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서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재화는 배타적으로 사용되고 그
재화를 획득하기 위해 경쟁을 해야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가로등의 불빛"과 같은 재화는 모든 사람이 얼마든지 공유할수
있으므로 배타성도 경쟁성도 없다.

이러한 재화를 공공재라고 한다.

이른바 합리적 선택에 따라 결정되는 민간재와는 달리 배타성도 경쟁성도
없는 공공재의 경우에는 그 공급량을 얼마로 해야할지를 결정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하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투표에 의한 방법이다.

투표를 통해서 공공재의 공급량을 결정할 경우 균형이란 어떤 수준의
공공재에 대해 더 많거나 더 적은양의 공공재를 바라는 다수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균형을 이같이 정의하면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는 균형이 존재하지
않는다.

갑.을.병이라는 세사람이 1,2,3안에 따라 공공재를 공급하는 방법을
놓고 투표를 한다고 가정하자.그런데 갑은 1안 보다는 2안을,2안보다는
3안을 좋아하고 을은 2안 보다는 3안을,3안 보다는 1안을 좋아하고 병은
3안 보다는 1안을,1안 보다는 2안을 좋아한다.

이런 경우 정부에서 어떤 안을 내놓고 투표를 해도 항상 다른 방안에
따른 공공재의 공급을 선호하는 사람이 다수가 된다.

예를 들어 1안과 2안을 놓고 투표를 할 경우 갑과 병은 2안을,을은
1안을 좋아한다.

또 2안과 3안을 놓고 투표하면 갑과 을은 3안을,병은 2안을 좋아한다.

마지막으로 1안과 3안을 놓고 투표하면 을과 병은 1안을,갑은 3안을
좋아한다.

결국 1안에 대해서는 2안이 다수이고 2안에 대해서는 3안이 다수이고
3안에 대해서는 1안이 다수가 되므로 어떤 안으로 결정되어도 그 안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 다수가 된다.

이것이 이른바 투표의 역설이다.

투표의 역설을 해소하는 방안으로는 각 방안에 대해 서로 다른 비용을
부담하게 함으로써 3가지 안중에서 가장 좋은 안을 하나만 고를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경제문제와 관련된 민주화는 다수결의 원리만 가지고는 부족한,그래서
더욱 어려운 문제인가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