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최종 우승자인 바리톤 김태한(23)과 5위를 한 베이스 정인호(32) 모두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스튜디오’(KNO스튜디오) 출신이다. 2021년부터 시작된 KNO스튜디오 프로그램은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할 성악 인재들을 집중적으로 육성·지원하며 성악 분야의 또 다른 K 클래식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바리톤 김태한. 사진=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홈페이지
바리톤 김태한. 사진=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홈페이지

○오페라 스타의 산실…장학금에 무대기회 제공

국립오페라단은 KNO스튜디오를 통해 매년 20여 명의 성악 인재를 선발해 지원한다. 이 프로그램에 선발된 학생들은 6개월간 국내 유명 오페라 전문가들로부터 오페라 코칭, 외국어 딕션, 대본 분석, 연기, 스테이지 무브먼트 등의 교육을 받는다.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스튜디오 프로그램에서 외국어 딕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스튜디오 프로그램에서 외국어 딕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이와 함께 오페라 지휘, 연출 등 오페라 무대를 위해 필요한 전문지식과 소양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월 19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우수 학생에게는 국립오페라단 공연의 출연 기회까지 제공한다. 성악도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존재다.

3년 밖에 되지 않은 프로그램이지만 KNO스튜디오 출신 아티스트들은 국내외 성악 무대를 휩쓸고 있다. 중앙·동아 등 국내 대표 음악 콩쿠르는 물론이고 국제 콩쿠르 입상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 초 KNO스튜디오 출신인 소프라노 한예원은 스페인 비냐스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고, 노이에 슈팀멘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3위를 차지했다. 테너 최성범 역시 벨베데레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국립오페라단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우리 인재들이 해외 콩쿠르나 해외 극장으로 진출하는 걸 돕기 위해 본격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벌써부터 놀라운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조만간 한국 성악 인재의 수원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클래식 강국, 정부와 기업의 합작품

대한민국 예술인들이 세계 클래식 무대에서 활약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피아노의 손열음 조성진 임윤찬, 현악의 임지영 한재민 최하영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다.

예술계에 따르면 이같은 클래식 한류 열풍에는 이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정부 주도 시스템과 기업의 메세나 활동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스튜디오를 비롯해 한예종으로 대표되는 국가 주도 엘리트 교육, 금호 현대차 등 기업의 메세나 활동이 K클래식의 든든한 뒷배가 됐다는 것.

될성부른 영재들은 일찍이 서울 예술의전당 영재아카데미, 한예종 영재교육원 등으로 향한다. 한예종의 영재원 학생은 전액 무료 교수진으로부터 1 대 1 레슨을 받는다. 미국 줄리아드 음대 예비학교와 유사하게 최고의 교수진에 일찍부터 집중적으로 예술을 익히게 한다. 이러한 한예종 교육 시스템은 2000년 중반 이후 꽃을 피웠다. 한예종 출신 예술인들이 세계 주요 음악과 발레 콩쿠르에서 석권하면서다.

기업 중에서는 금호문화재단이 큰 역할을 해왔다. 1977년 금호그룹이 2억원을 출자한 장학재단으로 출발한 금호문화재단은 매년 연간 예산의 30% 이상(20억원)을 영재 지원에 썼으며 지금까지 1000명 이상의 클래식 영재를 배출했다. 금호는 아티스트들에게 문화재에 준하는 수억 원의 명품 고악기와 콩쿠르 출전 항공권을 제공하며 지원군을 자처해왔다. 이번 퀸 콩쿠르 우승자인 김태한을 비롯해 성악 부문 역대 한국인 수상자인 홍혜란(2011년 1위), 황수미(2014년 1위), 박혜상(2014년 5위) 모두 금호 출신 예술인들이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