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안주 삼아 와인 한잔…이상하다고요? 궁합 딱맞죠"
표고버섯 육수로 만든 계란찜, 참기름 향이 나는 농어구이, 흑마늘을 얹은 이베리코 삼겹살, 바삭한 김부각으로 만든 김밥….

여기에 어울리는 술은 뭘까? 흔히 소주나 막걸리를 떠올리겠지만, 이건 오산이다. 이 메뉴들은 와인과 페어링했을 때 최고의 맛을 끌어낸다. 지난달 24일 서울 압구정동 정식당에서 호주 최대의 와인 기업 ‘아콜레이드’의 수석 와인메이커 크레이그 스탠스버러(사진)와 한식과 와인 페어링을 함께 경험했다. 김부각의 바삭함과 고소함은 쉬라즈와, 돼지고기 위의 흑마늘은 카베르네 소비뇽과 잘 어우러졌다.

한식과 와인의 조화에 놀란 건 이 행사를 만든 스탠스버러도 마찬가지. 그는 “한식은 놀라울 정도로 와인과의 페어링이 훌륭하다”며 연신 감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 떠난 아시아 출장에서 한국만을 콕 집어 방문한 스탠스버러는 호주 와인이 한식과도 완벽한 페어링을 이룬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미쉐린 2스타’ 정식당의 김철환 헤드셰프와 머리를 맞댔다.
"김밥 안주 삼아 와인 한잔…이상하다고요? 궁합 딱맞죠"
이날 식탁엔 ‘아라스 브뤼 엘리트 1701’, ‘아라스 그랑 빈티지 2014’, ‘HRB 샤르도네 2021’, ‘아일린 하디 쉬라즈 2019’, ‘토마스 하디 카베르네 쇼비뇽 2017’이 차례로 올랐다. 시작을 알린 ‘하우스 오브 아라스’의 두 빈티지 스파클링 와인은 묵직한 보디감과 짙은 향, 끊임없이 지속되는 버블감으로 강렬한 첫 인상을 남겼다. 이들의 고향은 호주 남부 태즈메이니아섬. 호주 대륙과는 확연히 다른 석회암질 토양과 서늘한 기후로 최적의 알코올 도수와 균형감을 갖췄다. 고품질의 피노누아 산지로도 각광받는 곳이다.

이 때문일까. 1998년부터 태즈메이니아 포도만 사용하는 하우스 오브 아라스의 스파클링 와인은 2020년 세계 3대 와인 평가지 ‘디캔터’로부터 프랑스 샹파뉴 지방의 원조 스파클링 와인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스파클링 와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호주 등 ‘신대륙’ 와인은 프랑스, 이탈리아 등 ‘구대륙’ 와인에 비해 품질이 떨어진다는 프레임을 가뿐히 깬 것이다. 스탠스버러는 “아라스와 하디스 와인은 전 세계에서 가장 품질이 좋다고 인정받은 와인”이라고 강조했다.

호주 와인은 ‘저가 와인’이란 편견이 있지만, 국내 와인시장의 성장에 따라 점차 깨지고 있다. 한국 와인시장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두 배 넘게 성장했다. 그는 “4년여 전 한국을 찾았을 때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와인 시장은 잘 익은 와인처럼 더 깊게 숙성되고 있다”며 “다채롭고 건강한 한국의 음식이야말로 한국인이 와인을 사랑하게 된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