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3일 오후 정부종합청사에서는 3년만에 색다른 위촉장 수여식이
거행되고 있었다.

미수복지 명예시장.군수 위촉식이었다. "색다르다"기 보다는 차라리
"서글프다"는게 옳았을까.

대통령을 대신해 정원식국무총리가 위촉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명예시장.군수 여러분은 미수복지 시.군민들의 정신적 지주가 돼 실향민의
한과 고통을 통일의 의지와 정열로 승화시키는데 구심점 역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실향민의 한과 고통을 통일의 의지와 정열로 승화시키라는 당부가 그냥
그렇게 표현될수밖에는 도리없는,딱딱한 언어의 파편이 되어 허공속에
팽개쳐 버린것만 같은 씁쓸함을 도시 지울수가 없다.

실향민-.

노고지리 초록빛 꿈을 꾸는 그 눈에 선한 고향을 두고 1,000만 실향민들은
북녘 하늘만 우러러 애만 태워온지 놀라워라,어느 세월에 근 50년이나
스쳐갔는가.

잠시 다녀오마고 빈손으로 그냥 그렇게 남녘으로 발길을 돌렸던
20대청년이 이제는 무르팍이 시린 백발의 70대 늙은이가 되어 "생전에
한번만이라도.."하고 눈시울을 누른다.

지난 66년부터 1945년 8월15일 당시 북한행정구역이었던 13개 시와 83개
군등 모두 96개 행정구역의 명예시장.군수를 위촉,임명해 오고있는데
임기는 3년이란다.

엊그제의 그 위촉된 이들은 벌써 12대다. 평양명예시장 김형진씨(70)를
비롯 물론 96명이다.

그냥 이름만 시장.군수로 붙여주었을뿐 무슨 또렷한 아무것도 있을리
없지만 그래도 내고향의 이름이라도 떠올려 허전하기만한 가슴속을
달래보자는,부질없는 어린애 소꿉같다는 생각이 되레 못견디게 망향한을
집적이는가.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8월말에 평양을 방문할 "8. 15이산가족 방문단"의
인원선정 기준을 마련했는데,부모 자식을 만나려는 70세이상 54명등
최종선정인원은 100명이란다.

이달중 총신청자가 4만8,287명이란다. 지난90년 민족대교류 신청때
방북희망자가 6만1,000명을 넘겼다는데 이거 아무래도 "몇백대 1"이
되겠다.

"고향으로 돌아가자/나의 고향으로 돌아가자/암데나 정들면 못살리
없으련마는/그래도 나의 고향이 아니 가장 그리운가.."
가람의 시는 실향민들의 옆구리만 찌르려는가. 지용의 "향수"는 더욱
못견디게 한다.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