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 원 소니!"…눈앞에 인생 경기가 펼쳐졌다
“나이스 원 소니!(nice one Sonny·손흥민 응원가)”

영국 런던 북동쪽에 있는 손흥민 선수의 홈구장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은 경기가 있는 날이면 뜨거운 함성 소리와 팡파르로 뒤덮인다. 거리에는 자신이 응원하는 팀과 선수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팬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6만2000여 명이 지르는 함성 소리는 TV 화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짜릿한 희열을 선물한다.

축구는 영국인들에게 종교이자 삶이다. 미국인들에게 미식축구가 있고, 일본인들에게 야구가 있는 것처럼 영국인에게 축구는 스포츠 그 이상이다. 경기가 있는 주말이면 자신의 지역 클럽을 아낌없이 응원하고, 경기가 끝나면 작은 펍에서 한 주를 마무리하는 것. 가장 보통의 영국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축구를 빼놓을 수 없다.

영국의 축구 역사는 100여 년이 넘는다. 할아버지 때부터 응원한 팀을 이제는 아버지와 아들이 팬이 된다. 축구에 대한 사랑이 뿌리 깊은 이유다. 영국 축구팬 40%는 자신만의 지정 좌석이 있는 20년짜리 시즌 티켓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그 열정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옆동네의 이웃조차 경기가 있는 날에는 앙숙이 된다. 영국 리버풀에서 유래한 리버풀과 에버튼의 더비 경기가 열릴 때면 마치 전쟁을 준비하듯 긴장감이 일기도 한다. 챔피언은 단 한 클럽이기 때문이다. 라이벌전은 직관의 또 다른 묘미이기도 하다.

축구를 모르는 이들이 본다면 극성팬들이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스타디움을 직접 본다면 압도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이게 된다. 화면에서 본 것보다 훨씬 커다란 경기장에 가득 찬 관중의 귀가 멀 듯한 함성 소리와 팡파르. 꿈에 그리던 곳에서 스포츠 스타를 직접 본다는 것만으로 눈물을 흘리는 여행자도 있다. 그들에게 스포츠는 이미 신앙에 가깝다.

축구에 대한 관심은 영국만큼이나 국내도 뜨겁다. 그 중심에는 지난해 카타르월드컵에서 ‘검은 마스크’를 쓰고 투혼을 불사른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있다. 1무1패의 조별리그 탈락 위기 상황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포르투갈에 2-1 역전승을 거두며 16강 진출을 이룬 대표팀. 국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걸 온몸으로 보여줬다.

여행 e커머스 플랫폼 클룩에 따르면 새해에는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빅매치를 직관하는 것을 죽기 전에 해야 할 ‘버킷 리스트’로 꼽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올해는 이 꿈을 이루기 가장 좋은 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시즌이 한창인 토트넘의 손흥민 선수 경기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직관할 수 없었던 스포츠 경기들이 본격적으로 관중을 맞이한다.

미국에서도 슈퍼볼과 NBA 올스타 게임, 일본에서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중국 항저우아시안게임, 프랑스오픈 테니스, 영국 디오픈 등 스포츠 마니아들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가슴 뛰는 경기가 줄을 잇는다. 새해에는 캐리어를 싸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e커머스 클룩의 ‘더 데어 스카이 워크’ 투어     /토트넘 홋스퍼  제공
e커머스 클룩의 ‘더 데어 스카이 워크’ 투어 /토트넘 홋스퍼 제공

멤버십 통하면 싸게 티케팅…런던 펍에서 현지 팬처럼 신나는 응원
10년차 런더너 가이드 직관팁

런던은 유럽에서 가장 큰 도시다. 영국이라는 섬나라 특유의 쿨한 매력부터 대도시의 활기찬 모습, 오래된 문화유산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런던 말고 또 있을까. 날씨는 또 어떤가. 하루에 사계절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이곳은 11년째 살면서도 여전히 매일 새로운 곳이기도 하다.

지금 영국은 축구 열기로 가득하다.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가 한창이어서다. 우리의 캡틴 손흥민 선수가 뛰는 토트넘부터 최단기간 득점왕 레코드를 쌓고 있는 맨시티의 홀란드, 오랜만에 전성기의 폼을 찾고 있는 아스널, 호날두가 떠난 맨유, 올해의 성적이 제일 궁금한 리버풀, 그리고 의외의 부진을 겪고 있는 런던의 자존심 첼시까지…. 서로 다른 색깔을 지닌 팀들의 경기가 매주 열린다. 이번 시즌은 팀별 승점차가 많이 나지 않아 다른 시즌보다 더욱더 박진감이 넘친다.

EPL 티켓, 어떻게 살까

‘축덕’들의 버킷리스트인 EPL 직관. 축구가 좋아서 영국으로 유학을 결심한 필자는 지금도 한 달에 두 번꼴로 축구 경기장을 찾는다. EPL을 직접 관람하고 싶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 중 하나는 이거다. “티켓은 어떻게 구하나요?”

EPL 티켓을 구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매년 구단에서 멤버십을 구매해 ‘광클’을 통해 자리를 예매하는 것과 현지 업체의 티켓 예약 대행을 통해 티켓을 구매하는 방법이다. 가장 저렴한 방법은 직접 구매다. 구단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멤버십 가입 비용이 50파운드 정도다. 이 멤버십 가입을 통해 정규 티켓을 매 경기 선착순으로 예매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좋은 자리는 시즌권 홀더들에게 배정된 뒤 멤버십 가입자들에게 판매되기 때문에 매번 ‘광클 전쟁’에서 승리하는 금손이 아니고선 좋은 좌석을 구하기 조금 어렵다. 그래도 꼭 한 번쯤 도전해보길 추천한다.

이런 온라인 예매에 자신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예약 대행을 이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예약 대행도 수많은 회사와 사이트가 있다. 가장 먼저 티켓 거래 플랫폼 업체는 피하는 게 좋다. 이 같은 대행 플랫폼에선 현지인이 구입하고 그 티켓을 판매하는 사례가 많다. 이 경우 입장이 안 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예를 들면 이런 티켓에는 ‘Harry Kane’ 등 전형적인 영국인 이름이 적혀 있다. 이 티켓을 받아 실제 입장하는 사람이 영어마저 서툰 한국인이라면? 경기장 앞 안전요원들이 입장을 중단시키는 일이 많다. 일생에 한 번 꿈꾼 EPL 직관이라면 예약 대행 사이트는 한국 업체, 혹은 후기가 많은 업체를 찾아볼 것을 강력 추천한다.

토트넘 팬이라면 ‘니컬슨 펍’으로

니컬슨 펍
니컬슨 펍
현지 분위기를 느끼며 EPL을 보려면 영국의 동네 펍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EPL 티켓은 정가가 한화로 평균 10만~40만원이다. 전 세계 축구 경기 중 가장 비싸다. 현지인들은 보통 삼삼오오 동네 펍에서 맥주 한잔을 곁들이며 축구를 본다.

토트넘 팬이라면 구장 근처 ‘니컬슨 펍(Nicholson Pub)’을 가보시길. 토트넘의 전설적인 감독 빌 니컬슨의 이름을 딴 펍으로 토트넘 구단의 공식 펍 중 하나다. 여기서 축구를 보면 ‘이게 바로 영국인들의 축구 라이프구나’라고 실감할 정도로 열광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축구만 보고 영국 여행을 끝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런던은 전통을 간직하고 있지만 매번 새로운 것들이 새로 탄생하는 창조적인 도시다. EPL 시즌이 시작되는 8월은 런던을 여행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영국의 여름은 한국보다 시원하고, 습도가 낮아 쾌적하다. 무엇보다 오후 9시까지도 해가 떠 있어 긴 하루를 보낼 수 있다.

6~9월 영국 여행, 호텔 대신 기숙사 어때요

영국 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예산. 특히 숙박비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많다. 유럽 호텔들은 오래된 데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낮은 경우가 허다하다. 여름에 영국을 간다면 대학교 기숙사를 노려보자. 대부분의 기숙사는 학생들을 위해 안전한 곳에서 깨끗하게 운영된다. 6월에서 9월까지 방학 기간 동안 대학들은 학생들의 방을 관광객에게 호텔처럼 내놓는다. 위치, 시설, 안전, 가격 등 모든 점을 고려했을 때 가장 가성비가 좋다.

토트넘 구장 꼭대기에 서면 런던 시내가 '한눈에'
축구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는 1992년 시작된 잉글랜드의 최상위 축구 리그다.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독일 분데스리가, 프랑스 리그1과 함께 5대 리그로 손꼽힌다. 8월부터 시작되는 시즌은 다음해 5월까지 이어지며 총 20개 클럽이 38경기씩 치른다. 2005년 한국인 최초 프리미어 리거인 박지성 등 14명의 선수가 꿈의 리그를 밟았다.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는 선수는 손흥민이다. 카타르월드컵이 끝난 이후 현재 경기력은 다소 주춤하지만 최근 시즌 6호골을 기록하면서 부활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손흥민 선수의 경기를 직관하고 싶은 팬이라면 경기장 투어를 해보는 것도 좋다. 토트넘의 홈구장인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은 런던 북동쪽에 있다. 경기장 투어를 신청하면 선수들의 라커룸부터 관중석 밑에 자리한 벤치석 더그아웃과 프레스 룸, 감독석까지 앉아볼 수 있다. 90분간 진행되는 ‘더 데어 스카이워크’도 빼놓을 수 없다. 경기장 꼭대기에서 런던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코스로 석양이 지는 것을 바라보며 프로세코 와인과 맥주를 마시는 경험은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토트넘의 상징인 황금닭 동상도 눈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 e커머스 여행 플랫폼 클룩을 통해 구매 가능하다.

경기를 더욱 재미있게 즐기길 원한다면 베팅숍을 들러보자. 베팅숍에선 예상 스코어부터 득점 선수 등을 맞힐 경우 배당률에 따라 금액을 받을 수 있다. 배당률이 높을수록 당첨 확률은 낮다. 적은 금액으로 재미 삼아 해보길 추천한다.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 이현우 헌스트립 대표는

영국 런던에 11년째 살고 있는 축구 덕후. 영국의 축구와 록밴드 오아시스를 사랑해 무작정 런던으로 떠났고, 런던대를 나와 금융업계에서 일했다. 현지인처럼 런던을 여행하는 방법을 모아 플랫폼 ‘가이드라이브’에서 ‘6일간의 EPL 직관 런던 여행’ 등을 기획했다.

런던=이현우 헌스트립 대표/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