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출은 좀 나아질 것인가. 최근 이른바 "엔고특수"등에 힘입어 수출이
점차 기지개를 켜고있다는게 경제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올해의
첫달이었던 지난1월중 수출은 지난해 같은달보다 1. 1%감소,올
"수출전선"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는가 했으나 지난 8일현재 누계로는
전년동기보다 7. 7%증가세로 반전하는등 아연 업계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경제계의 궁금증은 과연 최근의 수출호조세가 기조적으로 계속될수 있을
것인지에 모아지고있다. 이같은 궁금증을 풀기위해 살펴보는게 다름아닌
수출신용장(LC)내도액 추이다. 경제의 어느부문이든 앞으로의 전망을
잡는데 이용하는 이른바 "선행지표"가 있게 마련이다. 수출분야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이용되는 것이 다름아닌 LC내도액 추이.

LC란 국내수출업체와 외국수입업자간에 맺어진 거래계약에 대한 일종의
대금결제보증서다. LC가 개설되고난뒤 통상 1~3개월이내에 수출이
이뤄진다. 따라서 LC내도액추이는 1~3개월뒤의 실제수출실적을 가늠케
해주는 훌륭한 잣대가 된다. 이중에서도 절반이상이 LC개설 2개월이후
수출이 이뤄진다(무협 김인규국내조사과장).

문제는 올들어 지난 5일까지의 LC내도액이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
6%감소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는 점이다. "LC지표"만으로 본다면 올
수출전망이 "여전히 어둡다"는 결론이 나올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무역전문가들은 여전히 올 수출에 어느정도의 자신감을 버리지
않고있다. 이들에게는 LC내도액이 갖는 수출선행지표로서의 "무게"가 아예
무시되고 있기도 하다. 그도 그럴것이 최근 전문가들을 헷갈리게 할
정도로 LC내도액이 움직이는 방향과 실제 수출실적간에 "엄청난" 편차가
나타나고 있기때문이다.

단적인 예가 올들어서의 수출실적동향과 이보다 2개월전의 LC내도액
증가율이 보여주는 괴리. 지난 2월과 3월중의 전년동월대비 수출증가율은
각각 16%와 8%로 "양호"한 셈. 그러나 이보다 각각 2개월전인 작년 12월과
올 1월중의 LC내도액은 7. 7% 증가와 11. 2% 감소로 부진했다.

당시의 LC내도액추이만을 놓고 본 올2,3월의 수출전망은 "그저 그렇거나
큰폭의 감소"였을수밖에 없었지만 "실제상황"으로 보면 빗나가도 한참
빗나간 셈이다. 이같은 LC내도액과 실제 수출실적간의 괴리는 옆의
그래프로 뚜렷이 알수 있다.

이처럼 LC내도액추이와 실제 수출실적이 크게 엇갈리는 이유는 갈수록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LC거래방식의 비중이 낮아지고 있어서이다.

가장 최근의 분석을 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우리나라
총수출액가운데 LC결제방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75. 3%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 비중은 지난75년에만해도 93. 7%에 달했었지만 89년엔 82.
8%,91년에는 75. 7%로 떨어지는등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이같은 현상은 거의 대부분 대금결제를 LC에 의존하는 경공업제품수출이
계속 위축되고있는 반면 LC의존도가 낮은 중공업제품수출은 호조를 보이고
있는 현실과 무관치않다. 무역협회가 지난89~91년동안의 주요수출상품
결제방식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경공업제품의 LC결제비중은 95. 5%에
이르고 있는데 비해 중공업제품은 52. 4%에 지나지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의 수출경기를 주도하고 있는 선박의 경우는
전체수출물량가운데 단 0. 8%만이 LC결제방식을 이용하고있는 것을 비롯
반도체와 자동차의 LC이용비율도 각각 9. 8%와 23. 1%에 지나지 않는다.
석유화학제품과 철강의 LC의존비중 역시 48% 60. 4%에 불과하다.

중화학제품의 비LC수출비중이 높은 것은 이들 품목이 대부분 거래규모가
크고 고정적인 바이어와 장기간에 걸쳐 거래를 하고있다는 점에 있다.
LC를 개설하는 이유는 "대금미회수"라는 불안요소를 사전제거하기
위해서인데 중화학품목의 경우 굳이 적지않은 수수료를 부담하면서까지
LC를 개설할 필요성이 많지않다는 것이다.

무협의 최정근이사는 "올들어서는 중화학호조,경공업부진의 수출패턴이
더욱 뚜렷해지고있어 LC내도액추이로 수출을 점치기는 점점 힘들게됐다"고
말한다. LC내도액의 "역할"을 굳이 찾자면 경공업품목의
수출예측지표로서나 활용될수 있을까,전반적인 선행지표로서의 의미는
갈수록 퇴색하고 있다고 결론지을수 있을 것같다.

<이학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