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재 <충북대 교수>

94년도 국정감사 과정에서 한국개발연구원은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할 자동차산업은 가장 효율적인 기업으로 구성되어야 하므로 원칙적으로
진입규제를 철폐하여 시장경쟁을 제고하는 것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강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었다.

자동차의 신규진입을 허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흔히 거론되었던
과잉투자, 과당경쟁, 규모의 경제 실현, 부품산업발전, 인력수급, 기술자립,
대외개방 등의 문제에 대해 검토한 결과 신규진입이 자동차산업의 동태적인
발전에 역행할 가능성이 희박하며 과도기적으로 다소의 부작용이 우려되지만
자동차산업 내의 경쟁촉진이 국민경제적 차원에서 장기적인 이득이 훨씬 큰
것으로 분석됐다는 것이다.

이같은 논리를 철강산업의 신규 기업진출에 적용한다면 어떠한 결과가
나타날 것인가가 매우 궁금하다.

우선 국내시장의 진입장벽을 철폐해 시장경쟁을 제고하는 것이 철강산업의
경쟁력강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자.

GDP성장률이 이미 오랜기간평균 3%를 밑도는 유럽 시장에서는 철강산업이
쇠퇴기라고 하지만 평균 경제성장률이 7%를 상회하는 아시아 시장에서 각종
토목및 건축산업 수요와, 중국 베트남등 새로운 시장의 특수로 인하여
아시아권의 철강산업은 아직도 성장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는 작년도 포항제철의 생산실적및 수출실적에서도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과잉투자와 중복투자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나 시장이
성장하는 시기에 독점사업을 과점으로 전환시킨다면 혹시 나타날지도
모르는 과잉투자의 문제점을 쉽게 극복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예로 1988년 복수 항공업자를 허가함에
따라 아시아나가 항공산업에 진출한 예를 들 수 있다.

선발주자및 후발주자 모두 아직까지 시장에서 건재하며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88년 이후 항공수요의 급격한 팽창에
힘입은 결과라 할 수 있다.

물론 기존의 독점 공급자가 누리던 프리미엄이 없어지기는 하였지만
다수의 수요자는 서비스의 확실한 개선과 항공운임 안정이라는 효과를
얻었다.

과당경쟁을 이유로 철강산업에 새로운 기업의 진출을 반대한다면
이 또한 궁색한 반대논리가 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미 세계무역기구(WTO)의 철강협상에서 철강의 완전무역
자유화를 적극 지지했기 때문에 일본및 기타 동남아 기업과 한국시장에서
경쟁의 장이 곧 펼쳐질 것이다.

또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포항제철은 이미
자체적으로 규모의 경제의 한계점을 인식, 광양에 제2 제철소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최정점을 넘어선 기업이므로 이점에 있어서 새로운 기업의
진출을 막을 하등의 이유가 될수 없다.

기술자립화 문제는 새로 진출하려는 기업에 대한 철강수요구조를 분석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일정한 수준 이상의 철강을 생산해야 자동차 조선 기계등 연관 산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파급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일정수준 이상의 기술을 반드시
확보해야만 한다.

특히 자동차관련 철강제품은 자동차의 설계과정에서 신차종의 용도에
맞는 철강생산체제를 확립하거나 신품질의 철강을 생산하기 때문에
후방생산과정에 있는 자동차및 조선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특정산업에 대한 신규진입 허용이 신규진입자에 대한 특혜라고 보는
시각은 옳지 않다.

오히려 진입규제야 말로 기존 사업자에 특혜를 보장하고 있다는 측면을
살펴보아야 한다.

재벌의 규모 확대가 전체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를 우려한다면
여타의 재벌정책으로 해결되어야지 진입규제로 해결할 성질이 아니다.

예를 든다면 계열기업중 효율성이 없는 일부기업을 자율적으로
도태시키면서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도록 함으로써 전체 규모의 급격한
팽창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과 같이 시장이 성장하고 있어 신규사업자가 진입할 수 있는
여건이 좋을 때 진입시키는 것이 경쟁정책의 측면에서 바람직하므로
정부는 오히려 이를 조장해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진입의 호기를 상실하면 잠재적인 경쟁이익을 상실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와함께 효율과 경쟁을 중시하는 산업정책과 대기업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이러한 원칙아래 현재의 정책중에서 효율과 경쟁을 저해하는 규제를
과감히 개선하면서 특히 경쟁이 규제를 대체하는 새로운 게임의 법칙이
되도록 정부는 분위기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