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제자 정찬주 장편소설…"불교를 세계적 종교로 만들었다"
철권에서 붓다 가르침으로 전환한 통치가…신간 '아소까대왕'
인도에 대제국을 건설하고 불교 확산에 공헌한 아소카왕의 일대기를 담은 장편소설 '아소까대왕' 1∼3권(불광출판사)이 출간된다.

기원전 4∼2세기 고대 인도를 지배한 최초의 통일 왕조인 마우리아 왕조의 제3대 지배자 아소카왕이 주된 통치 수단을 무력에서 '담마'(Dhamma, 붓다의 가르침·법)로 전환하는 과정 등에 주목한 작품이다.

법정스님의 재가 제자로 불교 관련 소설과 산문집을 여럿 출간한 정찬주(70) 작가가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을 버무려 아소카왕의 삶을 재구성했다.

아소카는 이복형제 왕자 99명을 직간접적으로 죽이고 왕위에 올랐으며 반대파 신하 수백명을 숙청한 '피의 군주'였다.

그는 칼링가를 정복해 조부이자 마우리아 왕조의 시조인 찬드라굽타 시절부터 이어진 제국 건설의 꿈을 이뤘다.

하지만 이후에는 칼을 앞세우는 대신 붓다의 가르침을 널리 전파하는 이른바 담마 통치로 전환한다.

철권 통치자였던 아소카왕이 전쟁의 참혹함을 깨닫고 극적으로 탈바꿈한 것이 소설의 모티프가 됐다.

정 작가는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생명이 경시되고 평화와 반대되는 길로 가고 있다.

개인이나 국가의 이기주의로 공존을 파괴하는 시대"라고 현대사회를 진단하고서 아소카의 통치 철학이 "21세기 사상의 대안도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집필 동기를 전했다.

그는 '아소까대왕'에서 칼링가국 정벌 전투를 끝낸 아소카왕이 여기저기 널린 찢긴 시신과 울부짖는 아이들의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소개하고서 그가 무거운 마음으로 통치 방침 전환을 천명하는 모습을 묘사했다.

대왕으로서 위엄을 지키기 위해 킬링가국 왕의 목을 벤 아소카왕은 마침내 칼을 강물에 던지고서 "나는 오늘 이후부터 칼 대신 담마로 세계를 정복할 것이니라. 담마는 우리 모두에게 기쁨을 주기 때문"이라고 선언한다.

철권에서 붓다 가르침으로 전환한 통치가…신간 '아소까대왕'
정 작가는 아소카왕이 "북소리의 정복자가 아니라 담마의 정복자가 되겠다"는 발언을 한 기록이 있다며 '북소리의 정복자'는 칼(무력)을 상징하고, '담마의 정복자' 부처의 정법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해 칼을 버리는 장면을 창작했다고 설명했다.

1995년 2월 후배와 함께한 한 달간의 배낭여행이 정 작가와 인도의 첫 만남이었다.

작품을 구상한 이후 15차례에 걸쳐 통산 250여 일간 인도에 머물렀다고 한다.

아소카왕의 발자취와 붓다가 남긴 가르침을 작품에 투영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한 셈이다.

고유 명사 표기에서도 작가의 고집이 엿보인다.

국립국어원이 간행하는 표준국어대사전은 마우리아 왕조의 제3대 왕을 '아소카왕'으로 적도록 규범 표기를 정하고 있지만 정 작가는 '아소까'라고 썼다.

그는 '아소카'는 영문식 표기를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소까'가 당시 민중의 언어(발음)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찬드라굽타를 '짠드라굽따'로, 칼링가를 '깔링가'로 적는 등 표준국어대사전과 다른 표기를 선택한 사례가 눈에 띈다.

불교 신자로서의 애정도 감추지 않았다.

정 작가는 "아소까왕이 세상에 출연하지 않았다면 불교는 세계적인 종교가 되지 못한 채 인도에서 소멸했을지도 모른다"며 "정법의 불빛이 꺼지지 않게 세계로 펼친 전륜성왕이라는 게 역사적인 사실"이라고 '작가의 말'에서 찬사를 보냈다.

1권 352쪽, 2권 328쪽, 3권 352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