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저려 걷는 거리 짧아지면 척추관협착증 의심해봐야"
척추질환은 성인 3명 중 2명이 겪을 만큼 흔한 질환이다. 척추의 퇴행성 변화로 나타나는 척추 질환은 꽤 다양하다. 그중 유병률이 증가하는 대표적인 척추 질환으로 ‘척추관협착증’이 꼽힌다. 제때 발견해 치료하지 않으면 대소변 장애와 하반신 마비로까지 이어질 우려가 있다.

바른세상병원은 국내 대표적인 척추·관절 치료 전문병원이다. 이병규 바른세상병원 원장(사진)은 국내 척추외과 분야 명의로 꼽힌다. 특히 척추관협착증 진료 분야의 권위자로 통한다. 30여 년간 1만 명 이상 수술했다.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척추관협착증은 디스크와 다른가.

“척추관협착증은 디스크가 빠져나와 발병하는 허리 디스크, 즉 추간판 탈출증과는 달리 척추 중앙의 척추관과 신경근관 또는 추간공이 좁아져서 나타나는 질환이다. 허리 및 다리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며 여러 가지 복합적인 신경 증세를 일으키기도 한다.”

▷척추관협착증은 왜 생기나.

“노화 때문이다. 척추관협착증은 황색인대와 관련이 깊다. 척추가 늙으면 뼈와 근육, 인대, 디스크, 후관절 등 모든 척추 구조물이 약해지고 흔들리는데 이때 흔들리는 척추뼈를 붙잡기 위해 인대가 두꺼워지고 딱딱해진다. 이렇게 두꺼워지고 딱딱해진 황색인대는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을 압박해 허리 및 다리 통증이 생긴다.”

▷걷는 데도 무리가 올 정도인가.

“특히 다리가 저린 경우가 많다. 환자들은 다리 통증 때문에 가다 쉬다를 반복하며 오래 걷는 걸 힘들어한다. 엉치뼈가 빠질 것 같은 느낌이나 종아리가 터질 것 같은 느낌도 생긴다. 걷는 거리가 짧아지고, 다리 근육이 가늘어지면서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해야 한다.”

▷호발 연령이 높겠다.

“고령화로 인해 환자는 증가 추세다. 50세 이후부터 급격하게 호발한다. 남성보다 여성 환자가 훨씬 많다. 여성이 남성보다 근육량이 적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치료받으려고 한다. 최근엔 92세 환자를 수술했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엑스레이 검사가 기본이다. 상태에 따라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와 근전도 검사 등을 추가해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치료법은 어떤 게 있나.

“4단계가 있는데, 환자 상태를 보고 적절한 치료법을 판단해 진행한다. 1단계는 약제와 물리치료만으로도 가능한 수준이다. 2단계는 신경 및 주사치료를 해야 하는데, 스테로이드제의 횟수 제한 때문에 지속력은 한 달 정도다. 3단계는 신경선술 등 고주파 시술을 한다. 지속력은 6개월 정도다. 4단계는 수술해야 하는 상황이다.”

▷환자들의 수술 공포가 큰 것 같다.

“수술이 필요한 만성 환자는 전체의 80% 정도로 추산한다. 많은 환자가 척추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수술을 미루고 소극적인 치료만 받다 보면 증상은 빠르게 악화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이렇게 안타까운 사례가 종종 있다.”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겠다.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중에는 마비증후군을 겪기도 한다. 대소변 조절이 잘 안돼 요실금 장애가 발생하는 등 응급 상황으로 악화할 우려가 있다. 중증으로 진행하면서 하반신 마비나 대소변 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다른 허리질환보다 조기 진단 및 적절한 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운동이 도움 되나.

“의료진이 해결해줄 수 있는 부분은 뼈 정도지만, 근육은 환자가 스스로 노력해서 풀어나가야 하는 영역이다. 30대부터 꾸준한 근육 관리를 시작하는 게 좋다. 고기 등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자주 섭취해야 한다. 코어 근육인 척추를 강화하기 위한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체중 조절도 중요하다. 한 번 척추환자가 되면 평생 척추환자로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는 게 좋다.”

▷구체적으로 어떤 운동을 해야 하나.

“유튜브와 인터넷에 무분별한 정보가 넘쳐난다.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자신에게 가장 효과적인 운동을 하는 게 좋다. 환자들에겐 주로 프랭크, 런지 같은 동작을 권유한다. 수영도 괜찮은데, 접영이나 평영보다는 배영이 적합하다.”

▷바른세상병원만의 경쟁력이 있다면.

“매일 관련 진료과의 의료진이 모여 엑스레이 콘퍼런스를 연다. 환자를 위한 최적의 판단을 내리기 위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치열하게 토론한다. 매주 금요일엔 전체 의료진의 협진이 있다. 이렇게 머리를 맞댄 지 어느덧 6년째다. 그래서 수술 및 치료 결과가 꽤 좋은 편이다. 우리는 관절 및 척추에 진심인 사람들이다.”

▷평소 실천 가능한 예방법은.

“척추는 무릎과 달리 수술받는다고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다. 수술 후 안심해서 막 쓰지 말고 조심스럽게 관리해야 한다. 운동을 통해 근육을 강화하는 등 평소에 신경 쓰는 게 중요하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