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호출기인 삐삐가 신성한 법정분위기를 어지럽히는 소음공해로 등장,
법원당국이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재판도중 방청객들의 허리에 매미같이 붙어있다 느닷없이 "삐삐-"하며
울리는 바람에 재판분위기와 리듬을 망가뜨리기 일쑤이다.

이때문에 한창 재판에 열중하고있던 판사 변호사 검사들의 선고 변론
논고등이 일시 중단되는 촌극까지 빚어지고 있다.

특히 방청객들의 감정에 호소하는 변호사의 변론이 고조될무렵 방정맞게
삐삐가 울때도있어 어렵게 잡은 설득분위기를 원점으로 되돌려 놓기도
한다는 것.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형사지법 대법정에서 형사3부(재판장
이용우부장판사)심리로 열린 김보은.김진관피고인에 대한 항소심
2차공판에서 삐삐는 천덕꾸러기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날 재판은 12년동안 의붓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보은양(21)이
남자친구인 진관군(22)과 함께 의붓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을 심리중이었다.

변호사가 한참동안 보은양이 의붓아버지를 살해할수밖에 없었던 정황을
낮은 목소리로 호소하던중 방청석 이곳 저곳에서 삐삐가 울려 재판분위기가
엉망이 됐다.
순간 법정의 질서를 잡는 정리가 삐삐소리가 나는 곳으로 움직였고
방청객들도 누구 삐삐냐는듯 고개를 좌우로 돌렸다.

이후 담당변호사는 흐트러진 방청객과 재판부의 마음을 다시 잡는데 한참
시간이 걸려야했다.

며칠후 재계의 화제를 모았던 현대상선의 정몽헌부회장 결심공판에서도
삐삐가 골치거리이긴 마찬가지였다.

이날 재판에는 정피고인의 아버지인 정주영국민당대표와 가족들
국회의원등이 참석,분위기가 엄숙했다.

검찰측 이완수검사가 칼날같은 신문을 벌이고 있는 중간 중간에 삐삐가
울리는 바람에 이검사의 신문이 끊기기 일쑤였다.

이날 공판은 현대등 관련회사의 직원들이 많아 삐삐소리가 유독 많이
울렸다.

법원의 한정리는 "삐삐공해가 갈수록 심해 방청객들의 삐삐소리를
금지하든가,삐삐를 끄고 입정하든가 하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나름대로 대처안을 밝히기도 했다.

<고기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