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들 여행지에 놀러가면 짧은 영상을 찍잖아요? 여행지와 숙소에서 15초 영상을 찍어 올리면 포인트를 줬어요. 여행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획기적인 서비스였죠. 전세계 여행 인플루언서들이 원하던 플랫폼을 만들었죠. 글로벌 호텔들이 자신들의 홍보영상도 찍어달라고 손을 내밀더니, 5년 만에 숙박시설 87만개를 확보했죠. 이제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중동 부자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메타버스 여행앱' 이미지. 자이언트스텝 제공
'메타버스 여행앱' 이미지. 자이언트스텝 제공
20대 대학생은 어느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여행앱은 이용객들이 여행을 자주 떠나야만 돈을 벌 수 있다. 유저들이 여행을 많이 떠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든다면 플랫폼에게도 이익이지 않을까. 기존 업체들이 앞다퉈 마케팅 비용에 열을 올릴때, 그는 유저와 이익을 나누는 경제 시스템을 만들었다. 여행을 떠나 여행지와 숙소를 홍보하면 포인트를 주고,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만들었다.

창업 5년 만에 회원 55만명을 모았다. 지난해에는 메타버스 업체 자이언트스텝의 투자로 방구석에서도 해외 여행 콘텐츠를 찍어 올릴 수 있는 '메타버스 여행'도 개발했다.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에 아부다비도 손을 내밀었다. 넥스트 여행 유니콘을 꿈꾸는 트립비토즈 정지하 대표(36)의 이야기다.
한국에서 진행된 아부다비컨벤션뷰로 한국 사무소 오프닝 행사 석식 만찬.
한국에서 진행된 아부다비컨벤션뷰로 한국 사무소 오프닝 행사 석식 만찬.
Q. 자신의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15초 영상'에 기반한 여행 앱 커머스 트립비토즈 정지하 대표(36)입니다. 회사는 2017년 7월 익스피디아를 퇴사후 창업했습니다. 여행자들이 여행을 떠나면서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어 홍보를 하면 디지털 재화로 보상을 주는 서비스입니다. 여행하면서 돈도 버는 ‘T2E(travel to earn)' 시스템이죠. 커머스 커뮤니티 플랫폼을 갖춘 넥스트 온라인여행업체(OTA) 입니다."

Q. 사업 아이템이 특이합니다.
"2013년에 이 아이디어를 생각했습니다. 코넬대에서 석사학위를 공부 중 비즈니스 경쟁 대회에 참가해 팀이 수상을 하게 됐습니다. 익스피디아의 회장이 제 아이디어를 듣고 묻더라고요 '너의 아이디어에 숙박시설들을 어떻게 플랫폼에 끌어 들일 수 있겠나요?’라는 질문과 '익스피디아는 어떤 회사라고 생각하나요?'라고요. 저는 유저들을 위한 혁신에 집중한 나머지 공급자 전략에 대한 고민이 없었고 답변을 못했습니다. 두번째 질문에는 ‘여행 기술 회사 아닌가요?’ 라고 답했죠. 그가 고개를 젓더군요. '반은 맞고 반을 틀렸네. 우리는 금융 회사에 가깝다' 라고요. 그 당시에는 그 답변을 이해하지 못했고, 사업을 바로 시작하기보다는 글로벌 OTA에서 경험을 쌓자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2014년 익스피디아에 합류해 여행 업계에 본격적으로 들어왔습니다."

Q. 여행산업이 어떻게 금융산업인가요.
"여행자는 호텔예약 결제이후 평균 90일뒤 여행을 떠납니다. 그 기간동은 글로벌 OTA들이 쥐고 있는 금액이 기업당 연 30조원 가까이 됩니다. 금융산업이죠. 내부의 현금흐름이 글로벌 OTA가 지난 20년간 성장한 강력한 동력이었습니다."
트립비토즈 여행앱 영상.
트립비토즈 여행앱 영상.
Q. 글로벌 OTA들이 무섭게 성장했습니다.
"글로벌 OTA는 한국에서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죠. 4년 단기간동안 거래액이 100배 가까이 커졌습니다. 당시 한국은 공인인증서 때문에 예약부터 결제까지 10단계를 거쳤는데, 글로벌 OTA는 4단계면 끝났어요. 글로벌 OTA에 시장이 잠식되는 것은 자명했죠."

Q. 글로벌 OTA들의 고민이 크다고요.
"여행 트렌드가 확 바뀌었습니다. 그전에는 플랫폼의 영향력이 너무 강력했고 수수료 또한 과도했습니다. 대형 플랫폼들의 DNA가 금융이었기 때문에 강력한 공급자 우위전략으로 최저가 숙박시설을 확보하고 판매하는데 집중했습니다. 소비자들은 과거에는 단순히 최저가를 찾았지만 이제는 더 다양한 경험을 원하고 있습니다. 여행을 다녀온 뒤 글로벌 OTA의 앱은 대부분 내 앱 리스트에서 삭제됩니다. 최저가 외에는 취득할 정보가 없기 때문이죠. 매일 접속하고 싶은 여행 앱이 새로운 기회라고 봤습니다."

Q. 창업까지 어떤 아이디어를 고민했나요.
"커머스와 커뮤니티 기능이 합쳐진 서비스는 이제 다양합니다. 관광시장은 숙박시설들이 플랫폼을 통해 어떻게 내 시설을 홍보해야할지 창구가 부족했죠. 트립비토즈는 유저들이 여행을하며 직접 여행지와 숙소 홍보 영상을 올리면서, 찐유저들을 통해 특정 지역과 특정 숙박시설을 영상으로 공유하도록 만들자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2030대 유저들이 확보되었고 바이럴을 일으키고자하는 숙박업체들이 우리 플랫폼을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트립비토즈 '메타버스 여행앱'. 자이언트스텝 제공
트립비토즈 '메타버스 여행앱'. 자이언트스텝 제공
Q. 어떤 전략을 세웠나요.
" 20~35세 주 고객층은 본인의 여행 영상을 올리고 여행자들끼리 상호 소통을하며 '트립캐시'라는 포인트를 받습니다. 여행을 떠나고 영상을 올려 포인트를 쌓는 시스템이죠. 여행자끼리 특정 지역에서 소통할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도 만들었습니다. 우리앱을 이용하는 '찐팬'들이 점점 많아지자 이제는 공급자들이 먼저 입점을 문의해요. 다른 플랫폼들과 확실한 차별점을 내세운 것이 통했죠."

Q. 마케팅 없이 입소문만으로 통했습니다.
"마케팅비용으로는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이 불가합니다. 공급자들에게서 최저가 숙소를 확보한 후 영업 소싱으로 가격비교 사이트에 노출하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카약 △호텔스컴바인 △네이버 △구글 등에서 트립비토즈를 통해 상품을 판매중입니다."

Q. 여행 보상 방식은 어떤 방식인가요.
"처음에는 생소한 시스템이었죠. 그저 여행지에서 편집없이 자유롭게 15초 영상을 올리게 만들었습니다. 외부에 브랜드 마케팅을 하지 않는 대신 이 비용을 유저들에게 트립캐시로 보상을 했죠. 그렇게 38만개의 영상 콘텐츠가 쌓였습니다. 과거에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유저를 모으는 전략이 먹혔다면, 지금은 마케팅 비용을 유저들과 나누는 방식으로 찐팬을 확보하고 구전 마케팅에 집중해야 성장합니다. 진성 유저들의 재방문율을 높이게 된 전략이 통했습니다."

Q. 대통령 UAE 순방도 참가했습니다.
"작년부터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가 한국 방문(인바운드) 외국인 여행객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국내여행기업의 해외진출을 장려하고 문을 두드린 결과입니다. 다양한 산업군의 중소대 기업이 어우러져 함께 대통령 순방길에 참여하였다는 것에 이번 순방은 큰 의미가 있었다 생각합니다"
'메타버스 여행' 이미지. 자이언트스텝 제공
'메타버스 여행' 이미지. 자이언트스텝 제공
Q. 글로벌 OTA의 공습인데요.
"2014년 국내에 글로벌 OTA들이 들어왔을때 속수무책으로 시장을 빼앗겼습니다. 2019년 기준 한국을 여행하고자 온라인을 통해 예약하는 금액이 20조원 정도 입니다. 해외로 나가는 국내여행객 시장(아웃바운드)는 토종 업체들이 성장하면서 치열하게 경쟁중이지만,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여행객 시장(인바운드)은 100% 해외 플랫폼에게 빼앗긴 것이 현실입니다. 약 15조원이 인바운드 온라인 예약 시장이라고 보면 그중 2조원의 수수료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이지요. 민관이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하게 된 이유입니다."

Q. 현재 인바운드 정책은 무엇인가요.
"한국의 여행플랫폼들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통해, 해외에서 들어오는 관광객 유치하며 유저 데이터를 확보하고 수수료 수입을 통해 외화를 벌자는 전략이죠. 플랫폼 OTA 비즈니스는 단순 여행이 아닌 다양한 산업의 융복합의 결과체로 국가 기반산업으로 키우는 것입니다."

Q. 아부다비는 어땠나요.
"아부다비는 자국민이 10%이고 90%는 외국인입니다. 다양한 인종이 어루러진 다양성이 확보 되어있고 활발한 에너지를 도시 곳곳에서 느낄수 있었어요. 제가 보고 겪은 아부다비는 외적인 인프라뿐만 아니라 컨텐츠도 놀라웠습니다. 아부다비에서 차세대 기술혁신이 가능한 글로벌 전초기지 허브 기회를 보았습니다."

Q. 중동에서 어떤 기술에 관심을 가졌나요.
"메타버스 여행 플랫폼을 논의 중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메타버스란 디지털 세상에서의 노력의 대가를 제공하고 이를 현실에서 사용하는 생태계입니다. 트립비토즈의 앱 랭킹 시즌 1의 1위 유저는 약 780만 트립캐시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앞선 생태계와 비전을, 아부다비투자진흥청(ADIO), 아부다비 문화관광부, 모하메드빈자이드 AI 대학에서 공감하고 깊이 있는 파트너십을 논의 중입니다."
아부다비에서 협약 논의중인 모습.
아부다비에서 협약 논의중인 모습.
Q.왜 중동을 공략하나요.
"아라비아어에 특화된 차세대 로컬 여행 플랫폼이 아직 없습니다. 관광산업은 중동의 차세대 먹거리로 사우디와 더불어 UAE 아부다비도 적극적인 투자를 시작했고요. 아부다비는 기술 기반의 관광기업과 선도하는 관광 생태계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강력합니다."

Q. 메타버스 기술이 여행에 어떻게 적용되나요.
"자이언트스텝과 협업을 통해 카메라로 촬영하면 뒷배경에 △뉴욕 △런던 △아부다비 △도쿄 등 전세계 주요 관광지가 펼쳐집니다. 블루스크린 없이 방구석에서도 여행지를 홍보할 수 있는 것이지요. 가상 인간이 GPS를 따라 가상 가이드가 되기도 합니다. 중동의 관광지를 이러한 앞선 기술을 통해 전세계에 알리는것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올해 유의미한 결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코로나 기간 순이익을 냈습니다.
"지난 2년간 코로나의 상황속에서 작년기준 거래액 810억원을 달성했고, 당기순이익을 내며 자생 가능한 기업이 되었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76억원으로 연 평균 129% 성장했습니다. 운도 좋았고 훌륭한 팀원들과 함께 잘 버틴 것 같습니다.”

Q. 여행 스타트업계의 유니콘을 꿈꾼다고요.
"기존에 관광은 정의는 단순한 오프라인에서의 이동이 였다면, 오늘의 관광은 모빌리티 금융 데이터를 아우르는 융복합 산업의 중심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성장한 비즈니스 모델(BM)을 미국 일본 중동에 접목하고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여행의 의미를 재정의하는데 앞장서서 선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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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