잠재우는데 진정한 용기를 발휘하는 일일
것이다.

대외적 과제는 유일 초강국 미국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는 일로
압축된다.

그것은 노골화하는 강대국 이기주의에 제동을 걸고 세계무역기구(WTO)의
진의를 살리는 다자질서로의 이행을 가리킨다.

또한 양극체제 와해에서 야기되는 국지분쟁과 소수민족 자치기운을
최대한 존중하는 새로운 세계 가치관을 보편화함에 있어 미국은 중추역을
해야 마땅할 것이다.

특히 동아시아에서의 헤게머니추구 태동을 진정한 환태평양 평화-번영으로
감싸는 일은 미국이 멤버국들과 긴밀협의 추진할 과업이다.

그중에도 한반도문제를 한반도 시각에서 보고 행동하는 일은 미국이
갚을 역사의 빚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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