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은 슈퍼 엔고로 제조업의 공동화현상이 심화되어 공장의
해외이전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일본경제신문 보도에 의하면 일본제조업의 해외설비 투자증가 추세가
이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즉 제조업의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은 90년 20%,92년 10%,93년 -3%인데
반해 연도별 대외직접투자증가율은 90년 -22%,92년 마이너스 21%였던
것이 93년엔 11%로 역전했는데 94년엔 20%를 약간 상회하였다.

일본의 수출추이도 흥미로운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즉 일본의 총 수출을 100으로 보았을때 70년도의 대아시아수출은 31.1%,
대북은 36.8%, 대유럽은 17.6%, 기타지역이 14.5%를 각각 차지했었다.

20년뒤인 90년에는 대아시아수출이 34.2%, 대북미 36.3%, 대유럽이 23.4%를
각각 나타냈다가 94년엔 대아시아수출이 42.4%, 대북미 34.4%, 대유럽 수출
이 17.1%, 기타지역 6.1%를 각각 나타내었다.

해를 거듭함에 따라 대아시아지역수출은 늘어나 94년 수출은 70년대비
무려 11.3%가 늘어난데 반해 대북미는 2.4%, 대유럽은 0.5%가 각각
감소했음을 보여 주고 있다.

대아시아수출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슈퍼 엔고를 견디지 못한 닛산자동차회사는 최근 도쿄근처의 한 자동차
조립공장을 폐쇄하고 7,000여명의 종업원을 곧 일시해고(lay-off)할 계획
이라고 발표했다.

소매업자들도 상당수가 슈퍼 엔고때문에 오랫동안 거래관계를 유지해 왔던
상품공급업자들과의 거래를 축소 또는 중단하고 값싼 수입품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비효율적이고 다단계적인 재래식 유통구조가 슈퍼 엔고로 지각변동을
일으켜 무너지기 시작했는데 가격파괴전략을 도입한 대형 할인판매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보호무역정책과 두터운 관료주의의 벽이 일본무역의
과대한 흑자를 초래했고 이것이 슈퍼 엔고를 불러와 달러당 80엔대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일본기업들은 깨닫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공장의 해외이전을 통한 돌파구를 모색하게 된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기업들은 공장의 해외이전을 더욱 서두르게 되었는데
한국을 수평분업의 파트너로 생각하는 새로운 인식이 최근 일본 재계에
널리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저명한 경제평론가인 하세가와 게이타로는 일본의 경제적 파트너
로서 수평분업을 할수 있는 나라는 아시아에서는 한국뿐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일본의 다른 경제전문가들도 하세가와 게이따로와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는데 이런 주장의 논리적 근거로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들고있다.

우선 한국은 다른 어떤 아시아국가보다도 앞서서 60년대에 경제개발에
눈을 떠 일본과 비슷한 사회간접자본(SOC)시설과 기간산업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 한국은 아시아에서 일본다음으로 세계수준의 튼튼한 중화학공업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교육수준과 손재주가 뛰어난 노동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고 문화적 인종적
유사성이 가장 크며 다른 아시아국가의 기업들보다 한단계 높은
기술수준과 품질관리 납기엄수등의 관리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토추(이등충)상사의 서울지점장은 지금부터 일본기업의 "한국진출
제2파"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일본의 세계적인 여자 속옷 메이커인 "와코루"의 한일합작회사인
신영와코루의 이등정산씨는 문예춘추(95년5월호)에서 "브래지어는
개당 1,500엔짜리에서부터 1만5,000엔에 이르는 고가품에 이르기까지
그 폭이 다양한데 개당 1만엔 이상의 고가품은 한국의 기술수준이
아니면 만들어 내지못한다.

싸구려 저가품은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제품과 경쟁할수 없으므로
개당 2,500~3,000엔까지의 상품중심으로 생산 수출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일본측이 한국과 수평분업으로 손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것은 물론
슈퍼엔고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볼수 있다.

아무리 기술의 절대우위가 있다고 하더라도 80엔대의 엔고상황에서
일본내의 생산.수출은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비록 한국의 기술수준이 일본보다 낮고 불량품 발생률이 더 높은데다
인건비도 매우 비싼 "디메리트"도 있지만 아시아에서 일본과 수평분업을
할수 있는 최적격국은 한국뿐이라는게 최근의 공통된 일본내 여론이다.

따라서 일본의 슈퍼엔고를 선진국진입과 경제적 재도약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 우리정부당국은 일본기업이
한국에 들어와 상품을 생산.수출할수 있는 가장 유리한 여건을 만들어
주는 획기적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예컨대 투자절차 조세 금융 과실송금 수출입절차 등에 특별한 배려를
할 필요가 있다.

하버드대학의 거센크론교수가 말한 후발개도국의 이점을 최대한
살린 압축경제로 성공한 한국은 이제 조선 전자 반도체 섬유 자동차
철강등 분야가 세계6위권안에 드는 거대한 중화학공업국가가 되었다.

이러한 한국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 일본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종래 일본이 담당했던 "공산품의 세계적 공급자"역할을 한국이 대신
담당하는 세계화전략을 펴나가야 한다.

이제 한국은 중화학공업과 같은 하드웨어산업에다 소프트웨어를
접목시키는 "성숙산업의 첨단화"를 실현하여 한국을 세계적 규모의
"공산품 공급지기"로 만드는 과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