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업계가 우리나라에 부품산업이 형태를 드러낸지 30여년만에
대대적인 구조재편기를 맞고 있다.

올들어 정부가 자동차산업 발전을위해 대형화와 전문화를 적극 유도하고
있는데다 삼성자동차의 출범으로 업계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자동차의 출범은 부품업계에도 완전히 새로운 질서를 몰고올 것으로
전망된다.

올상반기 출범한 삼성자동차는 지난 3일 삼성그룹사장단 정례인사에서
자동차출범의 산파역을 맡았던 이필곤삼성자동차대표이사부회장이 물러나고
임경춘일본본사대표가 새대표이사부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령탑이 바뀐 것은 자동차생산을 앞당기겠다는 전략으로 부품업체 육성을
위한 공격적 경영이 예상된다.

예정대로 97년말의 승용차생산을 위해선 가장 시급한것이 부품업체 양성
이기때문이다.

따라서 삼성과 제휴관계에 있는 일본 닛산의 계열부품업체와 국내부품업체
와의 합작을 통한 짝짓기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특히 자동차 산업 참여를위해 기존 부품업체나 인력을 스카우트하지
않겠다고 정부와 업계에 약속한 것이 그동안 부담으로 작용해 왔으나 신임
대표는 보다 자유롭게 사업을 펼칠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삼성자동차의 시장참여로 부품업계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업계전체
판도가 변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국내부품업체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대우자동차등과 수직계열화
돼있는 메이커가 대부분으로 전문성이나 규모에서 취약했던 것이 사실
이었다.

그러나 이제 기술력과 자금력을 갖춘 삼성자동차가 부품업체 양성에 나서
업체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상당수 부품업체들이 기존의 거래하던 완성차메이커 대신
삼성자동차의 협력업체로 등록해 시장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삼성은 100여개의 전문화된 대형부품업체를 육성시킨다는 전략이어서
경쟁력이 약한 기존 중소업체의 도태가 점쳐지고 있다.

더욱이 기술력이 우수한 닛산 계열의 전문업체와 기술제휴를 통해 신제품
개발에 나서 제품개발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자동차는 지난달까지 90여개사를 협력업체로 선정했다.

이중 현재 추진중인 10여개사를 포함, 내년초까지 40여건의 기술제휴가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도어트림 생산업체인 대원공업은 카사이공업과 기술제휴를 체결했고
태흥산업은 야자키사와 배전선기술 협력을 맺었다.

또 일본의 간세이사와 도키고사는 각각 에어백과 브레이크부품 개발을 위해
한국업체와 기술제휴를 맺을 예정이다.

삼성의 전기전자관련 계열사도 부품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새한미디어는 시광공업과 조명기기 부품기술협력을 체결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는 클라리온사및 뉴니시아젝스사등과 각각 엔진제어
부품및 자동차음향기기분야의 협력을 추진중이다.

자동차산업이 21세기 유망산업으로 인식되면서 부품업에 새로 참여하는
업체도 크게 늘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들이 중견그룹인 거평그룹 동성화학그룹과 보일러메이커인
경동보일러등이다.

이들은 사세확장 차원에서 사업다각화에 나서 의욕적으로 부품생산에 참여
했다.

경동보일러는 이달초 자본금 100억원규모의 (주)카테크를 설립, 자동차부품
사업에 진출했다.

이회사는 내년중 경남 김해에 1만평정도의 부품전용공장을 건설, 차체
보강재를 생산해 삼성자동차에 납품한다.

동성화학그룹은 지난10월 동성기공을 새로 설립, 부품업에 뛰어들었다.

이회사는 총 500여억원을 투입, 오는 2002년까지 자동차용시트 50만대
생산체제를 갖춘다.

신흥그룹으로 부상하고 있는 거평그룹도 부품업에 참여한다.

이회사는 계열사인 대한중석을 통해 프레스부품을 생산, 삼성자동차에
납품한다.

오는 98년초까지 대구공장에 생산설비를 갖추고 가동에 들어간다.

기존업체들도 신규업체의 진출에 대처, 대대적인 설비증설과 신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만도기계 대원강업 두원그룹등 대형업체뿐 아니라 중소메이커들도 설비
증설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최대 부품업체인 만도기계는 지난달 전북 익산에 자동차 완충장치
전용공장을 완공, 연간 200만대분의 쇼크업소버등 완충장치 양산에
들어갔다.

이에앞서 지난7월에는 충북 청원에 조향장치를 전문생산하는 신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대원강업은 최근 천안에 대규모 자동차용 코일스프링공장 건설에 들어가
내년 6월 완공할 예정이다.

두원그룹도 총500여억원을 투자, 공조기 생산량을 내년부터 연산 100만대
체제로 확대한다.

일진산업 대철 동원금속 한국파워트레인 일정실업 대우기전 기아정기
풍성정밀 삼웅기업 극동가스케트등도 올들어 증설작업을 마무리했다.

이처럼 부품업체들이 신증설에 나서고 있지만 업계의 앞날이 밝은것만은
아니다.

올하반기들어 이미 자동차의 내수가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고 있고 내년부터
자동차시장 개방이 확대되면 부품업체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더욱이 최근들어 완성차업체간의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메이커들이
가격인하분을 부품업체에 전가, 부품업체들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에따라 하반기들어 2차벤더등 일부 중소메이커들이 부도를 내는등
중소업계의 경영난이 부품업계에도 확산되고 있다.

"외부에서는 자동차관련 산업이 호황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도 않아요. 오히려 올들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업체가 늘고 있는
실정입니다"

자동차공업협동조합의 고문수상무는 업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내년엔 본격적인 양극화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자동차산업이 내년엔 정체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에
따라 새해 투자규모를 줄이고 신규증설도 조심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유성기업의 박기 전무는 일본 합작선들도 최근 국내업체들의 증설경쟁을
우려의 눈길로 보고 있다고 전하면서 설비증설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96년을 앞둔 부품업계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 최인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