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대 비혼女 19명 인터뷰했더니…"혼자여도 괜찮아" [책마을]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은 비정상이나 비주류로 취급받는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벨라 드파울르는 이같이 결혼이 비혼보다 이상적이라고 여기고, 비혼자에 대한 편견을 갖는 현상을 ‘싱글리즘(Singlism)'이라 부른다. 싱글리즘은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으며, 사회 구조와 시스템에도 고스란히 적용돼 있다.

<에이징 솔로>는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소외당하고 있는 1인 가구, 그중에서도 비혼 중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일간지 기자 출신이며 여성가족부 차관을 지낸 김희경이 썼다. 그는 2021년부터 40~50대의 비혼 여성 19명을 인터뷰했다. 이를 통해 비혼자에 대한 사회의 잘못된 인식과 보완해야 할 점, 비혼자로 살아가는 법 등을 소개한다.

많은 사람들이 '1인 가구'라고 하면 미혼 청년, 또는 사별한 노인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 1인 가구 중 37.6%가 40∼64세 중년이다. 중년 인구의 20.1%도 1인 가구에 해당한다.

비혼자에 대한 대표적인 선입견 중 하나가 '고독'에 대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혼자 살면 외로울 것이란 편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저자가 만난 비혼 여성 중 막상 외로움과 고독사에 대한 불안을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는 사람은 없었다. 그중 한 여성은 "물론 외로움이 정말 문제인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고정관념에 전염된 것 같다"고 지적한다.

비혼자가 되면 꼭 홀로 늙어가야 한다는 생각 또한 고정관념에 해당한다. 이미 많은 비혼 중년들이 친구, 공동체 등을 통해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전북 전주시의 한 공공임대아파트엔 비혼 여성 23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생활공동체 '비비(비혼들의 비행)'를 이루고 서로를 돕고 있다. 경기도 여주에 68세 여성 세 명이 함께 경기 여주에서 ‘노루목 향기'란 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하지만 사회는 여전히 비혼 중년에 대한 장벽을 견고하게 세우고 있다. 실제 국내에서 1인 가구는 주택 청약에서 크게 불리하다. 결혼 여부와 자녀 수를 기준으로 청약 가점이 매겨지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휴가나 휴직을 할 때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많은 제약을 받는다. 가족돌봄휴가를 쓸 수 있는 대상도 법적 가족에 제한된다.

저자는 이 문제에 대해 "복지의 기본 단위를 가족에서 개인으로 전환하는 문제를 검토할 때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또한 법적 가족이 아니라도 ‘내가 지정한 1인’이 나를 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은 비혼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이들에 대한 복지 문제와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비자발적으로 비혼 1인 가구가 된 사례, 비혼 중년 남성의 사례 등이 골고루 다뤄지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