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시장의 판도가 바뀌고있다. 지난 몇년간 신시장으로 각광받았던
독립국가연합(CIS)및 동유럽시장에서의 수출경기가 주춤한 반면 중국과
베트남시장이 급부상하고있다.
북방시장의 이같은 "판도재편"은 이미 어느정도 예상됐던 것이기는 하지만
그 재편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에서 관련무역업계를 어리둥절케 하고있다.
CIS의 경우 지난해 우리나라수출이 6억4천만달러를 기록,한해전보다 23.6%
늘어나는데 그쳤고 동유럽시장의 경우는 지난해 수출이 5억4천만달러로
91년에 비해 겨우 6.3% 늘어났을 뿐이다.
반면 대중국수출은 지난해 직교역분 10억1백만달러를 포함,한해전보다
53% 늘어난 23억7천만달러에 달했다. 베트남의 경우는 현지에 무역관조차
개설되어 있지않은 열악한 상태에서도 지난해 1억9천9백만달러어치를 수출,
91년에 비해 70%이상 수출이 늘어났다.
지난해 북방시장을 상대로 한 이같은 "수출성적표"는 불과 몇해전과
비교해 볼때 지역별로 크게 상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CIS의 경우
지난 88년 수출증가율이 49.4%에서 89년 6백98%로 껑충 뛰었고 90년 수출
신장률도 1백49.9%에 달했었다. 동구지역 수출증가율도 88년 1백7.6%, 89년
1백59.5%,90년 1백4.1%로 3년 연속 세자리수를 기록했었다.
반면 중국시장은 89년 6.4천안문사태의 후유증등으로 수출이 저조,89년
에는 오히려 한해전보다 10% 뒷걸음질 쳤고 지난해 수출증가율도 8.1%에
불과했었다.
북방시장에서의 이처럼 엇갈리는 경제교류 양상은 교역뿐아니라 투자면
에서도 잘 드러난다. 중국에대한 직접투자진출은 지난 연말현재 1백61건
(1억4천6백만달러)이 정부 승인을 따내 이중 99건(6천4백60만달러)의 투자가
실제로 이루어졌다. 반면 CIS와 동유럽에 대한 투자는 15건(2천53만달러),
7건(5천54만달러)이 각각 승인을 받아놓은 상태이지만 실제투자는 8건(1천
8백24만달러)과 4건(4백93만달러)에 그치고있다.
베트남에는 정부의 엄격한 투자규제로 아직 투자진출이 거의없는 상태
이지만 올들어 포철 한주통산등이 투자승인을 따내는등 올해부터 투자러시가
예상되고있다.
CIS 동구에서의 상대적인 부진과 중국 베트남시장의 부상은 현지의 경제
사정등을 감안할때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일이었다.
업계는 이같은 북방시장에서의 양상이 당분간 계속될것으로 보고있다.
우선 CIS의 경우 70년이상 존립해온 소연방체제가 무너지면서 극도의 정치
적 경제적 혼미가 일고있다.
이에따라 정부는 30억달러의 경협자금중 이미 집행한 10억달러 남짓을
제외하고는 전면 중단하고 있어 업계의 대CIS교역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업계는 CIS의 열악한 외환사정과 관련,정부가 당초 집행키로 했던 20억
달러의 소비재 및 플랜트차관 수출에 대CIS 영업의 초점을 맞추었으나
이자금의 집행이 보류됨에따라 사실상 대CIS수출이 거의 중단되고 있는
상태이다. 투자진출 의욕도 덩달아 상실되고있다.
현대 삼성 대우등 일부 대기업그룹들의 석유 석탄등 자원개발프로젝트를
빼놓고는 대부분의 제조업 및 건설투자계획이 중단돼있다.
현재 CIS에 들어가있는 8건의 투자프로젝트도 현대의 극동삼림개발,진도의
모피공장건을 빼고는 모두 10만달러단위의 음식료업투자이다.
이같은 사정은 동유럽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동유럽 대부분 국가들이 사회
주의체제 자체는 포기했지만 아직 내부의 정치적 경제적 혼란이 완전히
정돈되지 못한 상태인데다 인근 EC(유럽공동체)체제로의 편입 움직임을
가속화,한때 반짝했던 특수경기가 급격히 시들어가고있다.
이와달리 중국과 베트남은 한층 매력적인 시장으로 떠오르고있다. 중국은
천안문사태의 후유증을 어느정도 극복,미국등 서방국들과의 정상적인 경제
관계를 회복해가면서 개혁 개방을 본격 재추진할 수있는 기반을 다지게됐다.
여기에 우리나라와의 무역협정체결로 그동안 대중수출에 큰 걸림돌이었던
차별관세문제도 해결될 수있는 길이 열렸다. 또 연내 한중수교설이 유력
하게 나돌고 있는 가운데 투자보장 2중과세방지등 미체결 경제협정의 상반
기중 체결이 예상되고있다. "아시아의 마지막 시장"으로 지목되는 베트남
과도 국교수립 협상이 급진전되면서 업계의 진출열기가 크게 높아지고있다.
북방시장의 이같은 판도재편과 관련,업계의 대응움직임도 기민하다.
삼성물산은 이미 지난해 일부 조직을 개편,동유럽 담당조직을 아예 없앤데
이어 올해 중국의 지사망을 7개로 늘리고 베트남지사망도 강화해 북방
공략의 초점을 이들 2개 아시아권 사회주의국가들에 둔다는 전략이다.
(주)선경도 최근 폴란드지사를 런던으로 철수시키는 대신 중국의 상해와
청도에 지사를 신설키로 하는등 대부분 기업들이 북방권의 "지역별 하중
재조정"에 다투어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의 조경한이사는 "CIS 동구의 상대적인 퇴조로 중국과 베트남
시장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고있다"면서 "CIS의 경우 중장기적 시장확보를
겨냥하는 투자에 주안점을 두는대신 당분간은 중국 베트남의 시장공략에
치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