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을 만들어가는 과천경제부처에 "토론문화"가 사라져가는
느낌이다. 토론과 협의가 있되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경우에 따라선
형식 그자체도 자쥐를 감추고 있다.

향후 5년간 우리경제를 이끌어갈 청사진이 될 "신경제5개년계획"을
마련중인 데도 웨지 부처간엔 갑론을박이 없다.

과거 정책수립을 둘러싸고 자주 찬반토론을 벌였던 경제부처관리들이
토론을 꺼리는 것은 위에서 부터 강력한 지시가 내려오고 있기
때문이라는게 "정설"처럼 돼있다. 경제기획원관계자는 "신경제계획에 대해
부처간에 이견을 보여 삐걱거리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취지의
경고성지시가 있었다고 전했다.

더구나 신경제계획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발언을 한 송희
한국개발연구원(KDI)원장이 전격 교체된데다 경제기획원의 강봉균차관보도
신경제계획에 대한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아 바뀔 것이라는 소문이 나도는등
잔뜩 얼어붙은 분위기다.

송원장의 경우 지난달 민자당 경제특위에서 "1백일계획으로 물가불안의
우려가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져 청와대의 "질책"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파다하고 또 지난달 29일 KDI에서 열린 공정경쟁협의회에서
유모연구위원이 기업분할명령권,은행대출의 출자전환등을 사전협의없이
거론한 것과 관련,교체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6공때 안정화시책을 입안했던 강차관보는 신경제계획에 대해 "이견"을
제시한 탓에 박수석과 이부총리가 "교체"를 결정했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문책성인사"가 단행되자 기획원내에선 "신경제계획에 대해선
한목소리만내야 하느냐"며 다양한 의견을 배제하는 요즘의
과천청사분위기를 "신권위주의"로 표현하고 있다.

협의보다 보고에 신경
경제부처에 토론이 사라지면서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안을 내는 사무관등
하부조직에선 "시키는대로만 하면된다"는 소극적으로 흐르고 있다. 창의나
능동적개혁이 필요한 "신경제"가 이상스레 돼가고 있는 꼴이다.

이러다보니 부처간 이견이 될만한 사안이나 긁어부스럼을 만들만한 내용은
거론되지 않고 결국은 "신경제 5개년계획에서 쑥 빠질 가능성도
많다"(상공자원부 C국장)는 것이다.

"부처간에 불협화음을 내지말라"는데 관계부처에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될문제를 굳이 끄집어낼 필요가 있겠느냐는 태도다.

최근 이부총리가 발언을 했다가 사실상 백지화해버린 "대출금의
출자전환"방안도 관계부처간에 충분한 토론없이 추진되다 빠진 대표적인
케이스로 꼽을수 있다. 이인제노동부장관의 무노동부분임금제 발언도
마찬가지고 농림수산부의 농지전용문제도 그렇다.

이때문에 요즘 경제부처관리들은 관계부처간에 협의보다는 청와대보고에
더 큰 신경을 쓴다. 누가 시켰는지,자발적으로 하는건지 "신경제관리"들은
일단 청와대보고를 끝내야 마음이 편하다. 22일 처음 열리는
신경제계획위원회 안건 준비보다는 매일매일 청와대보고자료 챙기기에
분주한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다.

소신파 박수부대전락
특히 27일께 김영삼대통령이 참석할 "신경제1백일계획"중간점검회의에
올릴 안건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경제기획원재무부 상공자원부가 다
똑같다. 대통령이 "투자활성화가 안되고 있다"며 이의 대책을 강구하라고
한 이상 "잘된다"고만 보고할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야하는데 분위기는 그 어느때보다 획일적"이라는게 재무부 관계자의
말이다.

부처이기주의 부처할거주의의 배격을 강조하다보니 정책공방 찬반토론
주의주장개진이 꼬리를 감춘게 과천경제부처의 모습이라면 모습이다. 이런
분위기론 아무리 많은 연찬회가 열리더라도 소신파 관리들조차 박수부대의
한 조역에 그칠수 밖에 없을것만 같다. 분위기는 영 딴판인데 연찬회같은
단순독려만으로 창의와 활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경제관리들이 한쪽만을 의식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그건 문민정부의
경제부처와는 거리가 멀다고밖에 볼수없다.

<박영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