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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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으로 5000여 종의 전자책을 도둑맞은 인터넷 서점업체 알라딘이 사건 발생 열흘이 넘도록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아 출판계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일부 출판사들은 알라딘에 전자책 제공을 중단하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출판사들의 모임인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30일 “피해 당사자가 될 수밖에 없는 출판사나 저작권자는 정작 피해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탈취 경로는 어떻게 되는지 등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한 채, 온갖 소문만이 난무하고 있다”며 알라딘의 해명을 촉구하는 성명을 30일 발표했다.
알라딘 전자책을 해킹했다고 주장하는 일당의 텔레그램 오픈채팅방.  /자료=인터넷 커뮤니티
알라딘 전자책을 해킹했다고 주장하는 일당의 텔레그램 오픈채팅방. /자료=인터넷 커뮤니티
사건은 지난 17일께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알라딘 전자책이 해킹당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익명성을 강조한 메신저 텔레그램의 오픈채팅방에 알라딘 전자책 100만권을 해킹했다고 주장하는 일당이 등장하고, 이들의 주장을 담은 화면 캡처가 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다. 일당은 탈취한 전자책 일부를 공개하면서 비트코인 지갑으로 100BTC(약 36억원)를 보내지 않으면 100만권 전부를 배포하겠다고 협박했다.

알라딘은 지난 20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전자책 유출을 인정했다. 다만 정확한 경위와 피해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국과 한국저작권보호원에 신고했으며, 자신들도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발표한 성명서 일부분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발표한 성명서 일부분
한국저작권보호원에 따르면 5000여 종의 전자책이 3200여 명이 모여 있던 텔레그램 오픈채팅방에 유출돼 1차 피해가 발생한 것까지 확인이 됐다. 이에 대해 출협은 “해당 전자책은 향후 몇십 년간 유령처럼 떠돌아다닐 것이고, 상품으로서의 가치는 사실상 상실하게 될 것”이라며 “만약 탈취된 전자책 파일이 추가로 유출된다면, 출판계로서는 상상하기조차 싫은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출협은 또 “짧은 시간에 수많은 복제와 유통이 가능한 디지털 콘텐츠 특성상 사건 해결 속도가 생명”이라며 “수사기관이나 관련 기관들은 이 사건을 빠르게 수습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알라딘에 대해선 답답함을 토로했다. “알라딘은 지금도 전자책 보안 상태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내놓고 있지 않다”며 “탈취 사건 이후 어떤 보안 조치를 취했는지 설명을 요청하는 우리의 목소리에 답하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한국출판인회의가 출판사들로부터 받고 있는 위임장 일부분
한국출판인회의가 출판사들로부터 받고 있는 위임장 일부분
또 다른 출판사들의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는 위임장을 받아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위임장에는 정보 공개 청구, 피해 보상 협상, 소송의 제기, 법무법인 선임 등에 관한 권한을 위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출판인회의 측은 “출판사와 저작권자의 자산인 출판물을 보호하기 위한 단체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개별 출판사가 이번 사태에 직접 대응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 우리 단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진행해 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알라딘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전자책 제공을 중단하는 출판사들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예스24나 교보문고에 올라와 있는 전자책 신간 중 몇몇은 알라딘에서 찾아볼 수 없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사안의 심각성이 큰데도 알라딘이 제대로 된 소통을 하지 않고 있다”며 “많은 출판사가 알라딘에 전자책을 제공하는 데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