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계열사들의 노사분규를 주도해온 현대자동차가 21일
노사협상안을 잡정타결함으로써 분규발생 36일만에 사태가 마무리국면에
들어갔다.

이번 합의안은 조합원들이 장기분규사태나 공권력개입등의 극한대립을
원치않는 분위기여서 23일있을 총회에 회부될 경우 그대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대자동차의 잠정합의는 분규중인 다른 계열사의 협상에도
큰영향을 미쳐 현대사태는 조만간 수습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16일 부분파업에 돌입함으로써 시작된 현대자동차노사분규는
그동안 노 사양측 주장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히 맞서는등 타결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현대자동차노사는 지난해11월13일부터 단체협상을 시작,지금까지
7개월여동안 50차례가 넘게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노조측은 임금협상을 단체협상과 분리,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회사측이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이달 1일 본격적인 임금협상에 착수했다.

노사양측은 당초 1백47개조항에 대한 단체교섭을 벌여 이중 25개조항이
미타결로 남아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노사분규에 대해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20일 노사협상이
급진전을 보이기 시작,이날 오후부터 21일 새벽까지 마라톤협상을 벌여
잠정합의에 이르게됐다.

이날 협상에서 노사양측은 <>수당1천5백원 인상 <>상여금6백50%지급
<>주거지원금 50억원추가등 회사측 최종안에 잠정합의했다.

결국 이번 잠정합의안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타결했지만
긴급조정권발동이란 "긴급상황"에서 이루어진점을 감안하면 "강요된
자율합의"로 볼수있다.

이같은 합의는 노사간 자율합의가 어느정도 배제돼있어 노사간 불신은
여전히 잠복된 상태다.

이번 노사분규는 노조측의 무리한 요구와 회사측의 무성의한 협상태도가
빚어낸 결과라고 볼수있다.

노조측은 임금문제와 관련,통상급기준 16.45%인상을 주장해 지난4월1일
노사단일합의안인 4.7~8.9%를 훨씬 웃돌았고 회사측은 4.73%를 주장,큰
격차를 보였다.

회사측이 단일임금인상안수준을 제시함에따라 현대노사분규는 이를 깨려는
현총련과 이를 준수하려는 현대그룹측과의 대리전양상을 띠기도했다.

회사측은 생산목표를 달성할 경우 금년12월 성과급1백%를,차량생산
1백만대를 돌파할경우 금년추석때 50%의 특별상여금을 지급한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노조측은 성과급보전은 사실상 변칙적임금에 불과하다며
회사측안을 거부했었다.

특히 이번 노사분규는 임금문제보다 단체교섭의 민감한 쟁점들이 분규를
악화시켰다.

분규중 노사쟁점으로 떠오른 <>노조의 인사.징계위참여 <>쟁의기간중
통상임금지급등은 현행법과 배치돼 노사간 합의점을 이룰수 없는
문제들이었다.

회사측은 이들문제에 대해서 초강경의 반대입장을 보였고 노조측은 이를
관철시키기위해 쟁의행위라는 집단행동을 택했다.

또 해고자복직문제도 커다란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지난 3월10일 노동부의 "해고자복직방침"이 발표된이후 노조측은 이문제를
단체협상과 임금협상에 연계하는 바람에 협상에 큰 자질을 빚었다.

이밖에 <>근로시간 주40시간 <>퇴직금누진제 적용등도 주요현안으로
노사갈등을 증폭시켰으나 노조측이 당초 입장을 철회했다.

그러나 이번 분규는 현총련이 지난 5월22일 93공동임투전진대회를
가지면서 불이 붙었다.

이대회이후 현대계열사들이 하나 둘씩 가세하기 시작,분규회사가 8개사로
늘어났으며 지난달5일 현대정공노조 김동섭위원장의 회사측 임금인상안에
대한 직권조인은 이같은 분규에 촉매역할을 했다.

특히 쟁의중인 8개사중 7개사가 "7.7"총파업에 들어감으로써 대기업노조의
연대파업을 처음으로 강행해 전국민을 긴장시켰다.

이는 곧바로 검찰의 제3자개입에 대한 사법처리방침으로 전노협 현총련등
재야노동계간부들에 대한 사전영장이 발부되는등 노동계와 정부의
정면대결양상으로 치달았다.

이처럼 현대사태가 전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은채 갈수록
확산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김영삼대통령의 중대결심,노동부장관의
현장중재,3부장관의 대국민호소,현총련및 전노협간부 구속등 잇달아
처방책을 내놓고 긴급조정권발동이란 사태까지 빚게했다.

아무튼 이번 잠정합의안은 분규중인 다른 계열사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와 함께 울산현대사태를 주도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노조창립기념일로 휴무인 21일에도 막바지 노사협의를 가졌다.

이회사는 특히 장기분규로 현대자동차에 이어 긴급조정권발동대상으로
지목되고 있어 노사가 임금교섭에 적극 나설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만 타결되면 협상분위기가구성돼 다른 계열사들의
협상도 속속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현대사태는 내년협상에서도 되풀이 될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노사는 대립과 반목을 계속하는등 불신의 골이 깊었다.

지난89년 이래 자동차를 비롯한 중공업 미포조선등 현대그룹의
주요계열사노사는 한해도 분규를 치르지 않은 적이 없다.

지난90년 중공업의 "골리앗 농성",지난해 한달내내 계속된 자동차의
성과급분쟁등 "노사협상=노사분규"라는 수순을 밟아왔다.

정부의 조정권발동방침이 확정된 지난19일 철야협상에서도 회사측과
노조측은 서로 한발짝도 양보하지 않은채 맞서왔다.

이처럼 노사분규가 매년 되풀이되는 것은 노사모두에 문제가 있기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노조측은 협상때만 되면 회사가 들어줄수 없는 턱없는 요구만을 내놓기
일쑤이고 회사측은 노조측안을 무조건 외면,분규를 부채질 하고 있다.

노사모두 성실한 교섭자세가 결여된채 자기주장만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윤기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