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최근 방중했던 북한국가주석 김일성에게 한-중 관계정상화문제와
관련, 이 문제가 중국의 내정에 관한 문제라는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한-중간의 국교정상화를 늦춰달라는 북한측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중국은 또 북한에 대해 전례없이 강력하게 중국과 마찬가지로 개방정책을
적극 추진해 나가도록 촉구하는 한편 한국과의 인적, 물적 교류도 증진해
나갈 것을 아울러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경의 한 서방소식통은 이날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중국을 방문했던
김일성이 중국당총서기 강택민과 국무원총리 이붕은 물론 최고지도자
등소평과도 만났으며 특히 강총서기는 김과 가진 일련의 비공개회담에서
한-중간의 관계개선을 늦춰달라는 북한측의 요구에 대해 남북한이 유엔에
가입한 이상 중국으로서는 언제까지나 북한측의 요구대로 국제사회의
흐름을 외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한-중관계정상화가 중국의 <내정문제>
라는 입장을 피력, 중국측이 이에 관해 독자적인 결정을 내릴 것임을
명백히 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지도자들이 또 김에게 고립적인 폐쇄정책의 고수가
<자살행위>와 같다는 등의 용어를 사용, 전례없이 강도높은 어조로 북한의
개방을 촉구하는 동시에 한국의 경제발전상황 등을 소상히 설명해주면서
한국과의 교류를 넓혀 나가도록 권고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중국지도부가 김주석의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김정일이
직접 중국개방정책의 성공사례 및 현장을 둘러 보도록 하기 위해 가까운
장래에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해 주도록 초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주석은 북한의 개방정책 확대필요성에 관해서는 원칙적으로
공감하면서도 북한내의 제반 사정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이 소 식통은 전하면서 "그러나 중국측의 강력한 요구와 북한내의
어려운 경제사정 등을 감안할 때 북한은 앞으로 한국과의 교류증진에 다소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게 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소식통은 또 김이 방중기간중 중국지도자들에게 사회주의 국가들간의
유대강화를 위해 중국-북한-베트남-쿠바간의 <사회주의 동맹체> 결성을
제의했으나 중국측이 난색을 표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중국지도자들은 베트남이 개방 및 개혁방향으로 돌아서고
있고 쿠바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마당에 중국과 북한이 중심이
돼 사회주의 동맹체를 결성하더라도 현실적인 측면에서 실익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그대신 북한이 보다 현실적인 중국식의 개방노선을 선택,
경제적 발전을 도모해 나가면서 양국간의 기존 우호관계를 긴밀히 하자는
입장을 내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북한의 핵무기 개발 및 보유가 궁극적으로는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들의 핵무장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 명백한 반대입장과
함께 유엔의 핵사찰 수용을 촉구했으나 김은 주한미군 핵무기의 철수와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핵무기불사용 보장이 이루어져야만 유엔의 핵무기
사찰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종래의 입장을 반복,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했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중국은 그러나 북한측의 어려운 경제사정과 식량난을 고려, 쌀.콩.옥수수
등 북한에 대한 식량원조 규모를 다소 늘려 제공키로 북한측에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곳의 또다른 서방관측통은 한-중간의 수교문제에 언급,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이 문제가 다른 어떤 문제와도 연계되지 않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나 양국간의 완전한 관계정상화는
일-북한간의 관계정상화에 맞춰 가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다음달중 아-태각료회의(APEC) 참석차 서울 을 방문할 예정인 전기침 중국
외교부장의 방한을 계기로 한-중간 교류의 폭이 현재의 경제, 무역분야
외에 문화분야까지 확대돼 올 연말께 부터는 유학, 연수생 및 예술공연
단교환 및 체육교류 등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측통은 "한국은 양국간 수교를 서두르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한-소수교방식을 원용, <영사처> 등 중간단계를 통한 완전한 국교정상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중국측은 이같은 방식에 별다른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따라서 양국간 국교수립은 다소
시간이 걸릴지라도 중간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 바로 수교하 는 형식을
띠게될 공산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