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선거공약이라고 19일 한날 민자 민주 양당이 내놓은 항목들을
훑어보고 긍정보다는 동문서답처럼 아귀가 맞지 않는다는 반응이
더 많다.

아무리 지자제 경험이 일천하기로 그 항목들이 지방선거 공약에
어울린다고 보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정원 자율화를 통한 대학 진학기회 확대,장기근속 우수공무원에
대한 효친휴가 등이 민자당 64개항 공약의 전형이다.

민주당 역시 교통관련 세금및 범칙금의 전액 교통관련 투자를 비롯해
민자당과 크게 다른게 없어 보인다.

이것을 놓고 사실상 실현 가능한가의 실제적 타당성,반복 재탕의
여부,득표만을 의식한 질적수준의 고저를 따지고 싶진 않다.

물론 예산확보 가능성등 검중이 안된 무책임한 공약성 공약,속들여다
뵈는 사탕발림의 공약들이 적지않게 눈에 띄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양당의 공약이 신선감이나 기대를 주기보다 실망을 안겨주는
주된 이유는 내로라 하는 대정당들이 지방자치의 진의를 아예 모르거나,
유권자들이야 제대로 알겠느냐며 눈가리고 아옹해 보자는 심산이거나
둘중에 하나처럼 보인다.

잠시 생각해도 6월 선거가 지방자치를 본격 실시하기 위한 통합
지방선거임이 분명하고 그럴진대는 중앙당이 할 공약과 각당의 지부나
출마자 자신들이 내놓을 공약은 성격부터 다를수 밖에 없다.

중앙당은 분권의 정도등 지자제 자체외 성격규정,재정확보등 추진방향,
현행법의 미비점과 그 개선방향 같은 향후의 지방행정 정책사항을 내놨어야
마땅하다.

그렇잖아도 재정자립도,자치단체장의 중앙정부 및 지방의회와의 권한
획정 등에서 현행법상 애매하고 불분명한 점이 심심찮게 논의돼 왔다.

이번 공약이야 말로 이런 지방자치 정책방향들을 담아야 옳은데
이에는 언급도 없이 입시 전인교육 교통시설등 어디까지나 전국
일률의 제도에 관한 정강들을 내걸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지방별로 그런 제도를 달리 하자는 건가.

아마도 이같은 공약을 같은날 내건 것은 그것으로 당의 우열을 가려
전국적으로 자당 후보에게 유리하게 몰아가자는 순수한 뜻이 담겨 있을
법하다.

또는 경쟁당이 하니까 안할수 없다는 심리가 작용했는지 모른다.

동기야 어찌됐건 그 방향은 특히 민자당 스스로가 경계하던 지방선거의
중앙정치화를 자초하는 결과밖엔 가져올 것이 없다.

게다가 공무원휴가 공약에 이르러서는 독재화 방지와 민주주의 공고화라는
6월선거 궁극의 목표는 완전히 망각한채 당차원의 승리에 눈이 어두운
구태의연한 정치프로적 발상을 감추지 못한다.

더구나 토지행정등 막강한 재량권을 둘러싼 단체장의 불법행위나
부패방지,토착세력 연계의 인사불공정 배제등등 지방자치의 앞날에는
희망 못지 않게 난제가 산적해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각 후보자는 지역실정에 맞고 스스로 할수 있는 개별공약을
신중히 연구해 내걸고,각당은 얼버무리지 말고 지자제에 관한 근본정책
방향을 이 기회에 소상히 밝혀 주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