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당근마켓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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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와 함께 주목받은 중고 거래 플랫폼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 당근마켓은 지난해 500억원 넘는 적자를 냈다. 신사업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가운데 1000억원 넘는 영업비용에 발목이 잡혔다. 국내 중고거래 3대 플랫폼으로 꼽히는 중고나라 역시 9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역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지난해 가입자와 매출(영업수익)이 성장했지만 2015년 출범 이후 이어진 영업적자는 규모가 더 불어났다.
사진=당근마켓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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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의 지난해 매출은 499억원으로 전년(257억원)의 2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누적 가입자 수는 3200만명으로 1년 만에 1000만명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적자 규모도 커졌다. 지난해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565억원, 540억원으로 전년 대비 60.4%, 48.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비용이 1064억원으로 74.8% 뛰면서 적자 규모 확대 요인으로 작용했다. 비중이 큰 급여(비중 30.5%)와 지급수수료(28.9%)가 모두 2배 넘게 증가했고 광고선전비(24.7%)도 15.7% 늘었다.

다만 당근마켓 측은 "영업수익 상승폭이 영업비용 증가폭보다 컸다는 점에서 계획대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동네사람 다 하는데 왜…"적자만 500억" 당근마켓의 한숨
롯데쇼핑이 2021년 300억원을 투자해 재무적 투자자들과 함께 인수한 중고나라도 적자 기조를 이어갔다. 매출 증가폭보다 적자 확대폭이 두드러졌다.

중고나라의 지난해 영업적자는 95억원으로 전년(영업적자 12억원)보다 715.4% 늘었다. 순손실 역시 93억원으로 664.6% 뛰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6.7% 증가한 101억원으로 집계됐다. 판매관리비가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적자 규모가 커졌다. 지난해 판매관리비는 192억원으로 97% 증가했다. 광고선전비가 2021년 5억원에서 54억원으로 10배 수준으로 불어났고, 경상연구개발비의 경우 322.8% 늘어난 21억원을 기록했다.

자료=KB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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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는 코로나19 장기화 속 가치소비와 리셀테크(되팔이+재테크)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급성장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원에서 2021년 약 24조원으로 불어났다. 경기침체로 '합리적 소비'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중장기 관점에서 시장 성장은 이어질 전망이다. 향후 연평균 15~20% 내외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소비 주력계층으로 떠오른 MZ(밀레니얼+Z)세대가 활발하게 참여하는 시장이란 점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2019~2020년 하나카드 신용·체크카드 온라인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중고거래 관련 온랑니 카드 결제에서 20~30대가 약 6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20대의 중고거래 카드 결제금액은 2020년에 전년 대비 68% 급증해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중고거래 플랫폼 성공의 관건은 수익 모델이다. 당근마켓은 2015년 출범 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수익의 대부분(지난해 99.2%)이 광고에서 발생했다. 신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지만 이익 개선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지난해 내놓은 '당근페이'의 경우 영업수익은 9억원, 순손실은 80억원에 달했다. 누적 가입자 수가 약 500만명(올해 2월 기준)까지 늘어났지만 수수료가 없는 개인 송금 활용이 대다수라 수익성 개선에 일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당근마켓은 지난해 김용현·황도연 각자대표 체제로 경영진을 재편하며 신규 수익모델 발굴에 나선 상태다. 당근마켓은 "광고 외에도 비즈니스 다각화와 새로운 수익모델 발굴을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커뮤니티 이용자 기반을 단단하게 성장시켜 나가는 동시에 지역 내 다양한 비즈니스 연결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중고거래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 벤처캐피털(VC) 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수익성 개선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 등은 부담 요인. 여기에 온라인 명품 판매 플랫폼 등이 중고거래 시장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수경 KB증권 연구원은 "각 플랫폼은 수익성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져 투자자들의 수익성 개선 요구에 직면했고 단순 거래액 증가만으로 투자를 유치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개인 간 거래에 수수료를 부여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려운 만큼 시장 지배력을 활용한 수익 모델 확장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당근마켓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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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꾸준히 이어진 사용자 유입세가 최근 둔화되는 추세도 우려 요인이다.

당근마켓은 지난달 3년 가까이 지키던 '가장 많이 새로 설치된 쇼핑 앱' 1위 자리를 알리바바그룹 산하 해외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에 내주기도 했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당근마켓은 지난달 58만5541회 신규 설치돼 구글 플레이스토어·애플 앱스토어 합산 쇼핑 분야 신규 설치건수 2위를 기록했다. 모바일인덱스가 앱 마켓 합산으로 분석을 시작한 2020년 5월 이후 35개월 만에 처음으로 1위를 놓쳤다. 1위는 68만2332회 설치된 알리익스프레스였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역시 주춤하는 모양새다. 모바일인덱스 집계 기준 2021년 12월 1620만명에 달한 당근마켓의 MAU는 지난해 4월 1703만명까지 늘었으나 같은해 11월부터 1500만명대로 내려앉았다. 작년 11월 1572만명을 기록한 후 올해 2월 1534만명까지 밀렸다가 지난달 1562만명으로 소폭 반등한 상태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