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동화구연가로 30여년을 일했어요. 항상 일이 주기적으로 있는 것이 아닌데다, 남는 시간이 생겼죠. 아이들은 다 컸고, 뭔가 할 수 없을까 싶어 고민하다 청소일을 시작했어요. 사실 저는 집에서 별로 청소를 하지 않았어요.(웃음) 평생을 입으로만 먹고살아서 몸을 쓰는 일이 두렵기도 했죠. '전업이 아니라 부업이고, 힘들면 바로 그만두자'라는 생각으로 도전했어요. 처음에는 노하우도 없고 집마다 구조도 달라서 제시간에 청소를 못 끝내기도 일쑤였어요. 하다 보니 일이 손에 붙었죠. 내 생활하고 여행도 다니면서 월 100만원씩 추가로 벌고 있습니다. (웃음)
청소일을 한다고 말하면 대부분 '궂은일 험한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용역업체에서 담당하던 일이 최근 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 업의 변화가 이뤄졌다. 체계적인 사전 교육과 피드백을 통해 전문성을 높였고, 앱을 통해 예약이 이뤄지면서 대면 스트레스가 확 줄었다. 한 중년 여성이 청소 매니저에 도전했다. 한 달에 절반은 청소일을 통해 부업으로 추가 수익을 올린다. 시간과 금전적 여유가 생겨 다니고 싶은 여행도 마음껏 다닌다. '청소연구소'에서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는 '맑은햇살'(닉네임·허영숙·55) 씨의 이야기다.
'청소연구소'에서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는 '맑은햇살'(닉네임·허영숙·55) 씨
'청소연구소'에서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는 '맑은햇살'(닉네임·허영숙·55) 씨
Q. 자기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청소연구소에서 청소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는 '맑은햇살'(닉네임·허영숙·55)입니다. 저는 어린이 동화책 구연과 인형극 무용극 내레이션 일을 30여년간 했어요. 동화구연가 일은 주기적으로 꾸준히 일이 있는 것이 아니었어요. 한 달에 15일 정도 보통 했죠. 주간에는 교대근무가 가능한 곳에서 일하면서 남는 시간에 뭔가라도 하고 싶었어요. 편하게 일정 관리도 할 수 있고, 부수입도 얻을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청소 매니저 일을 하게 됐습니다."

Q. 어떻게 처음 부업을 하시게 됐나요.
"맞벌이 부부를 대상으로 집안일을 해주는 사람을 구하기가 힘들다는 기사를 봤어요. 집안일이라면 저도 쉽게 할 수 있을까 싶어 여러 회사를 찾았죠. 그런데 회사 이름이 <연구소>인 곳이 있어 독특하다고 생각했죠. (웃음)"

Q. 평소에 청소일을 잘하시나요.
"전혀요. (웃음) 집에서 사실 청소 별로 하지도 않아요. 저는 동화구연처럼 입으로 활동하는 사람이었지 몸을 쓰거나 하질 않거든요. 내 집도 청소를 못 하는데, 남의 집 청소를 잘할 수 있을까 망설였는데, 매니저를 신청하니 5시간 교육을 해주더군요. 일단 교육을 받아보자 결심했어요. '힘들면 그만두지 뭐'. 그렇게 가볍게 도전했죠."

Q. 교육에서는 어떤 과정을 배우나요.
"저는 작년 6월 교육을 받았어요. 맨 앞자리에 앉았죠. 교육이 재밌어서 사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었어요. △창틀 닦는 법 △수건 개는 법 △서비스인의 역할까지 청소가 참 재밌는 일이구나 처음 알았죠. 아무나 매니저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더군요. 담당자들이 신원을 확인 후에야 일을 할 수 있어 신뢰가 더 생겼어요. 신원이 확인된 70세 이하 여성만 가능합니다. 이후 매니저 수락을 하면 도구를 보내줘요. 가방에 앞치마나 다목적 세재 등이 들어있었죠. 제가 따로 준비한 것은 고무장갑 같은 기본적인 아이템뿐이었어요. 보통은 현장에 구비되어 있는 세제나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라 초기에 장비를 살 필요는 없었습니다."

Q. 청소 매니저 일과를 소개해주세요.
"보통 한 달 전에 근무 일정에 맞춰 스케줄을 짭니다. 2주 뒤의 청소일이 요청이 오면 제가 수락하는 구조입니다. 집안 평수마다 업무 시간이 달라요. 일반적으로 오전 9시부터 4시간, 오후는 2시부터 4시간 이렇게 돌아가요. 전업을 하시는 분은 하루에 2개 타임을 하시기도 하죠. 고객 대면을 하지 않아도 앱으로 요구 사항을 미리 확인 후에 청소하고 있습니다."
청소연구소 제공
청소연구소 제공
Q. 초기에 애로 사항이 있었나요.
"4시간짜리 업무인데 업무 종료 알람이 너무 일찍 울리는 거예요. 초기 두 달은 일이 손에 익지 않아서 업무 시간이 초과했었죠. 집마다 구조도 제각각이고, 묵은 때나 청소기 등도 제각각이라서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웠어요. 교육 때 들은 것처럼 청소 동선들을 확인하되, 묵은 때(찌든 때)가 있는 곳은 미리 불려놓거나, 세탁물이 많은 경우 먼저 세탁하면서 시간을 맞춰 나가면서 노하우가 생겼어요. 빼먹은 것은 없는지 몇분 정도 해야 하는지 집마다 요청사항도 달라서 현장에서 수정하기도 했죠. 하다 보니 노하우가 생겼어요."

Q. 월 매출은 어느 정도 발생하시나요.
"제 기준으로 한 달에 평균 50~70시간 일하고 있어요. 급여는 4시간 평균 5만원~5.5만원을 받고 있고, 동네마다 시급이 달라요. 집에서 좀 멀더라도, 시급이 높으면 가기도 해요. 많이 한 달에는 월 130만원까지 번 적도 있습니다. (웃음)"

Q. 초기 비용은 어느 정도 들었나요.
"거의 없어요. 고객 집에 있는 세제와 도구를 쓰지만, 혹시나 현장에 없을 것을 염려해서 제가 집에서 필요했던 도구들이나 있으면 좋을 것들을 챙겨갔어요. 전월 기준 일정 시간 일하면 플랫폼에서 무료로 세제 리필용을 보내주기도 해요. 저는 교대근무를 하면서 스케줄을 잡고 있어서, 보통 집과 회사 출퇴근길에 가까운 일을 하고 있어서 유류비도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 않고 부담되지 않습니다."

Q. 기억에 남는 게스트나 에피소드가 있나요.
"아이를 둔 엄마셨어요. 아이들 장난감이 많아 청소해주시는 분들이 꺼린다고 했죠. 저는 동화구연 일을 하기도 하고 원체 아이들도 좋아해요. 청소일을 하면서 아이들 장난감도 전부 닦아드렸죠. 저도 아이를 3명 키웠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청소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잘 알죠. 그분이 참 위로를 많이 받았다고 할 때 참 내가 따뜻한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Q. 플랫폼을 쓰시면서 이점이 무엇인가요.
"앱으로 자주 알림 메시지가 떠요. △청소 팁 △깨질 위험이 있는 제품 △파손 위험 있으니 닦는 법 등 노하우와 아이디어를 알려주죠. 매니저들이 회사에 직접 채팅으로 피드백을 요구할 수도 있어요. 청소 팁을 공유도 가능하죠. 현장에서 실수했던 부분이나 △세제 사용법 △청소기 모델마다 사용법 △도어락 여는 법까지 영상 콘텐츠로도 볼 수 있어 도움이 많이 됩니다."
동화구연을 하고 있는 모습.
동화구연을 하고 있는 모습.
Q. 청소 매니저 하시면서 본업에 영향 있나요
"몸을 쓰는 일을 하니 본업이 더욱 즐거워요. 단순 반복 일을 하다 보면 생각이 없어져요. 청소만 집중하면 되거든요.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하죠. 서로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Q. 퇴직자나 제2 인생을 꿈꾸는 이들에게 어떤 점을 추천하시나요.
"50대가 되니 여행도 하러 가고 싶고, 뭔가를 하고 싶은데 회사에 다니면서 할 수 없는 게 많더라고요. 월에 100만~150만원을 더 벌면서 내 생활도 즐길 수 있는 일 같아요. 하다 보니 노하우도 점점 생기고, 저만 찾는 고정 고객도 생기기도 합니다."

Q. 주변인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부업으로 청소일을 한다고 하니 아들들이 엄마 힘들지 않겠냐며 걱정을 많이 했어요. 첫 청소를 하고 나니 재밌다고 말해줬어요. 지금은 저를 많이 응원해주고 있죠. 집에서 뒹굴 거리는 것보다 훨씬 보람되고 건강해졌거든요. 제 언니와 동생도 추천으로 교육받았어요. 주위에 걸어갈 수 있는 거리만 일하고 있죠. (웃음)"

Q. 개인의 삶에 영향을 끼친 것도 있을까요.
"청소일을 한다고 하면 '궂은일 험한 일'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젊은 친구들의 집을 가보면 꼭 내 아이 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지러운 집을 치워주면 퇴근 후에 얼마나 기뻐할까. 생각을 해보면 절로 힘이 나기도 해요. 청소를 통해 누군가에게 위로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돼서 기쁩니다."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처럼 예술 쪽에서 일을 하는 분들은 일이 없을 때 시간이 남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나 고민이 크죠. 제 나이에 한 회사에서 전업으로 일을 하게 되면 마음껏 휴가나 여행도 갈 수 가 없죠. 플랫폼 일자리를 통해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일을 할 수 있고, 바짝 벌어서 쉴 수 있으니 장점이 많습니다.(웃음)"

평생 직장이 사라진 시대, 여러 직업을 가지는 'N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N잡 뿐만 아니라 NEW잡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방준식의 N잡 시대>는 매주 일요일 연재됩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