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그룹은 지난 88년 계열사인 한보종합건설과 한보철강의 합병을
통해 무려 2천억원 가량의 이득을 거뒀으며 이중 일부를 부동산투기나
정.관계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쓴 것으로 감사원의 감사에서 드러났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보그룹의 정태수회장은 지난 88년 12월31일자로
당시 상장회사였던 한보종합건설이 비상장사인 한보철강을 1대 1로 흡수
합병하는 형식을 통해 상호를 한보철강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대규모
유.무상증자와 소유지분 대량매각 등의 방법으로 이같은 거액의 이득을
올렸다는 것이다.
합병이전의 한보철강은 전체 지분중 91.58%를 정회장이, 나머지 8.42%는
정회장의 아들 4명이 갖고 있던 회사로 합병 4개월전인 88년 8월까지만
해도 납입자본금이 1백억원에 불과했으나 무려 자본금의 2배를 넘는 2백
6억원을 무상증자한데 이어 2개월후에도 1백29억원을 유상증자함으로써
자본금을 4백35억원으로 부풀렸다.
또 한보종건 역시 88년 7월과 10월 각각 68억원과 84억원의 유상증자를
잇따라 실시, 자본금을 3백65억원으로 늘리는 등 합병직전 수개월간 두
회사의 "물타기 증자"를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상장회사였던 한보종건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던 소액주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후인 89년중 한보철강의 주가가 1만5천-2만원선을
유지한 점에 비추어 이같은 변칙합병에 의해 거둔 정회장 일가의 자본
이득은 줄잡아도 1천5백억원이상에 달한다는 것이 증권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정회장 일가는 또 합병직후 지분분산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보유주식을
대량으로 처분하기 시작, 합병당시 49.66%였던 지분이 최근에는 34.89%까지
내려감으로써 약 4백억원을 현금으로 확보한 후 이 자금을 부동산투기와
로비자금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감사원의 특별감사결과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