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대형승용차의 시장경쟁이 본격화된다.

그동안 배기량 3천cc미만의 승용차에 주력하던 국내 자동차업계가 올들어
3천2백-3천5백cc급 승용차를 잇따라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수입승용차
로 명맥을 이어오던 3천cc 이상의 최고급 대형승용차시장이 국내자동차시장
의 새로운 승부처로 자리를 잡을 전망이다.

더욱이 새롭게 선보인 대형승용차의 가격은 수입승용차와 별다를 바없는
4천만원대를 호가,그동안 부진을 면치못하던 수입자동차의 운신폭도 크게
넓혀놓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는 14일 국내승용차중 최대 배기량과 차체의 대형승용차
"그랜저 3500"을 개발,판매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대우자동차도 3천2백cc 급 대형승용차 "아카디아"의 계약에 들어간데 이어
오는18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신차발표회를 갖는다.

국내 최초의 본격 대형승용차인 그랜저3500과 아카디아는 "최고급"이라는
단어에 걸맞게 성능과 각종 사양이 고급화돼 외제승용차와 전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 이들 업체의 주장이다. 대형승용차를 내놓게 된것도 승용차의
수입관세가 크게 낮아지고 있어 국내 대형승용차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
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신차의 특징은 우선 성능이 크게 좋아졌다는 것이다.

현대 그랜저3500는 3천5백cc V6 DOHC엔진을 탑재,국내승용차중 최대인
2백25마력의 출력과 최고시속인 2백10km 을 낼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동안 국내승용차중 최대출력은 그랜저3.0의 2백5마력, 최고
시속은 스쿠프의 2백5km였다. 국내 처음으로 퍼지(Fuzzy)변속제어 자동
변속기를 채택했다. 이장치는 도로의 경사각도,굴곡,운전자의 브레이크
조작등 갖가지 정보를 컴퓨터가 종합판단해 가장 적합한 변속단을 결정한다.
변속기내 장착된 마찰제어장치(TCS)는 발진 가속시 미끄럼을 방지하고 선회
안정성을 높였다.

안전면에서는 앞좌석에 시트벨트 프리텐셔너를 적용한 것이 특징. 이는
차량충돌시 에어백과 화약이 동시에 폭발,에어백이 만개되기까지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시트벨트를 거꾸로 되감아주는 장치이다.

첨단 전자제어방식 서스펜션(ECS)를 채택했으며 4륜 독립현가장치를 적용
승차감을 높였다.

편의장치로는 솔라컨트롤유리를 채택,태양광을 효과적으로 차단해 여름철
냉방효과를 높이고 내부변색을 방지했다. 또 트렁크를 모터가 작동해
닫아주는 파워트렁크록을 장치,트렁크를 닫을때 발생하는 충격음과 진동을
없앴다. 조수석을 전동식으로 움직이는 조수석 워크인장치를 적용했다.

대우 아카디아는 3천2백cc V6 24밸브엔진을 장착했다. 대우측은 이엔진이
일반 SOHC엔진의 간단한 구조와 저소음의 장점에 24밸브의 구조를 갖춰
동급 DOHC엔진보다 앞선다고 말하고 있다. 최대출력은 2백20마력,최고시속
2백5km 이다. 전륜구동형에 엔진을 종치형으로 탑재해 차량의 무게를
효과적으로 배분,승차감을 높였다. 퍼지이론을 도입한 자동변속기는 7단계
변속레버의 작동으로 수동변속기의 장점도 수용했다.

축간거리를 넓혀 승차감을 높였는데도 최소회전반경은 5 4m로 동급차량중
가장 짧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안전장치로는 시트벨트 프리텐셔너외에 조수석까지 에어백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충돌시 충격이 최대한 분산되도록 기본 프레임이 설계되었으며
바디판넬의 87%를 아연도강판으로 제작했다. 강판두께는 0. 85mm 이다.

편의장치로는 운전자의 체형에 따라 시트위치를 기억하는 시트위치
메모리기능을 적용했으며 운전석은 물론 뒷좌석도 파워컨트롤 기능을
갖추었다.

그랜저3500의 가격은 고급형이 4천2백50만원, 골드형이 4천3백80만원이다.
아카디아는 디럭스형 수동은 4천75만원,자동은 4천1백95만원이며 슈퍼형
(자동)은 4천3백30만원이다. 따라서 등록비용을 포함한 이들차량의 구입
가격은 약5천만원선이다.

현대는 그랜저3.0을 포함해 3천cc 이상급의 승용차판매목표를 1만대이상
으로 책정하고 있으며 대우는 아카디아의 판매목표를 7천3백대로 잡고 있다.
여기에 기아의 포텐샤3.0과 세이블 판매목표 1천5백대를 합하면 이들3사의
3천cc 이상급 승용차판매목표는 2만대정도에 달한다.

지난해 3천cc 급 승용차가 총 9천1백22대가 팔린 것에 비하면 2배를 넘는
수치이다. 따라서 업체간 경쟁은 가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벤츠 BMW 볼보등 수입차들도 4천만원대 승용차의 판촉과
애프터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어 그랜저3500과 아카디아의 등장은 국내
대형승용차시장의 확대와 더불어 수입차의 본격적인 활동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아 고급승용차시장은 "2-3파전"이 아닌 "군웅할거"의 양상을
띨수도 있을 전망이다.

<김정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