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伊·英 콘텐츠사와 독점계약
미술·오페라·발레·국악 공연부터
세계 유수 갤러리 명작까지 소개
고품격 문화 누구나, 언제나, 쉽게
명작에 눈 뜨고, 선율에 귀 열고
세계적 소프라노 임선혜 진행
'클알못' 이해 돕는 프로그램에
클래식 거장·샛별 출연 토크쇼도
전 세계 성악가들은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라 스칼라 극장을 ‘꿈의 무대’로 부른다. 오페라 애호가에겐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봐야 하는 성지’로 통한다. 미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겐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프라도미술관이 그런 곳이다.
지금 이 순간 세계 최고 공연장과 미술관을 밝히고 있는 공연과 전시를 안방에서 만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내 1호 종합문화예술 방송인 한경아르떼TV가 1일 개국한다. 18년 역사의 국내 최고 클래식 음악 전문 채널인 아르떼TV가 한경미디어그룹과 만나 한경아르떼TV로 새로 태어났다.
한경아르떼TV는 클래식 음악, 오페라, 발레 등 공연예술뿐 아니라 회화, 조각, 미디어아트, 사진 등 미술 분야도 아우르는 종합문화예술 방송이다. 독일 유로아츠 등 세계적인 예술 콘텐츠업체가 만든 고품질 콘텐츠는 물론 한경아르떼TV가 제작한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라 스칼라의 오페라 공연을 안방에서
1일부터 한경아르떼TV를 틀면 안방은 곧 공연장이 된다. 오케스트라, 오페라, 발레 등 국내 무대에 오르는 주요 공연을 한경아르떼TV가 최첨단 4K 영상장비와 돌비 시스템을 갖춘 음향시설로 직접 찍기 때문이다. 일부 공연은 현장 중계차를 활용해 라이브로 방송되고, 일부는 녹화로 전파를 탄다.
오연근 한경아르떼TV 대표는 “시청자들이 한경아르떼TV를 통해 언제든 쉽게 고품격 클래식 음악을 접하고 다양한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내 곁에 클래식, 안방 갤러리’ 시대를 열겠다”며 “한국의 문화예술 콘텐츠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유명 공연도 리모컨 버튼 하나만 누르면 내 것이 된다. 한경아르떼TV는 국내 최초로 독일 유로아츠와 C메이저, 이탈리아 국영방송 RAI, 영국 푸어하우스 등 세계적인 공연예술 전문 제작업체와 독점계약을 맺었다. 라 스칼라 극장을 달군 세계 최정상 오페라와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등 글로벌 톱 오케스트라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등 유명 발레 공연도 만날 수 있다.
미술관과 박물관, 갤러리도 안방으로 들어온다. 미술 전시회를 찾아가 전시 작품을 소개하고, 작가로부터 직접 작품 설명을 듣는 프로그램인 ‘아트 인사이드’를 자체 제작한다. 유명 화가의 화실을 직접 찾아가는 ‘화가의 아뜰리에’도 방영한다. 작가의 작품 세계를 가까이에서 살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프라도미술관 등 세계적인 미술관과 전시 작품을 소개하는 해외 미술관 다큐멘터리 시리즈도 선보인다.
눈과 귀를 동시에 밝혀주는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매일 오전 6시에 편성된 ‘음악이 있는 갤러리’의 주제는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 멜로디를 배경으로 멋진 미술 작품들이 흐른다. 첫 작품은 국립중앙박물관과 빈미술사박물관, 한국경제신문이 공동 개최한 특별전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이다.
“고급 문화 배워봅시다”
클래식 음악, 미술 등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고급 문화예술을 쉽게 알려주는 프로그램도 여럿 만들었다. ‘아시아의 종달새’로 불리는 세계적 소프라노 임선혜가 진행하는 ‘옴브라 마이 푸’가 그런 프로그램이다.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클래식 음악계의 거장과 샛별들을 초청해 삶과 음악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토크쇼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양인모, 바리톤 사무엘 윤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옴브라 마이 푸’는 헨델의 오페라 ‘세르세’ 중 주인공이 햇빛을 가려주는 나무에 감사를 표하며 부르는 아리아 제목이기도 하다. 임선혜는 “시청자에게 나무 그늘과 같은 휴식 시간을 주고 싶다”며 이 이름을 프로그램명으로 제안했다.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에 방영된다.
숨은 실력자를 발굴해 무대에 올리는 ‘아티스트 응원 프로젝트, 팔레트’도 준비하고 있다. 이 밖에 세계 유수의 콩쿠르 공연을 중계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한경아르떼TV가 1~4일 ‘2022 베를린 필하모닉 발트뷔네 콘서트’, 다니엘 바렌보임 지휘·요나스 카우프만 주연의 오페라 ‘카르멘’, 피아니스트 박재홍 독주회 등 풍성한 개국 특집 프로그램을 준비했다.한경아르떼TV는 개국에 맞춰 세계 최정상급 연주회를 소개하는 프로그램 ‘더 마스터피스’를 신설했다. 첫 무대는 지난 6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외 원형극장으로 꼽히는 독일 베를린 발트뷔네에서 열린 ‘2022 베를린 필하모닉 발트뷔네 콘서트’다. 베를린 필하모닉이 상임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의 지휘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협연 키릴 게르슈타인),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라벨 관현악 편곡) 등을 연주했다.오페라 걸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 ‘어메이징 오페라’와 해외 유명 미술관 작품을 촬영해 선보이는 ‘세계의 미술관’도 국내에서 처음 방송한다. ‘어메이징 오페라’의 첫 작품은 거장 다니엘 바렌보임 지휘로 이탈리아 오페라의 종가인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무대에 오른 조르주 비제의 대표작 ‘카르멘’이다. 완성도 높은 연주와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 등 주역들의 호연으로 찬사를 받은 공연이다.‘세계의 미술관’ 첫 회는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미술관에 전시된 명작을 감상할 수 있는 ‘프라도, 위대한 미술관’ 편이다. 내레이션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 제러미 아이언스가 맡았다.‘TV콘서트 클래식 와이드’의 첫 프로그램은 ‘2022 전주비바체 실내악 축제’ 실황 무대. 소프라노 강혜정, 테너 김세일,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등 국내 정상급 연주자들이 다채로운 음악을 들려준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한경아르떼TV의 첫 합작품인 ‘피아니스트 박재홍 독주회’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해 부조니콩쿠르에서 우승한 박재홍이 모교인 한예종 서초캠퍼스에서 슈만의 ‘아라베스크’와 프랑크의 ‘전주곡, 코랄과 푸가’ 등을 연주했다.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대한민국 최초 종합문화예술 방송인 한경아르떼TV가 1일 개국한다. 한경미디어그룹은 지난 3월 인수한 클래식 음악방송 아르떼TV를 개편해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미술, 발레, 오페라 등 다양한 분야의 고품격 콘텐츠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방송으로 재탄생시켰다.먼저 종전 아르떼TV에 비해 채널에 접근할 수 있는 시청자가 대폭 확대됐다. 인터넷TV(IPTV) 3사인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가 한경아르떼TV를 기본채널로 배정해 IPTV 가입자라면 별도 부담 없이 누구나 시청할 수 있다. 한경아르떼TV를 볼 수 있는 유료방송 가입자는 1600만 명에서 3000만 명으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콘텐츠 품질도 대폭 개선했다. 한경아르떼TV는 최첨단 4K 영상과 돌비시스템을 갖춘 음향 장비로 국내 주요 클래식 공연 등을 중계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공연 콘텐츠 제작업체인 독일 유로아츠, C메이저, 이탈리아 국영방송 RAI, 영국 푸어하우스 등과 독점 계약을 맺고 유럽에서 열리는 최정상급 클래식 콘서트와 오페라·발레 공연을 방영한다. ‘디바’ 임선혜가 국내외 유명 클래식 음악가를 초청해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 ‘옴브라 마이 푸’ 등 다양한 기획 프로그램을 새롭게 선보인다.기존 방송에서는 볼 수 없던 미술 프로그램도 대거 편성했다. 매주 미술 전시회를 찾아가 작가가 직접 전시작품을 설명하는 ‘아트 인사이드’, 클래식 선율과 함께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음악이 있는 갤러리’, 스페인 프라도미술관 등 해외 주요 미술관을 소개하는 ‘세계의 미술관’ 등이 대표적이다.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
피아노 연주회에 가면 종종 피아니스트 옆에 있는 듯 없는 듯 앉아 있는 사람을 보게 된다. 눈에 띄지 않게 피아니스트 곁을 지키는 사람. 하지만 연주가 시작되면 피아니스트만큼 바쁜 사람.이 사람의 정체는 ‘페이지 터너’다. 말 그대로 ‘페이지를 넘겨주는 사람’이다. 두 손을 건반 위에 올려놔야 하는 피아니스트를 대신해 악보를 넘겨주는 일을 한다. 국내에선 속칭 ‘넘돌이’나 ‘넘순이’로도 불린다.페이지 터너의 실력을 가르는 건 악보를 넘기는 타이밍이다.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늦게 악보를 넘기면 연주 흐름이 끊기는 대형 사고가 날 수도 있다. 그래서 페이지 터너는 연주곡을 잘 이해해야 할 뿐 아니라 손의 움직임도 빠르고 정확해야 한다. 피아니스트 뒤편에 앉아 있다가 왼손으로 악보의 오른쪽 위 모서리를 잡고 재빨리 다음 장을 넘긴다. 악보 넘기는 소리는 크지 않아야 한다.페이지 터너는 ‘잘해야 본전’인 직업이다. 통상 악보의 한 마디 정도를 남기고 넘기는데, 핵심은 피아니스트와의 호흡이다. 실수로 한 번에 두 장을 넘겨버리거나 악보를 떨어뜨리면 그날 연주회를 망쳤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페이지 터너에게 넘길 때라는 신호를 주는 친절한 피아니스트도 있고, 너무 빨리 넘긴다며 손을 내치는 피아니스트도 있다.프랑스 영화 ‘페이지 터너’(2007)는 “페이지 터너가 연주 전체를 망칠 수 있다”는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말에서 출발했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주인공 멜라니는 음악학교 시험장에서 심사위원장인 아리안 때문에 연주를 망치고 꿈을 접는다. 아리안 집의 가정교사가 돼 그에게 신뢰를 얻은 멜라니는 아리안의 연주회에서 페이지 터너를 맡는다. 그리고 오랫동안 별러온 복수를 완성한다.페이지 터너는 음악적 지식이 있고 악보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없다. 주로 음대생이 아르바이트로 한다. 스승 연주회에 제자가 악보를 넘기기도 한다. 일부 젊은 연주자들은 아이패드에 담긴 전자악보를 직접 터치해 넘긴다. 연주자가 페달을 밟으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자동 페이지 터너’도 있다.연주회를 여는 데 필요한 건 연주자만이 아니다. 무대 뒤에서 땀 흘리는 수많은 스태프도 있고, 페이지 터너처럼 무대 위에 오르되 눈에 띄지 않아야 하는 조력자도 있다. 다음 피아노 연주회에 가면 페이지 터너와 피아니스트의 호흡을 눈여겨보자. 피아노 연주의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테니.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