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탐조회 활동은 이렇게 시작됐다.

LG그룹 회장실에서 근무할때인 85년 회사는 탐조회를 발족하고 회원을
모집했다.

얼마나 근사한가! 탐조활동이란 것이. 테니스나 등산처럼 과격하지도 않고
이기고 지는 것도 필요치 않다.

골프같이 약간의 곱지 않는 시설(?)도 없다.

또한 영국의 귀족들과 상류계급이 즐기던 고급활동이다.

게다가 보통 1박2일로 탐조활동을 떠난다니 저녁 행사에는 반드시 술
한잔하는 모임이 있을 것이다.

나는 탐조활동의 고급성과 중요성을 당시 회장실 홍보팀의 상사 동료
부하직원에게 역설, 우리팀 모두를 탐조회에 가입토록 했다.

그래서 지금은 뿔뿔이 흩어졌지만 당시 이인호이사(현LG애드부사장),
하건영부장(현LG전자상무), 박장호과장(현LG증권지점장), 최영택과장(현
LG애드국장), 손중기과장(현내외경제부장)등 모두가 참여했고 아예 탐조회
회장을 하건영부장이, 총무를 손중기과장이 맡는등 탐조회 고위직을 독식
하는 영예(?)를 누렸다.

그리고 이 분야에 세계적 권위자인 경희대학교 윤무부교수님을 고문으로
모셨다.

우선 새부터 보러 가기로 했다.

이유인 즉 "불여일견"이지만 속마음은 저녁 행사에 쏠렸다.

그러나 뭐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모든 회원들은 농부같은 옷차림에(새를 볼때 현란한 옷차림은 금물이다)
숨을 죽이며 새에 접근했고 한마리의 새를 볼때마다 탄성을 질렀다.

마수걸이 치고는 그런대로 성공했다.

경포에서 고니를 보고 바다에 떠 있는 논병아리처럼 생긴 새도 관찰했다.

회원 모두가 새의 종류야 어쨌든 많은 새가 군집해 있는 곳을 보기를
원했지만 윤교수님은 탐탁치않게 느꼈던 것 같다.

어쨌든 다수의 뜻에 따라 가보았던 포구에서 수많은 새들이 생동적으로
비상하고 자맥질하는 모습에 회원 모두가 큰 감동을 받았다.

몇차례 탐조활동이후 우리는 자연스레 활동방향을 잡아갔다.

새를 보호하자는 것이다.

우선 우리 회사(여의도 쌍둥이빌딩)에서 훤희 보이는 밤섬에 모여 있는
겨울 철새에게 모이를 주는 것이다.

폭설이 쏟아지면 새는 먹거리가 아주 부족하다.

모이를 주러 밤섬에 들어가 보니 주변이 매우 지저분했다.

온갖 쓰레기 폐비닐등이 산재했다.

당연히 우리는 밤섬청소를 제안했고 주기적인 청소를 해왔다.

서울시로부터 밤섬 철새보호 명예회원증도 받았다.

더 나아가 밤섬과 겨울 철새를 아끼는 시민들을 위해 한강고수부지에
망원경을 다수 설치하는등 탐조조망대도 설치했다.

회원들은 인근공원 회사주변에 새집 달아주기 그리고 조류사랑을 위해
사보에 캠페인하기등 주옥같은 일들을 진행시켰다.

회사도 탐조회 활동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그때 우리는 정말로 새들
에게 미쳐 있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