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회사 일로 스트레스를 받던 중 엉덩이 쪽에서 칼로 베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엉덩이에 생긴 수포 때문에 의자에 앉는 것도 힘들고, 옷이 살갗에 닿는 것조차 견디기 어려웠다. 대상포진이었다.

대상포진의 별명은 ‘통증의 왕’이다. 한 번 감염되면 바이러스가 완전히 박멸되지 않고 잠복하기 때문에 평생 완치는 불가능하다. 대상포진 치료엔 골든타임이 있다. 때를 놓치면 바이러스가 다른 장기로 퍼져 뇌염이나 폐렴을 유발할 수 있다. 대상포진의 원인 및 증상, 치료법을 알아봤다.

독특한 증상과 통증…전염성 약해

'통증의 왕' 대상포진, 합병증 위험 낮추려면 72시간 내 치료받아야 [김정은 기자의 생생헬스]
대상포진은 수두 바이러스가 신경세포에 잠복해 있다가 다시 활성화하면서 신경에 침입해 손상시키는 질환이다. 이지용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대상포진은 원인이 수두와 동일한 바이러스로 이른바 ‘어른 수두’”라며 “어릴 적 수두를 앓았더라도 추후 대상포진이 발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원인은 면역력 저하다. 예전엔 고령층에서 많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급격한 기온 변화와 과로, 스트레스, 다이어트 등으로 면역력이 약해진 젊은 층의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또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은 세포성 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T세포 수치가 낮아져 대상포진 발병 확률이 15%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세간의 오해와 달리 전염성은 약하다. 다만 대상포진 환자로부터 수두가 전염될 수 있다. 과거 수두를 앓지 않은 임신부나 신생아, 면역기능이 저하된 사람은 대상포진 환자와의 접촉을 피하는 게 좋다.

증상은 꽤 독특하다. 몸의 한쪽에만 여러 개의 물집이나 붉은색 발진, 수포 등이 잡히면서 극심한 통증을 일으킨다. 피부 병변 없이 통증만 나타나기도 한다. 통증 역시 독특하다. 따갑고 쑤시며 타는 듯하거나 욱신거리고 칼로 찌르는 아픔이다.

신민경 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피부 외에도 점막과 폐, 간, 뇌 같은 내부 장기에 나타나기도 한다”며 “안구 신경에 발병하면 각막염이나 녹내장, 외안근 마비, 시력 손실을 동반하고 청신경을 침범할 경우 난청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 10명 중 3명꼴로 후유증 앓아

피부 병변의 양상으로 진단한다. 증상이 없거나 가려운 수준의 일반 피부 발진과 달리 대상포진은 통증이나 이상감각이 먼저 발생하기 때문이다. 발병 후 72시간 내 치료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항바이러스제를 통한 약물치료를 한다.

피부 발진이 사라졌는데도 통증이 한 달 이상 지속된다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의심해 봐야 한다. 바이러스를 치료한 뒤에도 손상된 신경이 회복되지 않아 생기는 후유증으로, 대상포진 환자 10명 중 3명꼴로 겪는다.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화할 수 있다. 치료는 항우울제와 항경련제, 진통제 등을 투여한다.

예방하려면 백신을 접종받는 게 좋다. 박성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60세 이상은 백신 1회 접종을 권장하지만 면역 저하자나 임신부는 접종을 제한한다”며 “심한 통증으로 삶의 질을 저하하기 때문에 면역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은 더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평소 면역력 관리다. 체력과 건강 상태에 맞는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운동은 염증 물질의 신체 내 분비를 줄여 면역기능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무기질이 함유된 채소와 과일을 자주 먹는 게 좋다. 적절한 휴식을 취하고 스트레스를 제때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