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담 = 심상민 유통부장 ]

현금과 수표를 대신하는 제3의 화폐 또는 플라스틱머니로 불리는
신용카드는 현금없이 재화나 용역을 구입할 수있는 무현금사회의 결제도구로
이미 우리의 생활 깊숙이 자리잡았다.

신용카드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용도외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을수
있어 "요람에서 무덤까지 카드하나로"라는 구호가 무색하지 않은 실정이다.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고 윤택하게 하는 현대인의 발명품중 가장 뛰어난
고안물의 하나인 신용카드는 이제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부정사용의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건전한 카드산업발전에
걸림돌이 되고있기도 하다.

남정우 한국신용카드업협회장(삼성카드사장)을 만나 카드업의 현황과
과제를 들어보았다.

-우리나라 신용카드업의 발전상을 어떻게 설명할수 있을까요.

"지난 78년부터 국내 은행들이 부대사업으로 카드사업을 시작한이래
대기업의 전문 카드사업참여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했습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카드발급장수(백화점카드포함)는 3천5백만장으로 국민
1인당 0.8장, 경제활동인구당 1.9장에 이릅니다.

이는 1백년의 카드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국민1인당 4.7장, 일본의
1.9장등 선진국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경제수준을 감안하면 상당히 활성화된
것이라고 할수 있지요.

지난해 전체 카드사용액은 42조원으로 민간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7%에 달하는등 경제생활에서 비중이 점점 커져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직불 IC카드등 다양한 종류의 카드상품이 개발되는등 무한한
발전가능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카드업이 성장해온 한편으로 과당경쟁에 따른 부작용과 부정사용에
따른 문제점도 심각한것 같은데.

"회원이 급증하면서 도난 분실카드의 부정사용이 늘고 부실채권이 증가
하는등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양적성장에 매달려온 카드업체간의 과당경쟁에도 문제점이 있다는것을
부인하긴 어렵습니다.

종전에는 무조건 회비를 징수했지만 카드를 1회이상써야 회비를 징수
하도록 제도가 바뀌는등 수지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늘고있는만큼 업체들도
이젠 회원심사기준을 엄격히 하고 영업목표치를 적정수준에 맞추는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연체액이 누적돼 경영에 부담을 주는데 대한 대책은 있습니까.

"일시불 할부구매등 신판대금에 해당하는 매출채권의 1%이내로 맞추라는게
정부의 지침입니다. 업체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략 매출채권의
1%정도를 연체액으로 보면 될겁니다.

부실채권증가는 결국 업체의 수익구조를 악화시켜 고객서비스부실을 초래
합니다.

따라서 업계는 개인별 신용도를 종합적으로 고려, 사용한도를 정하는
합리적인 신용평가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카드사간 신용정보교환체제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매출전표유통과 같은 불법행위를 막기위한 업계의 대응책은 어떤
것입니까.

"이같은 불법행위는 업체 회원 가맹점등 카드사용관련 당사자들간 불신을
조장하고 카드에 대한 인식을 나쁘게하는데 일조하고 업체에 직접 손실을
끼치는등 폐해가 매우 큽니다.

은행간에 가동되고있는 신용정보 공동이용망을 활용하고 협회 자체적으로
회원 가맹점에 대한 신용정보를 입력한 공동정보관리체제를 구축, 과학적
으로 대응할 생각입니다.

이밖에 각사가 수시로 가맹점실사작업을 벌여 불법행위를 일삼는 위장
가맹점을 철저히 색출해나갈 겁니다"

-카드 위.변조가 갈수록 첨단화되고 있는데 업계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카드범죄가 대형화 첨단화 국제화되고 있는게 최근의 추세입니다. 개인
번호를 엠보싱하는 초기수법에서 마그네틱띠를 통째로 복제하는 수준으로
까지 발전한 형편입니다.

카드사들은 조기경보시스템등을 가동하면서 범죄행위적발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사후 조치는 역시 한계가 있을수밖에 없습니다.

회원의 카드관리가 중요합니다. 카드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필요도
있습니다"

-회원들은 어떤 주의를 기울여야 하나요.

"카드소지자들은 수시로 카드소지여부를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또 현금지급기에서 카드를 사용한후 내역서를 함부로 주위에 버리는 일은
자칫 범죄자에게 회원의 정보를 제공하는 꼴이 되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가맹점의 경우 사인확인을 철저히 하는등 범죄 예방에 노력을 기울여야
겠지요"

-카드 위.변조에 대한 대책은 없습니까.

"현재 초기단계인 IC카드가 활성화되면 위.변조우려는 사라질겁니다.

IC카드의 경우 위조를 시도하는 순간 칩에 입력된 정보가 망가져버리는등
최상의 보안장치가 돼 있습니다. 실용화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신용카드가 과소비의 주범으로 인식되는등 역기능이 부각되는 일면도
있는것 같은데요.

"역기능이 부각된데는 회원 정부 업체등 모두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
합니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말처럼 신용의식이 결여된 회원들이
함부로 카드를 쓰고 갚지못해 파산자가 돼버리고 정부도 카드업에 대한
인식이 모자라 정책의 일관성을 갖지못했지요.

업계 스스로도 시장점유율 늘리기에 급급하는등 모든것이 합쳐져 이미지가
나빠진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회원사들이 공동으로 이미지개선광고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와 사회봉사
활동등을 집중 홍보할 작정입니다"

-카드사의 수익구조는 어떻습니까.

"가맹점에서 받는 수수료수입이 주된 수익입니다. 이밖에 금융대출등의
이자수입, 여행 통판사업에서 나오는 수입, 연회비등이 수입원이라 할수
있지요.

이중 가맹점수수료 수입이 영업수익의 60% 정도를 차지해 절대적입니다.
여행 통신판매등 부대사업은 서비스차원이지 실제 이익은 미미한 실정
입니다"

-가맹점 수수료율이 높다는 지적도 있지요.

"카드사업은 박리다매의 소매금융업이므로 기본적으로 많은 마진을
남기기가 불가능하게 돼 있습니다.

이용액의 평균 3.3%인 수수료를 가지고 인건비 관리비 장치비등을 감당
하기란 대단히 힘든 일입니다. 선진국의 가맹점수수료 2.5~7%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1.5~5%는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닙니다.

더구나 선진국의 경우 7%미만의 조달금리에 17~18%에 이르는 이자율로
사업을 하지만 우리는 13%를 웃도는 조달금리에다 17% 이자를 받고있는
실정이므로 게임이 안됩니다.

이때문에 회원사들에 무이자할부판매등 출혈경쟁을 자제하자고 호소하는
형편입니다"

-그렇다면 국내카드사들의 수익구조가 매우 취약하다는 얘기입니까.

"그렇습니다. 일본의 경우 채권회수율이 99.7%에 이르지만 우리는
그보다 훨씬 낮습니다. 못받는 돈이 그만큼 많다는 얘깁니다.

개인의 신용의식이 아직 철저하지 못한데다 금리차이로 인해 우리나라
카드사들의 수익구조는 매우 취약한 실정입니다"

-최근 카드사들이 마일리지 서비스에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는데 이 역시
수지악화를 초래한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맞는 얘깁니다. 이같은 출혈서비스는 경영에 큰 부담이 되고 결국
서비스저하를 가져옵니다.

최근 각사 대표들이 모임을 갖고 힘에 벅찬 무모한 경쟁을 자제하자는데
합의했습니다. 이번 경우에도 앞으로 협회차원에서 항공사측과 협의해
계약조건을 재조정키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오는 97년 금융시장개방이 다가오는데 국내카드사들은 대외경쟁력강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있습니까.

"비자나 마스타카드가 세계카드시장을 석권한 상황에서 해외로 나가 국내
브랜드를 정착시키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다만 이들 브랜드와
제휴하는 속에서도 국내카드사의 위상을 높이는 노력을 아껴서는 안되
겠지요.

금융시장이 개방되면 영업에 대한 노하우 자금력등에서 절대 열세에
놓일것은 분명합니다. 따라서 국내업체들끼리 내부경쟁으로 재무구조를
악화시키지말고 공존할 수있는 분위기를 조성해가야 합니다.

정부도 카드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버리고 각종 규제완화와 업무영역
확대로 체질을 강화하는데 도와주어야할 것으로 봅니다.

국민들 역시 "신토불이"란 말처럼 외국계보단 우리카드를 애용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경쟁력강화와 관련, 정부의 규제가 풀려야 할 부문은 어떤 것이 있나요.

"업무영역의 확대가 가장 시급합니다. 자금조달을 위해 카드사에도
예탁증서발행등 수신기능을 허용해주어야 합니다. 이밖에 여행자수표
발행이나 환전업무를 자유롭게 할수있도록 해주는 일도 필요하다고 생각
합니다.

리스 증권사에 카드업을 허용한다는게 정부방침이라면 카드사에도 리스
증권업을 허용하는게 형평성에 맞지않습니까"

-가맹점 상호개방등 협회차원에서 추진해야할 현안이 많을것 같은데요.

"회원들의 편의를 높이기위해 가맹점상호개방은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가맹점의 공유는 가맹점숫자가 업체마다 큰 차이가 있는 경우에는 몰라도
지금과 같이 엇비슷한 상황에선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밖에 실질적인 카드사업을 하고있는 은행들을 협회회원사로 가입시키는
일도 꾸준히 추진할 것입니다. 회원사를 확대해 예산이 확충되면 신용
정보망의 자체가동등 공동이익을 꾀할수있는 일을 강력히 추진할 계획
입니다"

-카드거래 감세제도에 대해선 어떤 견해를 갖고 있습니까.

"신용카드 가맹점에 대한 세제혜택을 확대하고 카드매출에 대한 과세특례
적용을 늘려가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과표누출을 우려한 가맹점의 매출
전표 불법유통과 카드취급 기피현상이 대폭 줄어들것으로 봅니다.

카드거래감세제는 조세형평성을 높이고 세원확대에도 크게 기여할수있습니
다. 카드거래를 활성화하면 "넓게 고르게 적게 거두는" 이상적 조세행정에
큰 도움을 주리라고 봅니다"

-카드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것 같습니까.

"세계적인 추세로 볼때 오는 21세기에는 IC카드 하나로 지하철 버스등
교통수단, 선불 직불 후불등 결제수단, 신분증 운전면허증등 증빙수단등
온갖 용도로 쓸수있을것으로 봅니다.

IC카드의 대용량 칩에는 다양한 정보입력이 가능해 집안에 앉아 무역거래
쇼핑 뱅킹등이 기술적으로 가능합니다. 세계적인 업체들인 비자 마스타카드
IBM 마이크로소프트등을 비롯 각국의 은행 카드사들이 이러한 원(One)카드
시대를 앞당기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정리=강창동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