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이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의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저리의 풍부한 자금과 양질의 노동력과 함께 편리한 사회간접자본시설을
갖추는게 경쟁력강화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유럽통합으로 경제적
국경이 사라진 이후로는 각국이 우량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도 이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우루과이라운드 타결로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이 불가능하게된 것도 투자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유럽통합의 역사적 상징물이 될 유러터널. 오는 5월6일로 예정된 이 해저
터널의 공식개통일엔 영국의 엘리자베스여왕과 프랑스의 미테랑대통령이
터널 중간에서 만나 샴페인을 터뜨리게 된다. 이제 영국이 더이상 섬나라
취급을 받지 않게 된 것이다.

유러터널의 개통으로 파리~런던간 4백80km의 철도여행시간은 지금까지의
7시간에서 50km인 해저터널을 고속열차로 달릴 경우 터널통과에만 35분이
걸린다. 개통식과 함께 파리~런던,런던~브뤼셀간을 TGV열차가 하루 15회
정도 운행할 계획이다.

영국의 포크스톤과 프랑스의 칼레 사이의 도버해협을 연결하는 해저터널의
공사에는 지난7년동안 무려 10조원이 넘는 돈이 투입됐다. 이 엄청난 재원이
국가나 공공기관의 보조없이 민간자본에 의해 조달돼 건설된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관련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는 이른바 "민자유치사업"인 셈이다.

건설주체인 유러터널사는 영국과 프랑스의 10개 건설회사와 5개은행이
컨소시엄형태로 구성한 것이다. 건설자금은 유러터널사가 일부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보험회사 은행이나 공채를 발행해 조달했다. 유러터널사는 대신
오는 2042년까지 50년동안 이 터널을 독점 운영하게 된다. 이 기간동안
건설재원을 뽑아야 한다는 계산이다. 운영허가기간이 지나면 터널 터미널
화물화차장 등이 각각 양국 정부시설로 귀속되기 때문이다.

유러터널 뿐만아니라 요즘 영국 프랑스는 물론 독일에서도 도로 철도등
사회간접자본시설을 민간자본에 의해 건설하려는 계획이 붐을 이루고 있다.

프랑스정부는 새로 건설될 고속철도(TGV)구간을 민간자본을 유치해 건설
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기왕에 건설된 파리~리용선등은 정부재정으로
건설했으나 새로 계획중인 파리~보르도,파리~스트라스부르그 구간은 재정
지원만으로는 추가건설이 어려운 탓이다. 이용률이 낮아 적자운영이 예상
되기 때문이다. "가능한한 적자규모를 줄이기위해 정부와 민간자본이 공동
으로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는 프랑스국영철도회사의 자크지베르
금융담당이사의 설명에서도 사회간접자본확충을 위한 프랑스 정부의 의지
를 읽을수 있다.

독일도 유료터널 교량건설등 사회간접자본건설사업에 민간기업이 참여할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중이다. 독일정부는 지난 2월말 규제완화와 민영화
정책의 일환으로 기업들이 사회간접자본건설에 참여할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의회에 상정했으며 우선 고속도로건설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 39억
마르크가 들어가는 12개 고속도로를 민간자본으로 건설토록 한뒤 15년뒤에
정부가 리스방식으로 사들여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부족한 재정사정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간접시설을 확충하려는 고육지책인 것이다. 이와함께 국영
루프트한자항공사도 민간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밖에도 많은
국영기업들이 민영화대상에 올라있다.

유럽 각국이 이처럼 민간자본을 유치해 사회간접자본건설을 서두르고
국영기업을 민간에 넘기는 것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가
직접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할 수 없는 만큼 경쟁력강화에 필수적인 기본
시설을 원활히 공급함으로써 간접적인 지원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사회간접자본확충을 위한 민자유치사업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미국 의회예산국의 추산에 의하면 2000년까지 인프라건설에 약 8천억달러가
소요된다고 한다. 유럽의 교통 통신망 개선을 위해선 연간 1천억 내지
1천1백억달러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이 엄청난 재원을 적자에 허덕이는
재정에서 부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게다가 민간기업들의 효율이 더 높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민영화를 통해
기업들이 정부의 간섭없이 자유롭게 의사결정을 함으로써 이익이 크게 증가
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자동차생산업체인 재규어사는 민영화 이후
이익이 9천1백50만파운드에서 1억2천만파운드로 증가했다. 근로자들에게
주식을 배정함으로써 노사의 구별이 없어지고 근로자 역시 회사성공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도 큰수확으로 꼽힌다. 상품의 질이 높아졌고 서비스
도 개선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재정수입도 크게 늘어났다. 영국의 경우 민영화초기인
80년에는 3억7천만파운드에 불과했던 매각대금이 87년엔 무려 43억5천만
파운드로 증가했다.

이런 점에서 재정능력이 충분하지 못하고 인프라가 부족한 나라에선
민영화나 민자유치사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볼수 있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리스크를 부담하는 민간합동개발
방식(제3섹터방식)에 의한 사업추진도 늘고 있다. "유럽의 현경제상황을
볼때 민자유치사업은 하나의 해결책이며 기업경쟁력회복에 기여할 것이다"
는 프랑스 국립건설교통대학 에밀 키네교수의 지적은 정부와 민간기업의
역할분담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된다.

경쟁력강화를 위해 정부와 민간기업이 역할분담으로 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에 나서고 있는 유럽의 기대를 가늠케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