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나는 식물에서 큰 힘을 얻어요" [책마을]
‘경축. 공덕동 식물유치원 졸업식.’

지난 22일 백수혜 작가(36·사진)는 서울 신길동 작업실에 이런 현수막을 내걸었다. 화가이자 전시 기획자인 백 작가는 2021년부터 서울 공덕동 연희동 갈현동 등 재개발 지역에 버려져 있는 식물 화분을 거둬들였다. 시들어가던 식물을 화분에 옮겨 심고 가꾼 뒤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이른바 ‘공덕동 식물유치원’이다. 이날 행사에는 ‘졸업생 식물’들의 안부를 나누고 새로 졸업시킬 화분을 가져가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백 작가는 최근 이 같은 활동을 담은 책 <여기는 ‘공덕동 식물유치원’입니다>를 펴냈다. 식물유치원이자 백 작가의 집인 공덕동의 한 주택에서 그를 만났다. 아파트 건설 현장을 지나 좁은 골목에 자리 잡은 식물유치원에 들어서자 토분, 일회용 플라스틱 커피잔, 달걀 껍데기 등에 심어진 식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10㎡ 남짓한 마당에는 싱그러운 초록 잎이 가득했다. 집 안팎에 놓인 화분만 100여 개. 지금껏 졸업시킨 화분은 300개가 넘는다.

"되살아나는 식물에서 큰 힘을 얻어요" [책마을]
“쓰러진 화분 속에서 햇빛을 받기 위해 ‘ㄱ’자 모양으로 자란 알로카시아가 첫 번째 입학생이었어요. 화분이 늘어나면서 이름을 고민했는데, 고아원은 함부로 쓸 이름이 아니란 생각에 유치원으로 지었어요. 식물들이 건강하게 자라 졸업했으면 하는 마음도 담았죠. (웃음)”

백 작가는 1주일에 한두 번 화분들의 입학을 돕는다. 돈 한 푼 받지 않고 이런 수고를 하는 이유는 뭘까. 백 작가의 답은 명쾌했다. “그대로 두면 죽어버릴 테니까요.” 그는 “거의 죽어가던 식물이 되살아나는 걸 바라보는 게 제게도 큰 힘을 준다”며 “식물유치원은 제가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재밌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아름다운재단 ‘변화의 물꼬’ 지원사업을 통해 신길동에 조그만 작업실을 얻었다. 백 작가는 “코로나19 이후 반려식물에서 위로를 받으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식물병원을 운영한다”며 “구조한 식물 화분과 식물 책을 모아두고, 허브티도 팔고, 미술 수업도 하는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볼품없는 화분도 살아있는 한 쉽게 버려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