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 실시로 현금자산을 은닉한 공직자가 진퇴 양난에 빠져 있는 것처
럼 `범죄꾼''들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그동안 훔치거나 빼앗은 수표를 가명 또는 타인명의로 쓸 수 있었지만
실명제 실시로 은행이나 업소 등에서 본인 확인여부가 철저히 강화되자 경
찰의 그물에 속속 걸려들고 있는 것.
실명제가 실시된 지난 8월 12일이후 각종 범행으로 취득했거나 주운 수
표를 사용하다 경찰에 붙잡힌 사람은 경기도에서만 40여명.
실명제가 경찰관 수천명을 당해내는 `보안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데다 `검은 돈''의 유통을 또 다른 의미에서 차단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3일 오전 0시 15분경 경기 안양시 동안구 A병원에 도둑이 들어 현
금 14만원과 1백만원짜리 자기앞 수표 2장을 훔쳐 달아났다.
범인은 이날 훔친 1백만원권 수표 중 한장을 범행 현장 인근에 버렸는데
이를 주워 유흥업소 등에서 사용한 김평욱씨(33.노동.안양시 호계1동)는
16일 점유이탈물 횡령혐의로 안양경찰서에 구속됐다.
또 지난 8일 오전 3시경 안양시 만안구 안양3동 진흥아파트 앞길에서 술
에 취해 길을 가던 이모씨(48)가 속칭 `아리랑치기배''에게 1백만원권 수표
1장과 10만원권 자기앞수표 6장 등 1백70만원을 털렸다.
범인 검거에 나선 경찰은 신분확인을 철저히 한 농협직원 덕분에 1백만
원권 자기앞수표에 대담하게 `실명''으로 기재된 최기옥씨(21.무직.한양3
동)를 검거할 수 있었는데 나머지 10만원권 수표를 찾는 것도 시간문제라
고 장담하고 있다.
이밖에 지난 10일 평소 안면이 있는 사무실에 들어가 1백만원권 수표를
훔친 후 수원시내 모백화점에서 이 수표를 사용한 이모씨(35)는 다른 사람
이름으로 이서를 했다가 신분증 대조를 요구한 직원의 기지로 경찰에 붙잡
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