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도 이제 얼마 안남았다. 김영삼대통령이 어제 국회본회의에서 행한
시정연설이 이를 실감케 한다. 황인성국무총리가 대신 읽은 이 연설에서
김대통령은 94년도 예산안 제출에 즈음한 정부의 새해 국정운용방향과 주요
시책에 관해 설명했다. 마침내 우리는 새해를 준비하고 설계해야 할 순간에
당도해 있는 것이다.

지난주말로 국정감사를 모두 끝낸 정기국회는 앞으로 총규모 43조2,500억
원으로 짜여 제출된 새해 예산안을 심의 의결하는 동시에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각종 개혁입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그런 국회에서 행해진 시정연설
이니만큼 많은 관심이 쏠렸었다. 특히 새해의 경제운용방향에 관해 뭔가
확실하게 잡히는 내용이 기대되었다.

그러나 이날 연설은 별로 새로운 내용도,불확실성을 제거해줄 속시원한 그
어떤 내용도 전해주지 않았다. 김대통령은 앞으로 2~3년간을 "우리 민족의
진운을 좌우할 큰 분기점"으로 규정짓고 변화와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개혁과 교육개혁, 의식개혁
과 행정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변화와 개혁, 그리고 전진"이란 제목의 국정연설
을통해 이미 각분야의 개혁과제와 그 당위성에 관한 소신과 의지를 밝힌바
있다. 따라서 이번에 우리가 기대한 것은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었다. 그중
에서도 특히 경제운용에 관한 보다 확실한 방향제시였다.

새해 경제운용과 관련해서 몇가지 주목이 가는 대목은 첫째 내년이후에는
우리 경제가 올해의 어려움을 벗어나 서서히 회복되면서 새로운 도약을
맞게 될것이라고 본 점과 둘째 정부가 새해 경제정책운용에서 단기적인
경기회복노력과 더불어 중장기적인 성장잠재력 배양과 생산성 향상에 중점
을 두겠다고한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금융실명제의 조기정착을 예상
했고 또 물가안정도 약속했다.

요컨대 정부의 새해 경제운용계획은 다분히 희망적인 예측과 원론적인
방향제시에 머물러 있다고 할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보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예측과 주요 정책의 우선순위결정, 그리고 조화이다.
내년에는 과연 경기가 회복될 것인지, 경제활성화와 물가안정을 동시에
실현할 정부의 정책수단은 무엇이며 적자재정을 피할 대책은 무엇인지에
관한 설득력있는 해답이 가급적 빨리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