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봉 < 투자금융경제연구소 소장 >

금리자유화로 금융기관의 수신경쟁이 가격경쟁의 양상을 보임에 따라
작금에 고수익 금융상품이 대거 출현하고 있다.

또한 자금투자자의 금리민감도도 높아져 금융상품간 또는 금융권간 자금
이동도 빈번해지는 추세에 있다.

이를 반영하여 은행의 신탁계정 비중이 총수신의 절반을 차지하게 되고,
은행은 고원가성 자금조달로 인해 자금의 고수익운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은행신탁계정이나 연.기금의 증가로 기관투자가의 자금운용이 투금사의
CP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여 자연적으로 도매금융과 소매금융으로 분화
되고 있다.

특히 자율화조치로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증대하여 기업및 금융기관의
자금운용의 단기화가 지속됨에 따라 단기금융시장의 중요성이 새삼스레
부가되고 있다.

단기금융시장은 각 경제주체가 단기자금의 수급불균형을 조절하기 위하여
통상 만기 1년 미만의 금융자산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이는 정부가 통화관리를 수행하는 시장이며, 금융기관들이 자금과부족을
조절하는 시장인 동시에 일반 투자자들이 여유자금을 운용하는 국민경제적
시장이다.

단기금융시장의 활성화로 기업운영자금의 적기 공급과 함께 기업의 금융
비용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즉 가계및 법인을 포함한 개별 경제주체의 유동성 관리에 따른 기회비용을
최소화하여 금융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단기금융시장은 콜 환매체 CD 통화안정증권 재정증권 기업어음(CP) 상업
어음 무역어음시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CP시장은 단기금융시장 하부시장 중 가장 큰 시장으로 은행의 대출
시장을 보완하여 기업의 단기자금조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이 기대되는 부문
이다.

CP는 융통어음으로서 상거래에 수반되어 발행되는 진성어음과는 달리
기업이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것으로 기본적으로 무담보 어음이다.

따라서 CP의 할인.매출은 고도의 위험이 수반되는 업무로 당해기업에
대한 엄밀한 심사분석등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한 업무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단기금융시장은 금융기관 여수신시장의 일종으로
간주되어 정책당국이 시장별로 직.간접으로 간여함에 따라 하부시장간
금리의 연계성이 거의 단절되고 있어 전체시장의 효율성이 상당히 낮은
실정이다.

따라서 시장원리에 따라 시장참가 주체들의 금리재정거래를 통하여 각
부문시장이 상호유기적으로 밀접한 연관관계를 유지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투자자의 자금을 효율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신종 금융상품의 도입과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여 단기금융시장을 질적.양적으로 성숙시켜야 하겠다.

한편 금융국제화의 추세에 따라 외자의 유출입으로 해외부문의 비중이
증가하여, 국내외 금융.자본시장의 연계성이 높아지고 있다.

상품및 서비스 수출입 거래와 장단기 해외투자와 관련된 일체의 외환거래와
자금결제는 환율및 국제수지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국내 화폐시장의
유동량, 유동성및 국내금리수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방경제에서는 이미 국내 금융시장, 국제금융시장의 구분이 모호해져
전통적인 국내금융시장과 국제금융은 단일한 금융영역으로 통합되고 있다.

국제화 진전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 CP발행 또는 국내에서의 외환표시 CP
발행, 외국 기업의 국내에서의 CP발행등에 관한 금융서비스가 원활히 제공
되는 여건의 마련이 시급하다.

근래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자금조달면에서 양극화현상을 보이고 있다.

즉 대기업은 그간의 호황으로 자금사정에 여유가 있음에도 설비투자수요
증가와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에 대비한 자금수요로 소요자금을 미리 확보해
왔다.

그러나 경기활성화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어음부도율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은 담보부족으로 은행권에서의 대출이 어렵고, 중소기업
발행어음은 위험성이 높아 사채시장에서도 외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기운전자금지원에 특화된 투금사의 중소기업 금융수요의 종합
관리능력 향상과 자금지원 서비스의 확충이 절실하게 되었다.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려면 금융기관이 공단이나 중소기업
밀집지역등 고객에 가까이 입지하여 당해기업의 영업내용 성장전망등의
금융관련 정보를 효율적으로 축적하여야 한다.

또한 금융기관의 자본금 충실화및 대형화로 안정성을 제고하고 금융중개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이 시급하다.

이는 중소기업지원 강화에 따른 고위험자산 증가로 부실채권발생이 야기
되더라도 이것이 금융기관 자체의 부실화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편이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