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시대의 제왕을 꿈꾸던 사나이" "뉴미디어시대의 슈퍼 세일즈맨"

새로운 미디어왕국을 건설하려다 실패의 길로 들어선 휘틀 커뮤니케이션사
의 크리스토퍼 휘틀회장(46)을 동료들은 이렇게 부른다.

그는 20대에 미디어산업에 도전, 20여년간 뉴미디어시대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으나 실패한 불운한 기업가이다.

그가 젊은 나이에 한때 미디어업계에서 "무서운 아이"로 주목을 받았던
것은 미디어광고시장의 기존 관념을 깨고 새로운 경지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기존 미디어가 외면하던 의사진찰실 학교교실등에 뉴미디어를 제공하면서
새로운 광고시장을 개척했다.

위성TV를 이용, 전국 1만2천개학교에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광고를 함께
보내는 방송국 "채널 원", 의사들에게 의학정보와 광고서비스를 제공하는
"메디컬 뉴스 네트워크", 병원진찰실 앞 대기실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기다리는 동안 각종 정보를 잡지나 비디오로 제공하는 "스페셜 리포트
네트워크"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채널 원"은 지난 8월5일 3억달러에 K-III로 넘어갔고 "스페셜
리포트 네트워크"는 지난 2월, "메디컬 뉴스 네트워크"는 8월에 각각 2천
5백만달러와 3천5백만달러의 손실을 남긴채 문을 닫고 말았다.

휘틀회장이 가장 애착을 갖고 매달렸던 사업은 "에디슨 프로젝트".

전국에 있는 초중등학교를 체인으로 묶어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광고를 통해 수익을 챙기자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프로젝트는 교육프로그램 작성을 위해 이미 4천만달러를 투자했으나
추가로 5천만달러가 더 필요, 결국 자금부족으로 손을 들고 말았다.

여기에는 전미교육위원회의 강력한 반대도 크게 작용했다.

신성한 학교를 상업화할수는 없다는 것이 전미교육위원회의 주장이었다.

이위원회는 각 지방분회에 "채널 원"에 광고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연금
기금이 투자를 하지 말도록 강력히 지시, 광고주들에게 압력을 가했다.

휘틀회장은 이프로젝트야말로 자신이 시작한 사업중 가장 중요한 사업이며
휘틀 커뮤니케이션에 희망을 주는 사업이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휘틀 커뮤니케이션그룹이 이처럼 중도 하차한데는 회사규모에 비해 너무
무리한 투자를 한것이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연간 수입이 2억달러에 지나지 않는 그룹이 메디컬 뉴스 네트워크,
에디슨, 스페셜 리포트등 대형 사업을 거의 동시에 시작, 자금압박을 견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휘틀회장이 회사경영을 잘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전국적인 방송이 아닌 지역방송에 어울리지 않게 정부나 언론계에서
거물들을 스카우트, 거액을 지급함으로써 부실경영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휘틀회장의 자기과시욕과 이에 따른 낭비벽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각종 파티에 물쓰듯이 경비를 지출, 돈을 쓰는데는 망설임이 없었다는게
주변의 얘기다.

회사가 남의 손에 넘어갔어도 그의 개인자산은 4천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주변인사들은 추산하고 있다.

뉴욕주 이스트 햄프턴에 집이 있고 맨해턴의 피프스 애브뉴에 타운하우스도
소유하고 있다.

또 테네시 노스빌에도 집을 갖고 있으며 버몬트주의 농장은 얼마전에 처분
했다고 한다.

친구들에 의하면 그의 집들은 모두 1천만달러가 넘는 호화주택이라는 것.

사업이 한창 번창하다가 주저앉은 그를 놓고 미디어업계에서는 "시대를
너무 앞서 간 선각자"라는 평가와 "보따리장수"라는 엇갈린 평가를 내리고
있다.

"보따리 장수"라는 평가는 그가 잡지 "스페셜 리포트"를 뉴욕타임스등
저명한 신문에 광고하면서 구독자가 1억명에 달한다고 과장광고를 한데서
비롯되고 있다.

실제 2천5백만명에 달하는 구독자를 과대 선전, 그의 신뢰성에 먹칠을
하고 말았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뛰어난 세일즈맨십으로 굵직한
광고주들을 물었던 그가 다시 재기에 성공할는지 미국의 미디어업계는 주시
하고 있다.

<최완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