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낮 최고기온이 22도까지 올라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를 보인 지난달 23일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반팔 차림의 학생들이 농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지역 낮 최고기온이 22도까지 올라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를 보인 지난달 23일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반팔 차림의 학생들이 농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른 초여름 날씨가 유통업계를 뒤흔들었다. 지난달 역대 가장 따뜻한 봄을 보낸 소비자들이 여름 특수를 누리는 먹거리와 의류 등에 지갑을 연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가에서는 여름 대표 디저트 빙수 도입 시기를 앞당기는가 하면 여름옷 판매 행사 등을 열며 모객에 돌입했다.

편의점서 빙과류 '불티'…"성수기 3달 빨라져"

포근한 봄날씨를 나타낸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에서 반팔옷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스1
포근한 봄날씨를 나타낸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에서 반팔옷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스1
한낮 기온이 20도 중후반까지 오르는 때이른 초여름 날씨에 여름 특수 상품의 매출 발생 시점이 앞당겨졌다.

우선 편의점 등에서 빙과류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20일 GS25에 따르면 해당 편의점에서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6일까지 빙수 바 튜브류 등 빙과류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72.2% 뛰었다.

해당 기간 빙과류 매출 규모는 지난해 성수기인 6월 하순부터 7월 중순께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전해졌다. 특히 공원, 관광지 인근 편의점 점포에서는 빙과류 매출이 400% 이상 급증했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 관계자는 "통상 여름 초입인 6월 하순부터 빙과류 매출 성수기가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빙과류 매출 피크(최고점) 시점이 3개월 가량 당겨진 셈"이라고 평가했다.
사진=GS리테일
사진=GS리테일
이른 더위와 함께 예년보다 빙과류 수요가 많아지자 GS25는 당초 출시 예정 시점보다 2주 이상 앞당겨 빙수 상품인 '춘식이 딸기 빙수'를 선보였다. 신제품은 GS25에서만 판매하는 차별화 상품으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넣었다.

이주용 GS25 아이스크림 담당 상품기획자(MD)는 "이른 기온 상승으로 빙과류 매출이 고공 상승하는 것에 맞춰 차별화 빙수 라인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매년 이어지고 있는 초고가 빙수의 화제성을 넘어 올해는 3000원대 '갓성비'(갓+가성비) 편의점 빙수 열풍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편의점뿐 아니라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빙수 출시를 서두르는 분위기다.

제빵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는 지난해보다 한 달 가량 빠르게 빙수 신상품을 선보였다. 파리바게뜨가 올해 미는 빙수는 이탈리아산 야생 체리가 원료인 ‘아마레 체리 빙수’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한 달가량 앞당겨 (빙수 신제품을) 선보였다. 날씨의 영향으로 빙수 출시가 매년 빨라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스몰 럭셔리(작은 사치로 만족감을 느끼는 것)' 트렌드와 함께 주목을 받은 호텔 빙수도 출시 채비에 나섰다. 호텔업계는 지난해 4월 말께부터 여름철 빙수를 선보이고 나선 바 있다.

5성급 호텔 포시즌스 호텔은 12만6000원짜리 '애플망고빙수' 출시를 다음달 예고하며 포문을 연 상태다. 5성급 호텔 중에서도 단품 기준으로 '10만원대 빙수'는 처음이다. 앞서 2021년 조선팰리스 서울강남이 선보인 9만8000원짜리 샤인머스캣 빙수가 완판 행진을 벌였으나 10만원은 넘지 않았었다.

올해 호텔 빙수 가격은 또다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기 재료인 제주산 애플망고를 비롯한 주요 식재료와 인건비 부담 등이 가격에 반영될 것이란 관측이다. 호텔빙수 유행을 이끈 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는 지난해 8만3000원이었지만, 올해 10만원 내외로 인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소매 매출 '쑥'…스포츠 의류 매출도 늘었다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28도까지 오르며 초여름 날씨를 보인 19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의류매장에 반팔이 걸려있다.  사진=뉴스1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28도까지 오르며 초여름 날씨를 보인 19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의류매장에 반팔이 걸려있다. 사진=뉴스1
지난달 역대 최고로 따뜻한 봄날씨에 먹거리뿐 아니라 가벼운 옷을 찾는 손길도 부쩍 늘었다.

롯데쇼핑의 온라인쇼핑몰 롯데온에 따르면 통상 4월 초부터 찾는 고객이 많은 봄·여름 패션상품 매출이 예년보다 이른 시기인 지난달 급증세를 나타났다. 롯데온에서는 지난달 반소매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뛰었다. 청바지와 스커트 매출은 각각 60%, 50% 증가했다. 나들이용 신발인 힐·펌프스 매출도 3배 이상 급증했다.

통상 얇은 옷은 벚꽃 개화 시기인 3월 말과 4월 초부터 찾는 고객이 많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제품의 판매 시점이 한 달가량 앞당겨진 셈이다.

롯데온 관계자는 "4월부터 6월까지 가장 많이 팔리는 (패션) 품목이 3월부터 팔리기 시작한 것"이라며 "올해는 이상고온에 개화시기가 빨라지면서 2~3주가량 앞당겨진 3월 초부터 나들이 관련 상품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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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날씨와 함께 3년 만의 실내외 '노 마스크'로 야외 운동에 나선 사람들이 입는 운동복 수요도 부쩍 늘었다. GS샵 모바일에서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7일까지 티셔츠 등 운동 관련 의류 판매가 늘어나는 흐름을 보였다. 스포츠 티셔츠(138%), 스포츠 재킷(111%), 트레이닝복(65%), 러닝화(43%) 등 판매량이 늘었다. 이는 골프, 테니스 등 야외에서 즐기는 스포츠 활동이 늘어난 결과다. BC카드에 따르면 지난달 골프장, 테니스장 등 야외 스포츠 업종 매출은 전월보다 63% 증가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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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기온은 역대 2위인 2021년 3월 8.7도보다 0.7도나 높은 9.4도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적으로 기상 관측망을 확대한 1973년 이래 3월 기준 최고치다. 3월 평균 최고기온 또한 16.5도로 역대 가장 높았다. 이같이 따뜻한 날씨로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는 관측 이래 벚꽃이 가장 빨리 피었다. 같은 기간 서울 지역 평균 온도는 전년 평균보다 2.1도 상승한 9.8도로 기상 관측 시작 이래 처음으로 10도에 육박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