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만원에 산 샹들리에…알고 보니 거장 작품이었다
골동품점에서 싼값에 구입한 물건이 나중에 거장의 작품으로 밝혀져 거액에 팔리는 상상을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이런 꿈 같은 일이 최근 영국에서 벌어졌다.

31일 미술전문매체 아트뉴스에 따르면 영국 화가 존 크랙스톤이 1960년대에 런던 골동품점에서 250파운드(약 38만원)에 산 샹들리에가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작품으로 밝혀졌다. 샹들리에는 2월 크리스티 경매에 나올 예정이다. 자코메티의 비슷한 작품이 2018년 경매에서 930만달러(약 114억원)에 팔린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낙찰가가 수백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미술계는 보고 있다.

얇고 가느다란 청동 인물상이 ‘시그니처’인 자코메티는 미술시장에서 작품이 가장 비싸게 팔리는 조각가다. 그의 대표작인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남자’(1947)는 2015년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4130만달러(약 1700억원)에 팔렸다.

샹들리에를 비롯한 장식품은 자코메티에게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었다. 자코메티는 1929년부터 그의 동생인 디에고와 장식품 및 가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크랙스톤이 구매한 샹들리에는 1946년께 자코메티의 친구인 컬렉터 피터 왓슨이 그에게 의뢰해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왓슨은 1949년까지 자신이 설립한 잡지사 ‘호라이즌’의 사무실에 샹들리에를 걸어놨다. 이후 샹들리에는 이곳저곳을 전전하다 런던의 골동품 가게에서 크랙스톤의 눈에 띄었다.

샹들리에는 한때 ‘진품 논란’을 겪기도 했지만 2021년 프랑스 파리 자코메티재단이 진품이라는 것을 인증하면서 논란이 일단락됐다. 미술품 감정사인 제임스 글래니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자코메티가 남긴 샹들리에는 고작 대여섯 점 정도”라며 “이번 샹들리에는 단순한 조명이라기보다 조각 작품으로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