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 매출 3700억원"…불황에도 건재한 아시아 미술시장
크리스티 홍콩이 1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프랜시스 벨린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장은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이번 경매는 성공적”이라고 운을 뗐다. “지금까지 22억홍콩달러(약 3681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아직 몇몇 경매가 덜 끝난 점을 감안하면 매출액은 더 커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당초 크리스티가 추정한 경매 규모(약 2040억원)에 비하면 50% 이상 높은 숫자다.
이번 경매에서 여러 작품이 작가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조안 미첼의 작품(약 139억원)과 장 폴 리오펠(약 77억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마르크 샤갈의 작품이 대량으로 출품된 특별 경매, 중국 고가구 경매, 조각품 경매 등 낙찰률 100% 기록을 세운 경매도 많았다. 미술품 외에 와인(역대 최고)과 핸드백(역대 최고), 시계(역대 2번째) 등 판매도 호조를 보였다. 한국 작품들도 100% 낙찰률을 기록했다. 이성자와 박서보, 이우환, 하종현 등 거장들의 작품이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팔려나갔다. 현지 미술계 관계자는 “이번 경매에 나온 작품들이 워낙 수작이었고 가격도 좋았다”고 말했다.
경매 성공에는 크리스티 홍콩의 디지털 경매 플랫폼 보강도 큰 영향을 미쳤다. 벨린 사장은 “위챗과 온라인 경매 응찰 시스템 등 여러 디지털 플랫폼에 투자하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에서 크리스티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가 총 100만명 이상 늘어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했다. 크리스티안 알부 21세기 부서 책임자는 “미술관에서 소장할 만한 퀄리티의 작품 여럿을 출품작으로 갖고온 점도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언제까지 미술시장이 ‘나홀로 호황’을 이어갈 수 있을까. 지금 미술품을 샀다가 큰 손해를 보게 되는 건 아닐까. 이런 질문에 알부는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했다. “20세기 초 미국의 록펠러 컬렉션을 비롯해, 미술사에 남은 굉장한 컬렉션 중 상당수가 불황 때 만들어졌습니다. 미술품 가격이 저렴해진 덕분에 좋은 작품을 더 많이 모을 수 있었기 때문이죠. 똑똑한 사람들은 좋은 타이밍에 작품을 구매하곤 합니다. 지난해에 비해 작품값이 비교적 저렴한 지금이 그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홍콩=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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