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김·노라노·최경자 패션, 공예와 만나 예술품이 되다
패션은 산업인가, 예술인가. 의견이 분분한 주제지만 패션 디자이너가 시제품을 제작하는 과정을 알고 나면 후자에 공감하게 된다. 공예가가 평범한 재료로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처럼, 천 조각에 불과한 원단은 디자이너가 자르고 잇고 주름을 잡는 과정을 통해 옷의 모양을 갖춘다. 여기에 그림을 그리거나 수를 놓고 다양한 장식을 덧붙이는 과정 역시 예술 그 자체다.

공예 예술품을 주로 전시하는 서울 안국동 서울공예박물관이 뜬금없어 보이는 패션 전시를 열기로 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곳에서는 7일부터 ‘1세대 패션 디자이너’들이 제작한 의상 35벌과 옷본·드로잉·견본 등 20여 점을 소개하는 ‘입고 꾸미기 위한 공예’ 전시가 개막한다. 6일 만난 김수정 관장은 “많은 사람이 패션을 산업디자인으로 여기지만, 사실 패션은 공예의 요소도 많이 갖고 있다”며 “이번 전시를 계기로 패션·건축·공예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시를 매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장에서는 ‘한국 패션계의 대모’ 최경자(1911~2010), 1956년 국내 최초의 패션쇼를 연 노라 노(95), 1966년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인 최초로 패션쇼를 개최한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1935~2010)이 만든 의상 작품(사진)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국적인 미를 살린 최경자의 드레스와 이브닝코트, 앙드레 김이 직접 만들어 입은 ‘트레이드 마크’ 흰 의상이 시선을 잡아끈다. 노라 노가 제작한 순백의 웨딩드레스 옆에서는 윤보선 전 대통령(1897~1990)이 입었던 연미복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금속공예가와 섬유공예가의 작품을 의상 사이사이에 배치해 패션과 공예의 공통점을 강조했다. 주름을 잡은 스커트 뒤에는 문보리 작가가 옷에 주름을 만드는 방식을 응용해 제작한 섬유 부조 작품 ‘시간의 관계를 잇다’를 전시하는 식이다. 전시는 4월 2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