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그룹 기조실장회의가 정식으로 구성돼 4일저녁 호텔롯데에서
첫회의를 가졌다. 이 회의는 최종현회장체제등장이후 전경련이 역점을
두고있는 "대기업 이미지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마련하기위한
것이라는점 외에도 지금까지 그룹회장중심의 전경련활동이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바뀌어 "재계의 전문경영자시대"를 여는 계기를 마련하게될
것이라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끈다.

기조실장들은 지난 91년 5.8부동산조치때 정부방침을 동시에 시달받기위해
여러차례 "집합"한 적은 있으나 재계현안을 조정하기위한 그룹대표자격으로
모인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회의에는 기조실장들이 각그룹의 전권대표라는 것을 보증하기위해
각그룹회장들이 "배석",회의의 격을 높였다.

전경련 회장단으로 구성되는 "자율조정위원회"의 실무조직형식이지만
실제로는 기조실장회의에서 주요현안을 논의,결정하게 될것이라고 최회장은
밝히고 있다.

대기업 이미지개선을 위해 최회장이 제시한 <>대기업간 과당경쟁방지
<>중소기업과의 협력강화 <>소비자보호를 위한 실천방안을 우선
마련하게된다는 설명이다.

이에따라 전경련은 지금까지 그룹회장중심의 운영체제에서 전문경영인으로
구성된 기조실장단이 재계현안을 조정한후 이를 회장단회의에서
확정,명예회장(전전경련회장)등 고문단의 자문을 받아 시행하는 형태로
바뀌게 된다.

그만큼 재계내 기조실장의 목소리가 커지게 됐으며 회의의 성과에 따라
전문경영인의 재계내 위상이 격상되는 계기가 될수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있다.

기조실장회의는 최종현회장이 취임직후 전경련의 효율적인 운영방안으로
제시한데서 비롯됐다.

최회장은 "그룹경영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기조실장들이 회장단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하는게 각종 현안을 풀어가는데 효율적"이라며
전경련내에 상설기구로 설립할것을 제안했었다.

이는 대기업그룹 회장들 보다 경영전반을 더 훤하게 꿰뚫고 있는
기조실장들이 문제해결에 "적격"이라는 그의 현실론을 반영한 것이다.

그룹에 따라 경영기획실장 종합조정실장 종합기획실장등으로 불리기도하는
이들은 대부분 그룹총수의 눈빛만으로도 의중을 파악해 내는 오너들의
"분신"격이다. 또 계열사간 업무를 조정하고 각종기밀등 그룹의 깊숙한
일까지 처리하는 "실세"들이다.

이는 기조실장회의 참석자들의 면면을 보면 잘 드러난다.

기조실장회의 참석자들은 대부분이 그룹계열사에서 잔뼈가 굵은 나이
50줄의 그룹실세들.

박찬구금호그룹사장(박성용회장 제)을 제외하면 국내기업의 대표적인 전문
경영인들이다.

이수빈삼성그룹부회장은 그룹공채(6기)출신. 65년 제일제당에 입사한후
78년 제일모직사장으로 오른 삼성의 간판격 전문경영인이다. 91년
삼성생명 부회장 승진후 비서실장직을 겸직하고 있는 그는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인물로 평가되고있다.

어충조현대그룹종합기획실장은 지난 70년 현대건설 경리부에 입사한후
23년간 경리.재정업무만 담당해온 경리통으로 공인회계사 자격증도
갖고있는 인물.

84년 종합기획실 부실장으로 그룹 기획업무에 관여하기 시작한 그는
지난해 5월 정세영회장에 의해 종기실장으로 발탁됐으며 위기관리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있다.

변규칠럭키금성그룹회장실사장은 지난63년 (주)럭키(당시 락희화학공업)에
입사,호남정유 부사장을 거쳐 83년부터 그룹 기획조정업무에 깊숙이
관여해온 럭금의 대표적인 기조통. 91년 럭금회장실 사장에 취임한후
그룹계열사들의 자율경영을 뒷전에서 조정하는 구자경회장의 핵심
참모이다.

서형석대우그룹 기획조정실 부회장은 김우중회장의 경기고 1년선배.
한국은행을 거쳐 77년 대우실업에 영입된 인물로 87년 (주)대우사장을 거쳐
90년부터 기획조정실을 이끌고있는 재계내 대표적인 금융통이다.

손길승 선경그룹경영기획실장은 서울상대 동기동창인 김항덕유공사장과
함께 선경을 대표하는 전문경영인. 59년 선경직물에 입사,이후 경리 총무
기획업무를 맡으면서 최종현회장을 그림자처럼 보필하는 인물로
알려져있다.

차형동쌍용그룹종합조정실장은 한국은행 출신으로 76년
쌍용양회종합조정실부장으로 그룹에 입사,90년부터 그룹종합조정실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이태원한진그룹운영위원회실장은 63년 입사,84년
대한항공기획담당이사로 승진한후 기획업무만 맡고있다.

이밖의 참석자들도 기획에 능통한 그룹의 대표적 실세들이다.

<김영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