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년간 여행사에 근무하면서 필자는 무척이나 다양한 경험을 접할수
있었다.

업무가 여행알선이다보니 외국을 자주 나가게되고 여러나라의 문물과 사람
사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낄수 있었다.

이제는 사람을 만나는게 취미가 돼버렸다. 그것도 잘모르는 사람에게서
더욱 매력을 느끼며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생각하고 고민하며 나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는데서 보람을 찾는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중.고시절 방학때만 되면 설악산의 절경과 동해의 넘실거리는 파도,남도의
푸른섬이 눈앞에 어른거려 떨치고 나가고 싶은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이럴때면 친구들과 배낭하나 달랑 매고 동으로 서로 돌아다니며 무전여행을
일삼았다.

조국산하를 패기로만 섭렵하던 고교동창생들과 설악회를 조직,여름휴가만
되면 물만난 고기처럼 굶주린듯 설악과 지이산을 찾아다닌 것이다. 산길
한편에 다소곳이 자라난 풀잎,고요히 흐르는 냇물,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무전여행에 익숙한 설악멤버들은 특히 동네사람들과 얘기
하고 잔일도 거들어주며 이들과 함께 어울리기를 좋아했다.

시골노인의 구수한 옛이야기가 TV연속극보다 재미났고 각 고장마다 내주는
향토음식은 지금도 생각하면 입안에 군침이 질펀하게 돌 정도다.

특히 대학1년때 지리산을 1개월 가까이 구석구석 돌아다니다 전주인근
참외밭에서 얻어먹은 고추장 맛은 지금도 잊을수 없는 별미였다.

눈을 밖으로 돌려 식탁의 정어리를 먹으며 옛 선조들이 수난을 자녀에게
일깨워주는 네덜란드인 부부, 오사카의 조그만 골목길에서 12대째 우동
장사를 하는 일본인을 대하고 이들 나라에는 아직도 문화와 전통이 일상
생활에서 살아 숨쉬고 있음을 안것은 대학시절 배낭여행을 하면서였다.
문화에 굶주린 헤밍웨이가 왜 자살을 했는지 어렴풋이 느끼며 추석이나
구정등 명절때나 돼야 우리 옷을 입는 우리의 단절된 전통이 아쉽기만했다.

여행과 사람만나기를 좋아한 필자가 여행업을 천직으로 알고 여행업계에
뛰어들어 발길을 외부로 돌린 외국여행은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들을
일깨워주었다. 몇년간 여행사에 근무하고 여행사를 직접 운영하며 반복적
으로 전혀 면식이 없는 외국인을 접해본 결과,우선 미국인은 많은 것을
포용할수 있는 대륙적인 힘과 프로의 기질을 갖고 합리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같은 서양인이면서 독일인은 매우 진취적인 가치관과
법에의한 질서를 찾으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최근 몇년동안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는 핑계로 눈내린 설악과 단풍진
지리산을 찾지못했지만 이번 가을에는 설악악동들과 다시 모여 지리산
단풍을 가슴에 묻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